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왼쪽 네번째),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왼쪽 세번째), 야당 국회의원들이 2024년 11월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법제화, 노조법 2, 3조 개정 등 22대 국회 핵심 입법 과제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시장에 뒤처진 사람들과 동행하여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이 글에서도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법제도적 보완과 단체교섭을 통한 변화를 제안했으나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해결 방안이 있지만 불평등한 노동시장은 수십 년째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있으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면 이유는 간단하다. 해답을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정부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잃어버린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제대로 노동관계법 적용을 시도한 적이 있었나?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은 1996년 노사관계개혁위원회의 합의사항이었지만 지난 28년 동안 얼마만큼의 노력이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씨를 뿌린 적이 없으니 거둬들일 수확 또한 없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닐까.
초기업교섭도 이중구조를 완화할 수 있는 제도이지만 진전과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 단체협약은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핵심 도구다. 기업의 울타리를 넘는 초기업교섭이 활성화할수록 동일 산업의 노동조건은 상향 평준화할 수 있다.
국회는 2021년 노조법 제30조를 개정해 정부가 초기업교섭을 지원하도록 명시했으나 정부의 실천적인 노력은 더디다. 심지어 윤석열 정부는 노동조합을 불법집단으로 매도해 건설, 화물 등의 초기업교섭을 무력화하기도 했다. 보수정부가 집권할 때마다 노조의 기능을 부정하니 교섭의 제도화는 진전과 후퇴를 반복해 제 자리에 머물러 있다.
새로운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하지만 장애물이 적지 않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으로 특수고용과 플랫폼 노동자의 보편적인 권리를 보장하는 한편, 오분류된 노동자를 신속하게 구제하는 정책적 조처가 이루어져야 한다.
노동자로서의 권리는 노조법 2조의 개정으로 부분적인 해결이 가능하다. 이 역시 이런저런 이유로 조처가 미뤄지면서 실은 법 개정, 정책적 조처 등 해결된 것이 없다. 특히, 노조법 2조는 3조 개정과 함께 국회에서 두 번씩이나 본회의 의결이 이뤄졌으나 윤석열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모두 거부하여 진전을 가로막았다.
사회안전망과 관련하여 저소득층을 위한 근로복지 확대, 전 국민 고용보험, 상병수당 도입 등은 실효성 높은 과제이고 양극화와 불평등이 심한 우리나라의 상황에 비추어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정책이지만 진전은 더디다. 사회안전망 확대를 위해서는 적극적인 조세정책으로 재원을 마련하고 이를 저소득층에 분배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제한된 자원으로 인해 모두가 만족할 만한 합의는 쉽지 않다. 노동시장의 차별을 줄이고, 임금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법은 누군가의 양보가 불가피하다. 지금은 사용자가 누려온 과도한 혜택을 내려놓을 때이다. 실은 더 내놓으라는 것이 아니라 국제 표준(글로벌 스탠다드)을 지키라는 정도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기업은 자발적으로 실천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와 국회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
과감한 정책을 실천하기 전까지는 많은 걱정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꼼꼼하게 점검하여 정책을 수립하고 나면 오히려 별일 없이 잘 작동하기도 한다. 30년 전 노조의 정치활동 허용이 그랬고, 20년 전 주 5일 근무제도 그랬고, 몇 해 전 주 최대 52시간 근무제 도입도 그랬다. 국민의 삶에 획기적인 변화를 줄 수 있는 정책들은 이해관계자의 찬반 목소리가 크지만 막상 실시하면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데 기여했다는 사실을 역사는 증명한다.
일하는 국민 다수가 행복해지는 것이 확실하다면 걱정, 두려움, 주저 대신 용기와 결단을 내려야 한다.
▲정흥준 /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소셜 코리아 편집위원)
정흥준
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정흥준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소셜 코리아> 편집위원입니다. 학교에서 노사관계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주로 강의하며 간접고용 비정규직과 노동조합 등에 관해 연구합니다. 주요 저서로 <오줌인형 잡기> 등 6편의 편저가 있으며 국내외에서 50여 편의 논문을 출판했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