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목을 축이고 있다. 2024.11.11
남소연
김용현 전 장관은 이날 출석 의무가 없는 공판준비기일임에도 직접 법정에 나왔다. 그는 검은색 터틀넥과 짙은 갈색 계열 정장을 입고 흰색 마스크를 착용했다. 구속 전에 비해 흰머리가 눈에 띌 정도로 늘어난 상태였다. 그의 가족 3명이 방청석에 앉았다.
김 전 장관 측은 재판부에 공소기각을 요청했다. "비상계엄 선포는 오로지 국가 원수이자 국군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 전속적으로 주어졌다. 대통령의 고유권한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수 없다"면서 내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또 "비상계엄은 사법심사 대상이 되지 않아 검사가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에 대해 옳다 그르다 판단하는 것 자체가 옳지 않다"며 "사법부의 독립, 수사기관의 독립 원칙에 어긋나는 문제를 초래한다"라고 강조했다.
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가 향후 재판 일정 등을 조율한 뒤 재판을 마친다는 의미로 "더 말할 게 없느냐"라고 물어보자 김 전 장관 측은 갑자기 "영상 하나를 틀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지 부장판사는 "준비기일에?"라고 놀란 목소리로 반문했고, 김 전 장관 측은 "그렇다. 증거 보전이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잠깐만 재생하겠다"라고 말했다.
재판부 : "어떤 내용인가?"
검찰 : "저희는 아는 바가 없다. (선관위 서버 증거보전) 신청서를 접수하면서 현장에서 튼다는 건데..."
재판부 : "만약에 필요하면 신문기일을 잡도록 하자. 지금은 어디까지 준비기일이라..."
김용현 측 : "그럼 요지를 말하겠다. 그동안 중앙선관위나 법원은 계속해서 이건(서버는) 국가기밀이라 못 본다고 했다. 그런데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이 (15일) 국회에 출석해서 진술했다. 법원이나 관련기관 협의에 따라서 보자고 하면 적극적으로 응할 것이라고. 부정선거에 관한 의혹에 검찰은 뭐라고 했나.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모두 해결됐다고 했다. 법원이나 수사기관에서 대통령이 문제제기하는 서버에 대해 실물을 보거나 조사를 실시하거나 접근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 이번 일에 있어서 계엄 관련 정당성을 확인하려면 (서버) 증거보전이 필요하다."
재판부는 "알겠다. (신청서를) 지금 줬으니 읽어보겠다"며 영상 재생을 불허했다.
김 전 장관 측은 이미 지난해 12월 법원에 중앙선관위 서버 등에 대한 증거보전을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중앙선관위는 '부정선거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지난달 24일 "합동 보안컨설팅 당시 국정원이 요청한 시스템 구성도, 정보자산현황, 시스템 접속 관리자·테스트 계정을 사전에 제공하였으며, 침입탐지·차단 등 자체 보안시스템을 일부 적용하지 않았다"면서 "모의 해킹은 이러한 상황에서 진행되었으며, 해당 내용을 기반으로 우리 위원회의 방화벽이 사실상 무용지물이며 데이터 조작이 가능하다는 주장은 수용하기 어렵다"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지난 21대 총선 이후 부정선거 이유 관련 소송 126건이 제기됐지만 법원이 받아들인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김용현 측 "재판, 한 달에 한 번도 어렵다"... 내달 6일 2차 공판준비기일
내란 혐의 공범들과의 사건 병합이나 공판기일 지정을 두고도 검찰과 김 전 장관 측의 공방이 이어졌다.
검찰은 "유사 사건에서 병합 사건에 대한 불필요한 재판 공전이 발생한 사례가 있는 만큼 효율적이고 유연한 심리 위해서 병행 심리를 요청드린다"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되는 다른 내란 혐의 피고인 사건과 분리돼 재판이 이뤄져야 한다 것이다.
반면 김 전 장관 측은 "빨리 재판을 진행할 경우 피고인에 대한 충분한 방어권 보장이 안된다"며 "당연히 병합해서 충분한 반대신문, 조사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공판 일정을 두고 "한 주에 2회 또는 3회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 RO사건(통합진보당 내란선동사건)의 경우 1주일에 4번 재판이 진행된 점을 고려해달라"고 말했다.
김 전 장관 측은 "기일을 아무리 촘촘하게 잡아도 물리적으로 준비가 안되는 상황이면 검찰 측에서 요청하는 것처럼 신속한 재판이 일방적으로 지정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며 "RO사건과 일국의 국무위원 재판을 비교하는 게 너무 모욕적이고 검사들의 인식 수준에 안타까움을 느낀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2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도 어렵다"고 했다.
지 부장판사는 "공소장과 증거 규모, 피고인 구속 기간 등을 고려하면 2주에 3회 정도 재판을 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지만 피고인과 검찰 측 의견을 고려해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공방이 이어지자 바로 공판에 돌입하지 않고 한 차례 더 변론준비기일을 열기로 했다. 그날을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의 변론준비기일이 예정된 2월 6일로 잡았다. 같은 날 사건 병합에 대해서도 논의하겠다고 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재판 종료 직전 "공정과 신속한 재판과 관련해 여러 가지를 재판부에서 합의해 보겠다"며 "작은 사건이든 큰 사건이든 법원에 오면 어느 사건이든 똑같다. 재판은 공정하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재판부가) 기일 지정에 관해서 다른 규모가 큰 사건과 비교를 한다고 했는데, 대통령 권한행사를 두고 이런 경우 없다"는 김 전 장관 측 주장에 대한 반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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