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가운데)과 소위 '충암파'로 불리는 김용현 국방부장관(왼쪽),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오른쪽).
오마이뉴스 남소연 유성호/연합뉴스
12.3. 내란 사태는 국방부 장관인 김용현이 자의적 기준에 따라 국내 정치 상황을 '소요 상태'로 판단하고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하고 윤석열이 결심하는 형식으로 시작되었다. 개념상 계엄은 전시뿐 아니라 경찰의 치안 관리 능력을 벗어나는 공공질서 붕괴 상황에서도 선포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행정안전부 장관이 검토, 건의할 사항으로 규정된다. 국방부 장관이나 합참의장은 사회에 극심한 폭력 소요가 발생하더라도 이것이 경찰의 능력 범위 밖의 일인지, 군 병력 개입이 필요한 상황인지, 향후 상황 전개가 어떻게 될 것인지 자체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판단할 능력과 조직과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
따라서 국방부 장관에게는 평시 국내 상황을 빌미로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할 명분이 없고, 단지 군사상 필요에 의해 전시 계엄 선포를 검토, 건의할 수 있을 뿐이다. 이 때문에 계엄 선포 건의 권한이 국방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나뉘어 존재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건 혹자의 주장이 아니고,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가 스스로 세운 계엄 선포 가이드라인에 나오는 개념이다. 실제 군의 모든 계엄 실무는 '전시 계엄 선포'에 맞춰 설계되어 있다. 2017년 박근혜 탄핵 국면과 12.3 내란사태 모두 국방부 내 계엄 주무부서인 합동참모본부가 아닌 계엄과 전혀 상관없는 방첩사령부(기무사)에서 별도의 계엄 계획을 몰래 수립한 까닭이 여기 있다. 계획상 국회의원들을 잡아 가두는 반헌법적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평시 계엄 선포 자체가 합참의 계획 범위 안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통상을 벗어난 비정상적 계엄 선포를 군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수개월 동안 치밀하게 준비해 온 정황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그럼에도 아무도 몰랐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올해 들어 정치권 일각에서 계엄설이 돌기는 했으나, 그럼에도 어디서, 어떤 식으로 계엄이 준비되고 있는지는 누구 하나 알지 못했다. 군에 대한 민주적 통제·감시 장치가 고장 났거나 유효하지 않다는 뜻이다.
한 줌도 안 되는 전·현직 군 수뇌부의 결심만으로 가공할 내란이 가능했다는 건, 우리가 무력을 갖춘 군대를 관행과 신뢰 정도로 통제할 수밖에 없는 위험천만한 나라를 살아가고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끝나지 않은 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