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가운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오른쪽),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프랑스 파리에서 회담 후 사진을 찍고 있다. 2024.12.7
연합뉴스=신화통신
트럼프는 취임 전부터 활발한 정상외교에 나섰다. 당선 이후 처음으로 지난 12월 7일 프랑스를 방문해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엘리제궁에서 회담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지금 세상이 약간 미쳐가는 것 같다"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하 러-우 전쟁)의 조기 종식을 언급했다. 첫 정상외교에서 젤렌스키와 만난 것도 이러한 구상의 일환이다.
트럼프는 대선 과정에서 취임 후 24시간 안에 러-우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에 앞서 11월 7일 그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한 전화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확대하지 말라"라고 조언했다고 밝혔다. 밴스 부통령 당선인은 현재 양측이 점령한 영토를 기준으로 종전하고, 우크라이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추진 않는다는 조건을 제시하기도 했다.
11월 7일 윤석열이 북한군의 러-우 전쟁 개입을 내세워 "(살상) 무기지원도 배제 않는다"라고 밝히자,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은 우려 사항을 나열하면서 북한·이란의 러시아 지원뿐 아니라 "지금 한국은 어떻게든 (러-우 전쟁) 개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의 태도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트럼프 2.0 시대의 대외전략은 중동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시리아 내전에서 러시아, 이란이 지원했던 알아사드 독재정권이 12월 8일 붕괴하면서 트럼프의 태도가 주목된다. 붕괴 전날 트럼프는 SNS를 통해 "시리아는 엉망이지만 우리 우방이 아니며, 미국은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란이 지원했던 알아사드 정권의 붕괴는 역설적으로 미국-이란 관계개선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그는 1기 때 김정은과 잘 지내 북한의 미사일을 막았으며,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김정은과 잘 지낼 것이라며 북·미 대화의 재추진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실제로 북·미정상회담의 경험이 있는 전 국무부 북한담당 차관보 알렉스 웡을 국가안보 부보좌관에 기용한 것도 회담 재개의 포석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정권을 인수도 하기 전에 정상외교에 시동을 건 이유는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은 공화당이 행정부와 상하 양원을 모두 장악해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정책을 추진하기에 매우 유리하다. 하지만 2026년 11월 중간선거의 결과는 예측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트럼프는 오는 중간선거 이전에 주요 정책 과제들을 해결하려고 서두르는 것이다.
북·미 직접 대화, 한국 배제 위험성 높아
트럼프의 거래중심적 외교는 동맹국과의 관계를 긴장시킬 것으로 보인다. 그는 중국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동맹국, 우방국들에 대해서도 고율 관세를 예고했다. 국방비를 GDP 2%까지 늘리지 않으면 나토(NATO)를 탈퇴하겠다는 기존 주장도 되풀이하고 있다. 이미 한미 간에 방위비협상이 타결됐는데도, 한국이 방위비분담금을 매년 100억 달러 내놓아야 한다고 겁박하고 있다.
트럼프 2.0 시대에 들어와 한국경제는 폭풍전야의 상황이다. 한국기업의 반도체와 배터리에 대한 미국의 보조금이 삭감되고 한국산 전기자동차에 고율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또한 캐나다나 멕시코를 경유한 우회 수출도 차단하면서 대미 수출이 크게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대외경제연구원(KIEP)은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 연간 약 448억 달러의 수출 차질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경제뿐만이 아니다. 북·미 직접 대화를 통한 한국 배제의 위험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더 이상 연임이 불가능한 트럼프로서는 재임 중에 외교 성과(legacy)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노벨평화상까지 받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로 여길 것이다. 1기 때는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의 북·미 정상회담 반대, 존 볼턴 보좌관의 빅딜 주장 때문에 북·미 대화가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이제는 이를 막을 세력이 미 행정부 내에 없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미 합의초안이 마련된 바 있어, 북·미 정상회담이 재개된다면 타결 가능성이 크다. 현재 타결 방안으로 북한이 비핵화 원칙에 동의하되 현 단계에서는 북한의 ICBM과 추가핵물질을 생산할 수 있는 영변핵시설을 폐기하면, 한미 대규모 군사연습 중단, 경제제재의 일부 완화, 준대사급 연락사무소를 설치한다는 구상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김정은이 트럼프가 내민 손을 덥석 잡을지는 미지수다. 미국에 대한 북한의 불신 때문이다. 중국의 사사건건 간섭도 변수다. 북한의 불신이 다소나마 해소되려면 먼저 러-우 전쟁이 끝나고 미-러 대화가 시작되어 트럼프의 공약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북한이 중국의 압박을 넘어 러시아로의 탈출구가 열릴 수 있다.
문제는 한국이다. 만약 북·미 대화가 재개될 경우 한국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의 눈치와 북한의 불만에도 한반도 운전자론을 내세우며 남북정상회담을 주도하고 북·미정상회담을 중재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완전히 망가뜨린 남북관계 때문에 북·미 대화에 한국이 낄 자리가 없어졌다.
윤석열은 '8·15 통일독트린'을 통해 흡수통일을 공식화 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더욱 강화해 고립 압박하고 탈북자를 중심으로 북한 주민들을 선동해 김정은 체제의 붕괴를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탈북자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방치해 북한군의 오물 풍선을 유도하고, 이를 빌미로 북한군 원점을 타격해 국지전을 유발함으로써 계엄령 선포와 정적 탄압을 추진하려고 했던 것이다.
윤석열 즉각 퇴진과 조기 대선으로 트럼프 2기에 대비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