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가 파업을 종료하고 현장 복귀를 결정한 2022년 12월 9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앞에서 관계자가 도로에 세워둔 화물차들에 붙어있던 파업 관련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자신이 반국가세력이 되지 않았나 걱정했지만 노동자들은 늘 반국가세력으로 낙인찍혀 탄압받았습니다. 윤석열은 거제의 조선하청노동자들과 화물연대, 건설노조를 상대로 극심한 탄압을 자행했습니다.
7월 9일에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개정해 헌법에 보장된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파업을 '사회재난'으로 규정했습니다. 윤석열의 쿠데타가 아니라 철도노동자들의 파업이 재난문자로 뿌려진 이유입니다. 대통령은 이미 노동자들과의 내전을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노동자였던 '반국가세력'은 윤석열의 말을 듣지 않는 모든 이들로 확대되었고 결국 비상계엄까지 이어졌습니다. 비상계엄 선포 후 발표된 포고령 4호는 "사회혼란을 조장하는 파업, 태업, 집회행위를 금한다", 포고령 5호는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였습니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진술한 계엄 당시 체포명단에는 양경수 민주노총위원장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전쟁론>의 저자 클라우제비치는 '전쟁은 정치의 연장이다'라고 했는데 윤석열의 정치는 처음부터 끝까지 전쟁이었다는 걸 보여준 포고령입니다. "반국가 세력을 제외한 선량한 국민들은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조치한다"라고 한 포고령 6호는 노조탄압에 선봉에 섰던 윤석열이 노조조끼를 입지 않은 노동자들에게는 '노동약자'라는 이름을 달아주고 보호해 줄 테니 안심하라고 한 것과 겹쳐 보입니다.
사실 윤석열의 포고령 5호는 2024년 12월 3일이 아니라 2022년 겨울 화물노동자에게 먼저 적용되었습니다. 윤석열은 도로 위 시민과 노동자의 안전을 지키는 안전운임제 쟁취를 위해 벌인 화물연대의 파업을 북핵 위협과 마찬가지라고 했습니다. 군 통수권자가 국민을 전쟁을 해서라도 막아야 할 적으로 규정한 겁니다.
화물노동자들은 국토교통부 장관이 업무를 하라고 하면 강제로 해야 합니다. 이를 거부하는 노동자들은 화물운송자격이 취소·정지되거나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일을 하지 않으면 처단한다는 비상계엄 포고령 5호와 유사합니다. 이를 업무개시명령이라고 하는데, 수십 년간 발동하지 않았던 이 명령을 윤석열과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이었던 원희룡이 화물노동자들을 진압하기 위해 사용했습니다.
화물연대 노동자들은 업무개시명령이 위법하다며 이를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2월 20일 서울행정법원 제6부는 이 조항들이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헌법재판소에 위헌여부를 따져달라는 위헌제청결정을 내렸습니다. 헌법재판소에 윤석열의 내란범죄에 대한 탄핵심판뿐만 아니라 윤석열의 노동범죄에 대한 심판 역시 기다리고 있는 겁니다.
개인이 아니라 집단의 힘으로 나아갑시다

▲지난 12일 오후 ‘내란주범 윤석열 즉각 탄핵-구속! 내란동조 국민의힘 해체! 노동자-시민대회’에 참가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앞에서 기습시위를 벌였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스마트폰 불빛을 켜고 윤석열 탄핵 구호를 외치고 있다.
권우성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나 사직과 거부는 개인적 선택입니다. 그러나 모든 일을 개인의 결단과 선택에 맡겨놓는다면 윤석열과 같은 독재자를 막을 수 없습니다. 요즘 탄핵집회 참여자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는 노동조합은 부당한 명령을 거부할 권리를 집단적인 힘과 제도로 보장한 조직입니다.
헌법에 노동3권을 보장한 이유도 노동자가 집단을 이루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힘이 강한 국가나 기업에 의해 기본권이 침해될 위험이 크기 때문입니다. 일터에서의 해고는 추방이고, 임의적 징계는 계엄군에 의한 수사 처벌과 같습니다. 그래서 근로기준법이라는 법적보호조치와 함께 노조를 결성할 권리를 준겁니다. 우리 공동체의 권력을 입법, 사법, 행정으로 분산시킨 것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 집회결사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를 보장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때문에 불복종행동은 개인의 결단이 아니라 공동체의 힘으로 보장되어야 합니다. 2024년 12월 12일 양심적 병역거부자 37명이 이런 취지로 공동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개인의 양심은 아주 큰 힘을 발휘하지만 거대한 폭력 앞에서 양심의 목소리를 따르려면 큰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 우리는 개인이 이를 감당할 것을 요구할 수도 없고 그러기를 기대만 하고 있어서도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현역 군인들이 부당한 명령, 특히 헌법에 위배되고 인류가 쌓아온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에 어긋나는 명령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법과 제도로서 보장해야 한다. 많은 나라에서 현역 군인의 병역거부권을 인정하고 있으며 유엔자유권위원회 또한 2023년 11월에 현역 군인의 병역거부권을 인정할 것을 한국 정부에 권고했다."
비상계엄 이후 한강 작가의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자를 구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이 자주 인용됩니다. 과거의 희생자들을 기리는 이 질문들은 오늘날 우리를 향해 다시 던져져야 합니다.
'산자가 죽은 자를 모욕하지 않을 수 있는가, 죽은 자의 도움으로 산 자들은, 미래를 위해 죽은 자가 될 수 있는가? 미래의 우리가 오늘의 우리를 배신하지 않을 수 있을까?'
당연히 이 질문은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에 던져져야 합니다. 개인은 약합니다. 어제의 투사가 오늘의 부역자가 될 수 있고, 어제의 양심이 오늘의 불의가 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이 편지에 무수히 좋은 말들만 담아 정훈님께 보내고 있지만 제 삶의 족적은 그렇지 못합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는 임을위한 행진곡을 오늘도 내일도 계속 불려야 하는 이유입니다. 광주 망월동 묘역에 있는 무수히 많은 무명열사의 묘역처럼, 무수히 많은 무명 시민들의 행동과 연대로 우리의 민주주의를 들고 행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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