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후, 행정안전부가 언론에 배포한 보도참고자료
행정안전부
발언요지도 없이... 비상계엄 선포 5분 만에 결정?
대통령비서실의 회신 내용에서 우선 주목해야 할 것은 이례적인 회의 진행이다. 국민의 기본권을 중대하게 제한하는 비상계엄 선포가 단 5분(오후 10시 17분~22분) 만에 결정되었다. 이는 실질적인 심의나 토론이 전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구나 참석자 및 배석자 명단에는 국무위원들만 있을 뿐, 통상적인 국무회의에서 배석하는 각 부처 실무진이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정말 배석자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인지, 아니면 책임 회피를 위해 빼놓은 것인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단 몇 시간 뒤인 12월 4일 새벽에 이뤄진 계엄령 해제 국무회의에는 국방부 장관의 제안 설명이 명시적으로 기록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보다 더 중대한 결정인 계엄령 선포 국무회의에서는 왜 아무런 발언 기록도 남기지 않았는가? 이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모순이다.
국무회의 발언요지가 왜 중요한가? 이는 계엄 선포 당시 참석했던 국무위원들의 정치적·법적 책임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자신들이 국무회의에서 계엄령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이 사실인지는 국무회의에서 어떤 발언을 했는지 기록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 더구나 현재 대통령 탄핵이 논의되는 상황에서 이들이 권한대행을 맡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들의 발언 내용을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 대통령비서실은 이 핵심적인 기록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라고 한다. 불과 5분 만에 진행된 국무회의에서 참석자들이 어떤 발언을 했는지, 혹은 아무런 발언도 없이 침묵으로 일관했는지 알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반헌법적 계엄 선포에 동조한 이들의 책임을 묻기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또 행정안전부는 보도자료에서 "안건 및 발언요지가 포함되어 있지 않아 지속적으로 추가 요청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발언요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대통령비서실의 해명을 신뢰할 수 없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기록이 존재하지만 공개를 거부하는 것인지, 아예 작성조차 되지 않은 것인지, 혹은 작성된 기록이 파기된 것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만약 기록이 무단으로 파기되었다면 이는 7년 이하의 징역,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중대한 범죄다.
기록의 부재... 조직적 은폐 시도인가?
▲지난 11일 기록 관련 학회와 단체들이 12.3 쿠데타 관련 기록물의 무단폐기를 고발하고 기록물 보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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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이 발언요지의 부재가 단순한 기록 관리의 문제를 넘어선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국무회의라면 있어야 할 것들이 모두 빠져있다. 실무진의 배석도, 제안 설명도, 토론도, 그리고 그 기록도 없다. 이는 반헌법적 계엄 선포의 공범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직적 은폐 시도로 의심된다. 국무위원들의 발언 내용이 없다면, 누구도 그들의 책임을 명확히 물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반드시 물어야 한다. 국무회의에서 누가 계엄령에 찬성했고, 누가 반대했는가? 누가 침묵했고, 누가 저항했는가? 왜 실무진의 배석이 배제되었는가? 어떻게 5분 만에 이토록 중대한 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었는가? 이것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다. 민주주의를 위협한 이 중대한 사건의 책임자들을 가려내고, 향후 권한대행의 적격성을 판단하기 위해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이다.
기록의 부재는 곧 책임의 부재다. 대통령비서실은 더 이상 모호한 답변으로 진실을 가려서는 안 된다. 국민은 알 권리가 있다. 12월 3일 밤, 그들은 무엇을 말했고, 무엇을 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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