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으로 만들어진 신발들
pixabay
패딩만큼이나 우리 생활에 익숙한 동물성 재료로 만들어진 것이 있다. 바로 가죽이다. 상품으로 만들어진 가죽가방, 가죽재킷, 가죽지갑은 세련되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로 가죽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게 된다면 쉽사리 가죽을 구매하지는 못할 것이다.
동물권단체에서 비질 활동을 할 때 도살장에서 벗겨진 소의 피부가 겹겹이 쌓여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말 그대로 가죽은 동물의 피부를 그대로 벗겨내어 만들었다. 정말 끔찍하고 아찔했던 기억이다. 업튼 싱클레어의 소설 <정글>에서 '돼지는 비명 빼고는 전부 쓸 데가 있다'라고 말한 것처럼, 인간은 소의 살을 먹고 소의 피부를 입는다.
그럼에도 이미 사둔 가죽 제품이 있다면 수명이 다할 때까지 쓰자는 게 필자의 신념이다. 다행히 약 10년 전에 사둔 논비건 로퍼는 아직 신을 만하다. 로퍼가 다 닳더라도 걱정은 없다. 새로운 비건 구두 제품을 찾는 게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흔히 알고 있는 인조가죽은 비건이다. 물론 가격은 저렴한 편이나 내구성이나 착용감이 떨어진다는 게 단점이다.
요즘은 다양한 소재로 비건 가죽 상품이 개발되고 있다. 프랑스에서 유학 생활했던 친구가 사과껍질로 만든 본인의 가방을 보여준 적이 있다. 예쁘기도 하고 튼튼해 보이기도 했다. 이 외에도 선인장, 버섯, 파인애플, 코르크, 마이크로파이버 등을 활용한 비건 가죽 상품이 간간이 출시되고 있다. 동물과 공존하는 방식으로 기술이 개발되며 진보하고 있다는 희망이 보인다.
그러나 아직 국내에서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전문 비건 가죽 브랜드는 발견하지 못했다. 특히 남성을 위한 제품은 더욱 찾아보기 힘들다. 수요층이 워낙 얇아서 경제성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비건 지향인이 많아져서 시장이 좀 더 성장하길 두 손 모아 기도할 뿐이다.
이미 있는 물건을 오래 쓰는 것도 비건 아닐까
'완벽한 비건이 되려면 죽어라!' 간혹 비건이나 환경과 관련된 인터넷 뉴스 기사를 읽다 보면, 차라리 죽는 게 환경과 동물에게 도움이 되니까 살지 말라는 댓글을 보곤 한다. 인간이 숨을 쉬고 살아가는 한, 지구와 동물에게 이로움보다 해로움을 끼친다는 의미일 테다. 모든 것을 내다보는 현자의 가르침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구와 동물과 더불어 살겠다는 마음을 짓밟는 것 같아 속상하다. 동물과 환경에 해가 된다면 차라리 죽어버리라는 말에는 조금이라도 나은 삶, 공존하는 삶을 향한 여지는 눈곱만큼도 없어 보인다. 완벽할 게 아니라면 마음껏 죽이면서 살자는 것인가.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았다. 동물과 환경을 위해 새로운 제품을 구매하는 것보다는 이미 있는 옷과 신발을 오래 사용하고 재활용하는 건 어떨까. 만약 반드시 새로운 패딩을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비건 패딩이나 RDS 인증 패딩을 구매하자. 그런데 구매 전 한 번만 더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이 옷이 꼭 필요한가. 물론 인간은 꼭 필요한 옷만 사지 않는다. 예쁘고 편한 옷을 소유하고 싶은 그 마음을 모르는 게 아니다. 필자도 가끔 굴복하고 말아 버리니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는다. 비건은 나침반과 같이 삶의 방향을 나타내는 가치관이다. 비건을 지향하면서도 조금씩 후퇴하는 사람도 있고 매일 조금씩 전진하는 사람도 있다. 기존 논비건 패딩을 소용이 다 할 때까지 오래 입는 것도 한 보 전진하는 일이라 믿는다.
* 비건 옷을 확인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 옷의 섬유표를 보고 확인한다. 동물 가죽, 스웨이드, 양모(wool), 캐시미어, 알파카, Fleece, 솜털, 깃털 등으로 만들어진 제품이 대표적인 논비건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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