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나경원, 김기현 의원 등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정문앞에서 ‘내란수괴’ 혐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대기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우성
현재 국민의힘 지도부의 전략은 명확해 보입니다. 법 기술과 경호처의 물리력을 이용하여 최대한 헌법과 법률의 심판을 늦추는 겁니다. 확보한 시간 동안 강성지지층을 타깃으로 여론전을 펼쳐 '준비된 조기대선'을 치르자는 것일까요?
언론에서도 윤석열 탄핵체포와 탄핵반대 집회를 동일선상에 놓고 보도하면서 마치 윤석열 관저 앞이라는 링 위에서 진보와 보수가 힘겨루기를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법원 체포영장이 불법이고, 탄핵 찬성 집회에 중국인이 대거 참여하고 있으며, 민주노총 조합원이 경찰을 폭행해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황당한 가짜뉴스들이 검증되지 않고 보도되고 있습니다.
윤석열의 쿠데타를 막지 못한 관료들은 이제 와서 헌법과 합의를 들먹이며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습니다. 무능한 공수처의 모습 역시 법 집행에 문제가 있다는 인상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윤석열과 잔당들은 군대를 동원해 대한민국의 권력을 사유화하려고 했던 일을 '해프닝'으로 만들려는 중입니다.
지배 엘리트들이 입만 열면 이야기하던 헌법과 법률에 따라 세상을 운영한다는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리자, 계급과 힘의 논리에 따라 세상이 돌아간다는 잔인한 진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우리의 민주주의가 광장뿐만 아니라 일터와 지역, 여론조사 표본에서 배제된 사람들에게까지 연결되어야 할 때입니다. 광장에서 꽃피운 민주주의가 우리의 일상으로 배달되어야 하고, 광장에 참여하기 힘든 존재들의 이야기가 광장으로 배달되어야 합니다.
배달을 가장 신속하고 정확하게 하는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바로 라이더들입니다.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 조합원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탄핵은 신속하게, 배달은 안전하게'라는 슬로건을 걸고 민주주의를 배달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전국에 흩어져있는 동료 라이더들의 일터에 방문해 민주주의와 배달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을 함께 외치는 대장정입니다.
코스가 의미심장합니다. 보수의 심장이라고 하는 TK 지역을 훑고 대전과 경기도를 거쳐 서울에서 개최되는 토요일 집회에 참여합니다.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위기가 있을 때마다 대구경북을 방문합니다. 살려달라는 겁니다. 라이더들은 함께하자고 말하기 위해 갑니다. 생각이 다른 국민들을 만나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야 하고 우리의 일상에서 만나는 동료들과 소통하는 것을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라이더의 배달통에 담긴 요구와 민주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