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2.27 09:51최종 업데이트 24.12.27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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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의견을 피력할 때에는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혹은 '조선'으로 표현하고자 합니다. 조선에 대한 인식은 달라도 윤석열 정부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화의 필요성을 말합니다. 대화는 말 그대로 상대와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인데, 상대가 반감부터 갖게 되는 표현은 대화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무너진 남북관계와 위기에 처한 한반도 평화를 재설계하기 위해서는 적대성의 완화와 대화 재개가 필수적입니다. 서로 '제 이름 부르기'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독자 여러분의 이해를 구합니다.[기자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월 1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국군의날 시가행진에서 국민들과 함께 광화문 월대를 향해 행진하며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왜 저렇게까지 하는 걸까?' 2024년 들어 더욱 기승을 부린 윤석열 정부의 대북 강경책을 보고 든 의문이자 걱정이었다. 9·19 군사 합의 전면 파기, 민간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방조, 대북 확성기 방송 전면 재가동, 북방한계선(NLL)과 휴전선 등 접경 지역에서의 대규모 군사 훈련 강행, 평양 무인기 침투 의혹 등 윤 정부의 일련의 대북 강경책이 의도한 바는 명확해보였다. 대통령 부부가 궁지에 몰릴 때마다 남북관계의 긴장을 고의적으로 조장해 국면을 전환하려는 속셈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걱정은 가시지 않았다. 윤 정부의 '대북 자극책'이 초래할 위험은 "북한의 무력도발"에 있었다. 과거에 조선(북한)은 한국의 전단 살포나 확성기 방송에 "조준 사격" 위협을 하거나 실제로 감행한 적이 있었다. 여러 차례의 무력충돌이 발생해 '한반도의 화약고'로 불려온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에 대해서도 2024년 초에 NLL의 "불법성"을 부각하며 해상국경선을 포함한 영토 조항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조선이 예고했던 조치를 실제로 취했다면 서해는 일촉즉발의 상태에 놓였을 것이다.


여기까진 12·3 내란 사태의 실체가 밝혀지기 전까지 필자가 생각하고 표현했던 바이다. 특히 NLL이 큰 걱정이었다. "정서적 영토선"으로 불려온 NLL 인근에서 또다시 무력충돌이 발생하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확전의 위험도 커질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윤석열의 의도 읽은 북한의 자제

탈북민 단체 겨레얼통일연대 회원들이 지난 6월 7일 밤 강화도에서 대북 전단을 살포하는 모습. 이 단체는 8일 보도자료에서 대형 풍선 10개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비난하는 내용의 대북 전단 20만 장 등을 담아 북한 방향으로 날려 보냈다고 밝혔다.겨레얼통일연대 측 제공.

그런데 NLL을 주목한 이는 또 있었다. 내란 기획자로 의심받는 노상원의 메모에 'NLL에서 북의 공격 유도'라고 적혀 있는 게 확인된 것이다. 정보사령관과 777사령관을 지낸 노상원은 누구보다도 NLL의 민감성을 잘 아는 인물이다. 그의 메모가 실제 영향을 미친 것인지, 또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전이 한국군의 사격훈련을 영해 도발로 간주한 조선의 공격으로 벌어진 것이라는 점을 참고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군 당국은 연평도·백령도에서 1·6·9·11월에 해상사격 훈련을 강행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윤석열에게 계엄 선포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진 김용현 전 국방장관이 평양 무인기 침투와 "북한의 오물 풍선에 경고 사격 후 원점을 타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정황도 뚜렷해지고 있다. 만약 이들 문제로 인해 남북 간에 무력충돌이 발생했다면, 윤석열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라고 주장하면서 계엄을 선포하려고 했을 것이다.

'계엄 모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검찰 송치'12.3 비상계엄' 기획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24일 오전 서울 은평구 서울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연합뉴스

하지만 조선은 대북 전단과 확성기 방송에 총포를 동원한 무력대응이 아니라 오물 풍선과 괴음 방송으로 응수해왔다. 헌법을 개정했다고 하면서도 서해 해상국경선을 포함한 영토 조항의 신설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평양 무인기 침투에도 맞대응을 자제했다.

왜 그랬을까? 단초는 7월 8일에 나온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에서 발견할 수 있다. "최악의 집권위기에 몰려온 윤석열과 그 패당은 정세격화의 공간에서 '비상탈출'을 시도하고 있다"며, "끊임없이 안보불안을 조성하고 전쟁분위기를 고취"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 것이다.

'우리 안의 북한'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의 조선' 직시해야

이번 사태를 거치면서 남북관계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태도를 근본적으로 성찰해야 할 필요가 더욱 커졌다. '12·3 내란 사태'가 분단된 현실에서 한국 정권이 남북 적대관계를 국내 정치적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것을 거듭 확인해주었다는 것은 많은 이들이 지적하는 바이다. 남북관계와 한국 민주주의의 상호연관성이 여전히 강력한 만큼, 둘 사이의 선순환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도 많은 이들이 주문한다.

하지만 남북관계를 과거처럼 '복원'하는 것은 상당 기간 불가능해졌다. 통일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새로운 접근을 고민해야 할 때다. 한국과 조선을 평화적으로 분리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한국과 조선을 '하나'라는 허상에 가둬둘수록 '개의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Wag the dog)'는 실재 공간에서의 현상은 끊이지 않는다.

이는 '북한'이 한국에서 소비되어온 방식을 떠올려보면 알 수 있다. 대개 조선이 한국의 최대 위협이라고 하지만, 현실에선 '호명된 북한'이 실재 위협이 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윤석열이 계엄을 선포하면서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겠다"고 언급한 것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또 "북한 정권이 불안해지면 관심을 밖으로 돌리기 위해 도발할 것"이라거나 "한국이 불안해지면 북한이 도발할 기회를 엿볼 것"이라는 말도 숱하게 들어왔다. 하지만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했을 때에도, 한국에서 여러 차례 정치적 급변 상황이 발생했을 때에도 조선은 무력도발을 감행하지 않았고 그 징후도 거의 없었다.

이처럼 '우리 안의 북한'은 '있는 그대로의 조선'보다 한국에서 강렬하게 소비되어왔다. 이는 거꾸로 한국과 조선이 별개의 존재라는 인식이 뿌리내릴수록 조선이라는 존재를 국내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시도가 설자리가 좁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주주의를 포함한 한국의 발전과 선진화를 위해서라도 '탈북한'이 필요하다고 보는 까닭이다.

이는 필자가 '북한' 대신에 가급적 '조선'이라고 표현하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이 표현에 대한 생경함과 거부감이 줄어들수록 국제법적으로 엄연한 주권국가인 조선을 대한민국 영토로 규정한 헌법 개정도, '반국가단체'로 규정한 국가보안법 개폐 논의도 건강한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다. 또 '국가 대 국가의 관계'라는 국제적 표준에 기초해 남북관계의 새로운 장을 써내려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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