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단체연합·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민우회·한국여성노동자회 등 전국 296개 여성단체와 개인 1726명이 6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위헌적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제공
탄핵 집회에 가면 시민들 자유 발언을 통해 사회 전반의 다양한 생각들을 들을 수 있다(이는 언론에서도 다 다루지 않기에 직접 가서 듣기를 적극 권한다). 지난 7일의 여의도에서는 광주의 시민, 삼성의 노동자, 강화도의 농민, 청소년단체 활동가, 페미니스트의 발언을 들을 수 있었다.
오상훈 삼성그룹노조연대 의장은 삼성의 무노조 경영의 두려움을 뚫고 설립된 노조가 윤석열 정권의 '반노동' 기조 아래 받은 탄압을 토로했다. 강화 농민 함경숙씨는 매일 계속되는 북한의 소음 공격에 정부가 내놓은 대책인 '심리 지원'을 이용했더니 "'스트레스를 스트레스라고 생각하면 고통스러우니까 스트레스가 아니다'라고 생각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의 수영 활동가는 청소년들이 퇴진 운동에 함께 하는 이유를 전했다.
"청소년들이 퇴진 운동에 함께하는 것에 별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청소년도 수요일 밤 똑같은 계엄 내란 사태를 맞이했고 똑같이 밤을 설치며 불안해했고, 내 삶이 혹여나 계엄과 탄압 속에서 어긋나지 않을까 여느 시민들과 다를 바 없이 불안해했습니다. (중략) 퇴진 집회를 이유로 청소년 단체가 표적 수사를 당했고, 고등학생이 그린 '윤석열차' 풍자만화가 경고를 받고 청소년들의 기본권을 규정한 학생인권조례 폐지, 소수자 차별… 이렇게 무도한 반인권, 반민주, 반국민 정권은 청소년들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았습니다."
심미섭 페미당당 활동가는 '쥴리 계엄'과 같은 탄핵 국면에서 다시 불거져 나오는 여성혐오를 경계했다. 그는 "다만 광장에서 안전하게 윤석열 퇴진을 외칠 권리를 요구할 뿐입니다. 남성 대통령의 탄핵을 외치며 여성혐오를 하지 않을 것을 제안하는 것뿐입니다"라고 했다. 페미니스트들이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가 집회 무대에 서는 일을 반대하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김 대표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 실명을 공개하는 등 2차 가해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여성혐오'를 언급한 심 활동가에게 야유가 날아들었고, 같은 날 정오 서울여성회가 연 '윤석열 OUT 성차별 OUT 페미니스트들' 기자회견 영상에는 '여러분들의 주장을 윤석열 퇴진과 섞지 말라'는 댓글이 달렸다. 페미니스트들이 정치적 국면에서 늘 들었던 "페미 묻히지 말라", "너네 주장을 시급한 사안과 섞지 말라", "해일 오는 데 조개 줍지 말라" 같은 얘기다.
거듭 말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당면 과제이자, 생존에 관한 문제다. 특히나 광장에서 용인된 혐오는, 이후 승리의 레토릭으로 변모해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더욱 치명적인 혐오로 작동한다. 그것이 공론장에서 늘 '덜 중요한 일'이며 후순위라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기 때문이다.
'페미 묻는다'는 혐오에 응답한다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계엄 선포 당시 국회 담을 넘지 못해 해제 표결에 참여하지 못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늘 배리어프리(Barrier Free‧장벽이 없다)의 중요성을 외쳤던 제가 물리적 '배리어'를 느끼는 암담하고 절박한 순간이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렇듯 사회적 소수자의 처지는 시국이 엄중할수록 더욱 뚜렷해지고, 이를 절감하는 이는 더욱 약자가 된다.
여성들이 숨 쉬듯 겪는 여성혐오의 수사도 마찬가지다. 이어지는 집회에서 박 전 시장 성폭력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를 상기시키는 김민웅 대표가 발언대에 오르는 것에 반대한다. 또한 지난 8월부터 매주 금요일 강남역 앞에서 '딥페이크 성범죄 OUT 말하기대회'를 이어간 서울여성회와 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서페대연)가 이번에는 매주 토요일 여는 '윤석열 OUT 성차별 OUT 페미니스트들' 기자회견에 연대한다.
노동자, 청소년, 북한 접경지역 주민 등 모두가 발화하는 광장에서 유독 페미니스트와 퀴어, 장애인에게만 묻히느니 섞느니 하며 혐오 언동을 하는 이들이 있다. 페미가 김장철 김칫소냐. 묻히긴 뭘 묻히고, 섞긴 뭘 섞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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