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2.12 07:11최종 업데이트 24.12.12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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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에 동원되어 부대원들과 함께 국회에 투입되었던 김현태 제707특수임무단장(대령·육사57기)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와 대통령실 건너편인 전쟁기념관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대원들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이용당한 피해자"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무책임한 지휘관 때문에 대원들을 사지로 몰았다”며 "'대원들은 많이 아파하고 괴로워하고 있다. 부대원들 한 명도 다치지 않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권우성

'12.3 내란 사태'의 수명과 항명의 경계는 흐릿했다. 특히 현장 지휘관들이 그러했다. 계엄 당시 국회에 투입됐던 육군 특수전사령부 예하 707특수임무단의 김현태(대령) 단장의 눈물 어린 자책과 호소는 이를 상징한다.

그는 12월 9일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상관으로부터 "국회의원이 (의사당 안에) 150명이 모이면 안 된다" "빨리 가서 국회를 봉쇄하고 확보하라"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러한 명령에 따라 부대원을 국회에 투입했지만, 국회의원의 출입을 강력 제지하거나 의사당 안에 있던 의원을 끌어내는 등 적극적인 군사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소극적으로나마 항명을 한 셈이다.

하루라도 빨리 윤 대통령의 군 통수권 박탈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후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무장한 군인들이 국회 본청 출입을 막기 위해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유성호

군형법에는 "정당한 이유 없이" 명령을 거부할 경우 처벌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는 거꾸로 정당성이 있을 경우 명령을 거부할 수 있고 처벌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하지만 이 역시 경계는 모호하다. 정당성을 판단할 기준 자체가 제대로 확립되어 있지 않을뿐더러 지휘관의 내면에 이것이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도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김현태 단장은 "계엄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계엄 상황에서 국회 활동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을 잘 몰랐다"라고 고백했다. 그뿐이겠는가? 계엄 상태에서도 국회의 입법 활동은 보장된다는 것이 헌법과 법률의 취지이다. 그런데 합법적으로 선출된 대통령부터 그 대통령에게 군령권을 위임받은 국방부 장관까지 이를 철저히 무시하면서 내란을 일으켰다. 이를 원활하게 하고자 계엄과가 있는 합동참모본부의 의장을 '패싱'하고 육군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임명했었다.


가장 강력한 무력과 일사불란한 지휘 체계를 갖고 있는 군대야말로 법치주의가 확립되어야 할 가장 중요한 영역이다.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군을 통수한다"라고 헌법에 규정하면서 대통령에게 국군통수권을 부여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이번 내란 사태는 인적 지배에 의해 법적 지배가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또 이번 내란 사태는 합법적으로 선출된 정치권력이 결코 완전무결할 수 없다는 점도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래서 군통수권의 행사는 법률과 문서에 의해 이루어지도록 함으로써 대통령의 독단으로 인한 군사력 운영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구체적인 절차를 강조하고 있다. 통수권 행사의 절차성과 책임성을 부여해 자의적인 권력 행사를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이러한 방식으로 통수권을 행사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주로 주요 지휘관들에게 전화로 명령을 하달한 것이 여러 관계자들의 증언으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계엄 선포에서부터 통수권 행사에 이르기까지 위헌·위법으로 점철된 것이다. 이는 탄핵을 통해 하루라도 빨리 그로부터 군 통수권을 박탈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거듭 확인시켜 준다.

위헌·위법 명령 거부해야 한다는 점 법에 명시해야

국회 본청 진입하는 계엄군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고 있다.연합뉴스

동시에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국방 관련법도 대대적으로 손을 봐야 한다. 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하고, 위헌적이고 위법적인 명령을 거부해야 한다는 점을 군인의 '권리'이자 '의무'로 명시해야 한다. 또 이러한 권리와 의무 준수 시 일체의 불이익이나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모든 군인이 민주시민의 일원이라는 점을 내면화할 수 있도록 교육체계도 대폭 바뀌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군이 복종해야 할 대상이 주권의 담지자인 국민과 국민의 일반의지로 구성된 국가이지 단순히 현직 대통령이나 상급자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김 단장은 "707부대원들은 모두 피해자"라며 "전 김용현 국방장관에게 이용당한 가장 안타까운 피해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 법치주의 국가의 군인으로서 잘못에 대한 모든 책임을 다하고 스스로 죄를 물어 사랑하는 군을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역시 피해자이다. "군은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는다"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고, 동시에 민주화 이후 군 생활을 해온 민주시민의 일원이다. 이 두 가지 정체성에서 그가 선택한 것은 소극적 항명이었다.

이제 우리 사회와 정치권이 응답할 차례이다. 그를 비롯한 부대원들의 자책과 회한과 울분은 "민주주의 법치주의 국가의 군인"으로 우리를 만들어달라는 호소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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