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13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이 연설을 마친 후 손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지구촌 어디에서든 환경문제에 있어 희망적 소식을 접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지난 1년, (정치 부문에서) 출구 없는 안개 속을 답보 중인 프랑스에서 그나마 시민들을 숨 쉴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점점 나아지고 있는 공기의 질이다.
파리와 파리 인근 수도권 지역의 대기 오염을 감시하는 독립 시민단체 에어파리프(Airparif)의 측정에 따르면, 2023년 파리시의 미세먼지지수는 2003년에 비해 55%, 특히 지난 10년 전에 비하면 45% 감소했다.
이러한 감소 추세는 저고도층의 오존 지수를 제외한 모든 지수(이산화질소, 미세 먼지, 초미세먼지)에서 공통으로 목격되는 현상이다. 2014년부터 급격히 좋아지기 시작한 파리와 수도권 지역의 공기는 같은 시기 파리 시장을 역임해 온 안 이달고 시장의 분투의 결과이기도 하다.
맑아진 공기는 당연하게도 시민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호흡기에 직접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이산화질소(NO2)는 천식을 악화시키거나 폐에 염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만성 기관지 질환을 초래하거나 폐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 또한 당뇨병이나 뇌졸중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일드프랑스 지역 보건 기관의 통계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 동안 초미세먼지로 인한 대기 오염이 초래한 조기 사망자 수가 연간 1만 350명에서 6220명으로 약 40% 감소했다. 이러한 긍정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파리 지역에서 가장 붐비는 외곽 순환 도로는 대기의 질이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에도 못 미치는 탓에, 파리시는 더 높은 수준으로 대기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한다.
환경 시장 이달고
이달고 시장은 2014년에 파리시장으로 당선됐다. 그는 2015년 파리시에서 전 세계 천여 명의 시장들을 모아 파리기후협약을 개최하는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0년 동안 환경 문제에 있어서 공격적이고 혁신적인 정책을 주도해 온 인물로 꼽힌다. 이미 2007년 파리시 부시장 시절부터 도시계획과 환경 부분을 담당해 오던 그는, 2014년 시장 당선 즉시 대기오염을 줄이는 것을 '파리지앵 삶의 질 향상'의 첫 번째 목표로 삼았으며, 이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파리시의 핵심 정책이기도 했다.
2018년엔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도시 농업 전용 30헥타르를 포함, 2026년까지 150헥타르에 달하는 녹색 지붕·녹색 담벼락을 확보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는 도심의 열섬 현상과 대기 오염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도시에 자연을 끌어들이는 정책이었다. 학교 건물 옥상에 텃밭이 만들어지고, 임대주택 담벼락을 식물들이 타고 올라가며, 도심의 자투리 공간 구석구석에 꽃밭이 조성되면서 더 많은 녹색 식물들이 도심에 채워졌다.
같은 해 지구 온난화 대처에 필요한 지속적 자금 조달을 위해, 유럽 국가들 간 공동의 노력을 촉진하고자 '유럽기후금융협정'을 도입하기도 하기도 했다.
2026년까지 파리 14구와 20구에, 17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 2개의 도심 숲을 새롭게 조성하겠다는 계획이 진행 중이기도 하다. 그린피스의 발표에 따르면, 안 이달고가 파리 시장으로 머물던 첫 5년 동안 파리시는 프랑스 전역에서 대기 오염 퇴치를 위해 가장 성실하게 노력한 도시로 평가되기도 했다.
특히, 파리시 전체 예산의 4%에 해당하는 8300만 유로(2024년 기준)를 파리 주민참여예산제에 할애했다.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지역 생활 시설과 학교·유치원 등 공공시설에 녹색 공간·옥상 정원·텃밭 등을 조성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예산을 지원해 왔던 것이다. 2014년부터 10년 동안, 모두 855건의 도심의 녹색 정원 조성 사업이 주민참여 예산제의 프로젝트로 선정되기도 했다.
승용차와의 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