▲민주노총과 각 시민단체 활동가 등이 13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간 주 69시간제 안 폐지 촉구 의견서 제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의 과로사 위험과 작업장 안전사고를 늘어나게 하는 개악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희훈
50년, 휴일 하루 얻는데 필요했던 시간들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시 근로시간은 '제42조(근로시간) ①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하고 1일에 8시간, 1주일에 48시간을 기준으로 한다. 단,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1주일에 60시간을 한도로 근로할 수 있다'로 규정되었다. 이 규정은 1980년 12월 제3차 개정에서 ①항의 '1주일에 60시간을 한도로 근로'를 '1주일에 12시간 한도로 연장근로'로 그 표현이 명확하게 규정되었다. 즉 1일 8시간, 1주 48시간(월요일~토요일 6일*8시간)에 연장근로 최대 12시간을 더하여 1주 최대 60시간이었다. 그리고 1989년 3월 29일 제5차 개정 시에는 ①항의 '1주일에 48시간'을 '1주일에 44시간'으로 단축하였다.
근로시간과 관련한 근로기준법 기반은 1996년 12월 26일 날치기 통과되었던 11개 법안 중 하나였던 근로기준법 6차 개정에서 크게 변화하였다. 제42조는 '①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하고 44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와 '②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그리고 42조의4(연장근로의 제한) '①당사자간의 합의가 있는 경우에는 1주간에 12시간을 한도로 제42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를 신설하였다. 이렇게 1주 단위 최대 근로시간 규정이 삭제되고 1일 최대 근로시간을 명시적으로 규정하였으며, 연장근로시간은 별도의 조항으로 분리되었다.
이 개정안은 탄력적근로시간제(제42조의2)와 선택적근로시간제(제42조의 3),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제27조의2) 등을 포함하고 있어 노동계의 총파업을 포함한 거센 저항을 불러일으켰다. 그 결과 당시 여야는 1997년 3월 기존 근로기준법을 폐지하는 동시에 새롭게 근로기준법을 제정하였는데, 위 조항들은 조항의 번호들은 바뀌었지만 그대로 살아남았다. 이후 2003년 9월 제5차 개정에서 ①항의 '44시간'이 '40시간'으로 1주 법정근로시간이 단축되었다.
한국은 1953년 국내총생산 13억 달러로 세계 경제순위 109위의 나라에서 2023년 국내총생산 1조 7128억 달러로
세계경제순위 14위의 국가로 성장했다. 이에 반해 주당노동시간은 법정시간 48시간(연장근로 포함 60시간), 40시간(연장근로 포함 52시간)으로 줄었다. 하루의 휴일을 얻는데 50년이 걸린 것이다. 이 순간에도 한국의 임금노동자들은 2022년 기준 연 1904시간의 노동을 제공하고 있다. OECD 회원국 중 한국보다 근로시간이 많은 국가는 콜롬비아, 멕시코, 코스타리카, 칠레, 이스라엘 5개국뿐이다. 여전히 한국은 '장시간 근로 국가'이다.
1주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1주 법정근로시간이 1953년 48시간에서, 1989년 44시간, 그리고 2003년 40시간으로 감소하면서, 이전에는 없던 상식에도 맞지 않는 논리가 나타났다. 1주의 범위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로 토요일과 일요일은 휴일로 1주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해괴한 논리이다. 따라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법정 근로시간 40시간과 최대 연장근로 12시간을 합친 52시간과, 토·일요일 이틀 8시간씩 휴일근로 16시간을 더해서 1주 최대 68시간 근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은 1주 최대 근로시간과 관련하여 1주 범위에 휴일이 포함되는지 여부와 연장 및 휴일근로의 할증 등 현장의 혼란, 사회적 갈등, 법적 분쟁,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초래하였다. 특히 이 해석은 우리사회의 장시간 노동 관행을 지탱하게 한 근거였으며, 산업재해 등 측정하기 어려운 사회경제적 손실을 유발하였다.
이에 2018년 7월 근로기준법 제2조(정의)의 ①의7에 ''1주'란 휴일을 포함한 7일을 말한다'로 1주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함으로써 '휴일포함' 최대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제한하게 되었다.
윤석열 정부 초기 노동개혁이란 명목으로 주단위 연장근로 상한을 월단위 이상으로 가능하도록 하여 최대근로시간을 주 69시간까지 늘리는 개편안을 추진하였으나, 여론의 거센 비판에 부딪히며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내란사태로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된 이 정부는 다시 주69시간제를 재추진하려 한다. 지난 10일 고용노동부 김문수 장관은 업무추진계획 보고에서 근로시간 제도개편를 다시 추진하겠다 밝혔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남소연
대부분의 선진국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나아가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확대, 기술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 저출생 위기의 극복, 노동자와 공동체의 건강 증진 등을 위해 한국 역시 가야할 길이다. 기업의 단기이익을 위해 노동자의 장시간 근로를 허용하는 개편은 노동자를 향한 또 하나의 쿠데타에 다름 아니다.
근로시간 단축이 한국사회의 방향성으로 자리 잡은 것 같지만, 1주 최대근로시간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우리 노동법이 형성해온 '노동시간 단축'의 의미를 지키고, 시대의 변화에 따른 일하는 국민의 행복을 증진시키기 위한 개편방향이 어떤 방향인지 관심을 가질 일이다. '헌법'이 내란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지킨 것처럼, '노동법'은 일하는 국민의 권리와 건강을 지키는 최후 보루다.
* 필자소개 : 연세대학교 경영학과에서 석사를 받은 후 미네소타대학교에서 HRIR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한양대학교 에리카캠퍼스 경영학부에서 조직행동과 고용관계를 가르치고 있다. 앞으로 2~3년 동안 공공 부문의 고용 관계를 집중적으로 공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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