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쓰레기통이 아니다"7일 경북 포항시 북구 영일대해수욕장 백사장에서 포항환경운동연합, 포항YWCA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규핵발전사업, 함께 아웃되어야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경북 울진에 핵발전소 2기 추가 건설이 허가되었다. 신한울 3,4호기다. 이 발전소가 준공되면 울진에만 10기의 핵발전소가 들어선다. 한 지역에 발전소, 그것도 핵발전소가 밀집되는 것은 위험하기도 하지만, 지역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 에너지 다소비 도시와 산업지역을 위해 특정 지역에 발전소를 짓고 발전하고 송전하는 시스템은 지역에서 필요한 에너지는 지역에서 생산한다는 정의로운 에너지정책과 상충된다.
게다가 현재 울진이 소재한 동해안 지역은 전력망 포화 문제로 새로 건설되는 발전소들의 가동이 안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문제를 그대로 둔 채 발전과 송전을 하려면 초고압송전망을 새로 건설할 수밖에 없는데, 이 역시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지역의 반대로 녹록지 않거니와 대규모 발전과 장거리 송전이라는 중앙집중식 공급방식이라 명분도 없다.
그런데, 정부는 지난 연말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을 발표하며 또 다시 핵발전 2기를 추가로 더 짓겠다고 했다. 애초 계획은 신한울 3,4호기에 더해 3기를 추가로 짓겠다는 것이었는데, 여야 합의를 위해 2기로 축소한 모양이다.
안전하고 깨끗하고 지역별 형평성을 고려한 분산된 에너지를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획기적으로 늘리면서 핵발전을 빠르게 대체해야 한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평소 "원전 산업 정상화를 넘어 원전 재도약 원년으로 만들기 위해 전폭 지원을 펼칠 것"을 강조해 온 대로 소형모듈원자로를 포함한 원전 산업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여전히 경주중이었다.
작은 원전이라고 괜찮은 것이 아니다
마치 소형모듈원자로는 핵발전의 여러 단점을 충분히 극복하고도 남는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소형모듈원자로는 규모가 작을 뿐 핵발전의 위험성을 고스란히 갖고 있다.
앞서 윤석열 정부의 핵발전 관련 계획 중 일부는 부풀려졌다고 말한 것은 체코원전 수주가 마치 다 된 밥인 것처럼 이야기했으나,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점에서 그렇고, 일부가 불가능하다고 말한 것은 소형모듈원자로 사업을 두고 한 말이다.
원전 찬성 및 추진론자들은 소형모듈원자로 사업의 장점으로 소규모라서 부지 찾기에 어렵지 않아 전력이 필요한 곳 이곳저곳에 들여놓고 발전하면 되는 것처럼 말한다. 냉각재 펌프를 비롯한 원자로, 증기발생기, 가압기 등의 주요 기기가 일체화된 300MW 이하의 원자로라 건설기간도 짧고, 공장에서 기자재들을 각각 생산해서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라 간단해 전력이 필요한 도시 곳곳에 배치하면 된다는 식이다.
그러나 소형모듈원자로 사업은 개발과 상용화가 매우 불확실한 사업이다. 수십 년간 지연되어 오고, 실질적 성과와 실적이 없었던 국제적 성적표가 이를 증명한다. 소형모듈원자로 선도기업이었던 뉴스케일의 소형모듈원자로 프로젝트도 무산되었고, 웨스팅하우스는 건설과정에서 기업이 파산했다.
뿐만 아니라 소형모듈원자로는 크기만 작을 뿐 핵발전이 갖는 위험성을 그대로 갖고 있다. 고장으로 인한 사고의 돌이킬 수 없는 방대함, 처리할 곳 없는 독성 핵폐기물을 배출한다는 점에서 다를 바 없다. 핵발전으로 인한 방사성 오염이 자명한데, 작다는 이유로 이를 환영할 지역이 과연 있을까? 게다가 규모의 경제조차 뒷받침하지 못해 사업성도 없다.
핵발전이 저렴하다는 착시
핵발전은 저렴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핵발전이 경제적이란 생각을 하게 만든 이유는 통계 때문인데, 이 통계는 의도된 것이거나 '세상에는 세가지 종류의 거짓말이 있는데,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통계'라고 했던 (영국 총리 벤자민 디즈레일리의 말을 마크 트웨인이 인용한 말) 바로 그 통계에 속한다.
핵발전이 저렴했던 이유는 정부의 각종 지원 때문이고, 핵폐기물 처분 비용이 적정하게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고, 사고 비용이 제대로 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누락된 비용은 추후 우리들이 부담하게 되어 있다. 사고만 셈하더라도 방사능 피해, 피난민 지원, 장기 관리 비용 등 천문학적인 비용이 수혈될 수밖에 없다.
일본도 처음에는 후쿠시마 핵발전 사고의 비용을 약 203조 (23조 4천억 엔, 2023년 정부기준)-최대 826조 (81조 엔, 2019년 민간기준)으로 추산했지만, 11년이 지난 2022년 이미 100조원 이상을 사용했음에도 녹아내린 원자로 잔해조차 수습하지 못한 상황이다.
핵발전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약 1조 6200억원까지만 배상책임을 지도록 되어 있는데, 실제 후쿠시마와 같은 사고가 발생할 경우 손해배상액을 596조2천억원으로 산정하고 있다고 한다. 결국 중대 사고로 수백조원의 피해가 발생하면 국가가 책임질 수밖에 없고, 국민들이 떠안게 되어 있다. (녹색연합과 김대경 아시아개발은행 컨설턴트의 인터뷰 내용)
세계원전동향보고서에서도 2009년부터 2024년까지 발전원 별 균등화발전단가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데, 태양광발전의 단가(노란색)는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는데 반해, 핵발전 (보라색 곡선)의 발전단가는 오르고 있다. 균등화발전단가(LCOE)란 건설비, 연료비, 운영비 등을 전력 생산량으로 나누는 발전단가와 달리, 환경/사회적 비용을 포함하여 발전소 전체 수명주기(건설~폐기) 동안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평균화한 단위 비용을 말한다.
▲.재생에너지와 전통적 발전원 사이의 비용 변화 (2009~2024년 LCOE / 단위: 달러/MWh). 핵발전(보라색) 123->182 (49% 상승), 석탄화력(검정색) 111->118 (7% 상승), 복합 가스(분홍색) 83->76 (8% 하락), 대규모 태양광(노란색) 359->61 (83% 하락), 육상풍력(하늘색) 135->50 (63% 하락)
출처 : 세계원전산업동향
핵발전은 우라늄 연료를 채굴, 정련하는 과정에서 환경오염, 운영 및 폐기과정에서 방사성물질을 배출한다. 운영과정 중 온실가스가 배출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를 용납할 수 있다면 대단히 일면적 관점일 뿐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무탄소 전원이 강조되고 기후위기 대응이 말뿐이라도 강조된 것은 핵발전을 옹호하기 위한 논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탄소 감축을 위한 노력은 전혀 하지 않으면서 기후위기 운운한 것은 원전 산업 생태계를 공고히 하며 원전 강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입발림이었다. 윤석열과 함께 시도된 핵발전 확대 정책은 그의 퇴출과 함께 단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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