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일 저녁 기습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계엄군이 점령을 시도한 국회앞에서 시민들이 집결해 계엄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권우성
극우 망상가들이 부르짖는 복수의 정체
이들이 기존 사회를 대하는 병적 망상은 상식을 초월하며 합리적 추론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언어적 공격과 정치적 대립을 넘어, 물리적 폭력과 가해를 스스럼없이 정당화한다. 이들은 궁극적으로 민주적 공존의 가능성을 차단하고, 사회를 극단적 대립과 분열의 상태로 몰아넣는다.
물론, 그들은 자신의 생각에 확신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생각을 위해 타자를 희생시키는 일에 전혀 거리낌이 없다. 오히려 그것을 구국적 행동이라 믿는다. 그들에게 반대하는 모든 이는 반국가적이고 반사회적 존재일 뿐이다. 그들의 사고에서는 자신들만이 곧 국가이고 사회이기 때문이다.
이는 모든 망상가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전형적인 특징이다. 사실 그날 행사에서 위협적 발언을 한 것은 두 사람만이 아니었다. 많은 참석자들이 '복수'를 주제로 연설했다. 국가의 적들은 모두 체포되고 구금되어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리고 그들에게 국가는 곧 자신들의 생각 안에 있는 그것이었다.
스티브 배넌은 "언론과 민주당은 포퓰리스트 민족주의 권력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배워야 한다"면서 구체적으로 "조사, 재판, 수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원의원 브랜든 길은 "이 나라에는 다니엘 페니 같은 사람이 더 필요하다. 조던 닐리 같은 사람이 너무 많다"고 했다.
다니엘 페니는 정신장애인 노숙자인 조던 닐리를 목 졸라 사망케 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으나 무죄선고를 받은 인물이다. 이처럼 이들은 자신들의 망상과 그 구체적 행동 방향을 숨기지 않는다. 망상가들은 실재와 허구를 넘나들면서, 세상을 자신들의 입맛대로 구상한다.
윤석열 내란에 < AP통신 >이 미국인들에게 던진 질문
그리고 그런 구상은 때로 현실로 이어지며, 성공해, 실현되기도 한다. 그랬을 때의 사회는 어떤 디스토피아가 될지 짐작이 가능하다. 다수의 미국인들이 다시 칼을 갈고 돌아온 트럼프의 귀환을 보면서 느끼는 심리상태가 그것이다. 이들은 한국의 친위쿠데타를 보면서 조롱이 아니라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과거라면 한국의 민주주의를 냉소적으로 바라봤을 그들이, 지금의 한국 상황을 보면서 트럼프의 미국을 생각한다. < AP통신 >은 지난 9일 보도를 통해 "만약 한국이 공화당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트럼프가 있는 미국처럼 극도로 분열된 사회였다면, 대중이나 야당의 결정적인 지지를 얻지 못했을 것이고, 군이 무력을 사용할 가능성도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국회의원들 역시 만장일치로 쿠데타를 막기 위해 나서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12월 9일자 'South Korea’s democracy held after a 6-hour power play. What does it say for democracies elsewhere?(한국의 민주주의는 6시간의 권력 놀음 끝에 유지되었다. 다른 나라의 민주주의 국가들에게 무엇을 말하는가?)' 화면
AP통신 화면캡처
세계인들이 인정하는 한국의 민주주의 회복력은 < AP통신 >도 언급을 한다. 이번 사건은 "한국 민주주의 체제가 가진 취약성과 동시에 회복력"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 말은 많은 미국인들에게, 왜 자신들에게는 그런 회복력이 없는지 하는 질문을 내포한다. "견제와 균형을 기반으로 하는 한국 민주주의의 강점"이 혹여 미국에 없는 것은 아닌지 자문하는 뉘앙스를 풍긴다.
여전히 내란 세력과 싸우고 있는 한국 국민들은 이 지점에서 또 다시 역질문을 해봐야 한다. 만약 우리에게 시민의 역동성과 민주주의 회복력이 없었다면? <AP통신> 기자의 말처럼 만약 "윤석열보다 더 철저히 준비했을" 또 다른 권위주의자가 나타난다면? 특히, 만약 절대 다수의 시민들이 바라는 대로 윤석열을 끌어내지 못하고 그가 다시 권력의 한 복판에 돌아온다면?
'역사는 우연의 연속이 아니라, 시민행동의 산물'이라는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말은 지금의 한국 국민들을 평가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한국 국민들이 절대 놓지 말아야 할 말이기도 하다. 지금은 세계가 이곳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진역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봉준투쟁단’과 시민들이 ‘윤석열 체포’'사회대개혁'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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