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1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국군의날 행사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장관
연합뉴스
왜 이렇게까지 되었는가? 계엄 이후 논의들은 대부분 이를 '한국 문제'로만 보고 있는데, 현재의 위기들이 국내적 사안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잘 봐야 한다. 그것은 최근의 여러 세계적 위기와 무관하지 않으며, 또한 한국의 위기가 세계적 위기를 증폭시킬 수도 있다.
지난 몇 년간 세계는 여러 중대한 위기를 연이어 겪었다. 2020년에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구적 보건 위기와 그에 뒤따른 경제, 고용, 고립의 위기를 동시에 겪은 데 이어, 2022년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쟁이 발발했고 그 후 미국·유럽과 러시아의 외교·군사적 갈등, 그에 연동된 식량·에너지 가격 상승, 분배정치와 녹색정치의 재정 부담에 대한 불만 격화, 이스라엘-아랍 지역과 동아시아의 군사적 긴장 고조 등이 이어져 글로벌 복합위기를 형성했다.
이 같은 복합적 문제상황은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사고를 가지고 공동체의 자원을 투여해야만 대응할 수 있다. 그런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바로 '정치'이고, 그래서 복합위기들을 해결해야 한다는 강한 압력이 각국 정부에 가해진다. 하지만 일국적 한계 내에서는 기존의 민주 정치 세력들이 이를 감당할 능력이 제한되기 때문에, 그에 불만을 갖게 된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비민주 정치 세력들이 성장할 수 있는 빈 공간이 커진다.
실제로 세계적 위기들은 최근 많은 나라에서 극우 정치의 승리를 초래하고 있다. 2024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정당들의 돌풍과 녹색정당들의 몰락, 2022~2024년에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 유럽 여러 나라 선거에서 극우정당의 성공, 미국에서 트럼프의 대통령 재선과 공화당의 상·하원 석권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우경화는 경제난, 불평등, 난민, 이주, 전쟁, 기후재난이 맞물린 글로벌 복합위기의 영향을 보여준다.
군사독재 국가만도 못한 한국의 자유도
그와 같은 국제 환경의 불안정성이 국내 정치에서 윤석열 정권의 출범과 맞물렸다는 것은 역사적 불행이다. 2022년 집권 초반부터 윤 정권은 극우, 반노동, 검찰 정권으로서의 성격을 분명히 드러냈다. 대통령은 야당과 여론을 무시하고 겁박하면서 자신의 의지만을 관철하려 했고, 극우 인사들을 고위공직에 대거 임명했으며, 국가기관의 조직 지도부를 심복들로 채워갔다.
2024년 총선의 야당 압승, 김건희 스캔들, 명태균 게이트 등으로 정권이 위기에 처했을 때, 대한민국 국가조직은 이미 비상계엄같은 극단적 해결책을 진지하게 고려할 수 있는 조건이 되어 있었다.
이 시점에 많은 국제기관은 한국의 민주주의와 자유, 인권의 급격한 후퇴를 우려하면서 '독재화'의 가능성을 경고했다. 스웨덴에 소재한 저명한 민주주의 연구기관인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의 연례보고서에서, 2019~2021년 한국의 민주주의 지수는 세계 17~18위를 유지했으며 일본, 대만, 프랑스보다 높았고 미국, 캐나다보다는 월등히 높았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2년차인 2024년 보고서에서 한국의 민주주의 지수 순위는 세계 47위를 기록했다.
한국의 민주주의 수준은 중남미와 비교되는 위상이 되었다. 민주주의 수준이 상당히 떨어지는 자메이카, 수리남같은 나라들이 한국보다 더 민주적인 나라로 평가받았고, 칠레와 우루과이는 한국보다 월등히 민주적인 나라로 평가됐다. 특히 5개 평가부문 중 한국의 국제 순위가 가장 낮은 것이 '선거 민주주의' 부문이었다. 여기에는 표현, 언론, 결사의 자유 등 가장 기본적인 민주주의 지표들이 포함된다. 독재에 아주 근접했다는 심각한 경고등이 켜져 있었던 것이다.
국경없는기자회가 매년 발간하는 언론자유도 보고서 역시 의미심장한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노무현 정부 때 언론자유도가 세계 30위까지 오르기도 했던 한국은 2024년에 62위로 추락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한국보다 한 계단 위인 61위로 평가된 가봉이 조사 시점에 군사독재 하에 있었다는 것이다. 즉 윤석열 정권 2년차에 한국의 자유도는 군사독재 국가만도 못한 것으로 밖에서는 평가받고 있었다. 그리고 그 해가 가기 전 친위쿠데타와 독재 수립 시도가 일어났다.
대통령 하나 잘못 뽑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