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도이체벨레의 '북한은 남한의 정치적 혼란에 어떻게 대응했는가'라는 제목의 12일자 보도.
DWNews
일반적으로 그간 북한은 남한의 이러한 내부 문제를 재빨리 포착해 남한 체제의 부패와 무능을 강조하며 북한식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보도를 일삼았다. 도이체벨레는 남한에서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일주일이 지날 동안 북한이 이례적으로 침묵을 이어갔다는 점을 이상하게 여겼다. 특히 윤석열의 이번 계엄은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사회 곳곳에 북한을 따르는 종북주의자들이 암약하고 있다는 주장을 계엄의 정당성으로 삼은 것을 고려하면, 북한의 이 같은 태도는 사뭇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도이체벨레는 크게 3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첫째는 북한 내부의 두려움이다. 북한이 만약 윤석열의 비상계엄과 그에 따른 시민들의 대규모 시위 사태를 보도할 경우, 인민들의 내부 소요 사태를 우려했다는 것이다. 북한이 그만큼 내부 체제 안정성에 신경을 쓴다는 지적이다. 둘째, 남한의 군사 도발에 대한 두려움이다. 이는 국회에서도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던 것으로, 윤석열 정부가 지속적으로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남한 시민들의 관심을 의도적으로 외부로 돌리기 위해 북한과의 군사 도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다는 것이다. 이에 북한은 남한의 비상계엄과 관련된 보도를 자제하고 남한의 내부 동향을 살피며 남한의 군사 도발 가능성을 대비하는데 집중했다는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 이유는 보다 근본적인 관점으로 이제 북한은 남한을 그저 다른 국가('just another country')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고 남북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그러면서 조선중앙통신을 비롯한 북한의 국영 언론들이 남한 관련 보도를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는 추세다. 이는 북한은 이제 더 이상 남한에 관심을 갖지 않고 있으며, 한민족 혹은 통일의 대상이 아닌 그저 다른 나라로 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도이체벨레>는 이례적인 북한의 반응이 지난 2023년 말에 한국을 교전국(belligerent state)이라며, 향후 북한과 남한은 '적대적인 두 국가'(two hostile states)임을 명시한 헌법 개정 발표와 상관있다고 분석했다. 즉, 북한은 이제 남한을 동질적 민족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는 단계적 변화에 있고, 이번 보도양태는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는 것이다.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
지난 2주간 우리는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위협이 아닌 실제 생존의 위협을 느꼈다. 동시에 무수히 쏟아지는 뉴스들을 소화하느라 윤석열의 비상계엄과 탄핵을 한 걸음 뒤에서 볼 수 없었다. 위 두 기사는 이에 대해 우리 언론이 말하기 힘든 그들의 관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보도보다 주를 이루는 내용은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resilience)에 감탄하는 기사들이다. 예를 들어, 벨기에 브뤼셀에 본부를 둔 IPS(International Politics and Society)는 지난 12월 3일 밤 계엄으로 한국의 민주주의는 가장 큰 시험에 직면했지만, 2시간 30분 만에 의회에서 계엄을 해제하며 의회 민주주의가 승리했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민주주의가 그런 회복력을 보여줄 수 있었던 이유는 190명의 국회의원들과 수많은 시민들이 단호하게 행동한 덕분이라고 강조한다.
소수의 기득권과 정치권력이 한국의 민주주의와 정치를 수렁으로 빠트렸으나, 다수의 시민들이 거리에서 수렁에 빠질 뻔한 한국의 민주주의와 정치를 살린 것이다. 며칠 전 어떤 교수가 윤석열의 비상계엄과 이후 이어진 대통령실의 대응을 보며 앞으로 도대체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어떻게 외교를 해야 하냐며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이에 나는 내가 만약 일선에 있는 외교관이라면 상대 외교 파트너를 아래와 같이 설득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지난 반 세기가량 어렵게 만든 한국의 민주주의가 지금 큰 위기 봉착했습니다. 그리고 그 위기로 인해 한국과 오랫동안 민주주의, 인권, 법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이어가던 많은 파트너들이 한국과 외교관계에 우려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한국의 민주주의는 시민들에 의해 발전했고, 이번에도 시민들에 의해 발전될 것입니다. 비록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에 비해 짧은 역사를 가진 한국의 민주주의는 부침이 커 보입니다. 한국 민주주의의 가장 큰 장점은 수많은 시민들의 희생과 저항으로 만들어졌고, 지금도 그들에 의해 발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오늘의 위기를 통해 한국의 민주주의는 다시 한번 발전할 것입니다. 한국 정부가 아닌 한국의 깨어있는 시민들을 믿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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