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에 등장한 '국힘 해체' '윤석열 퇴진' 응원봉
최현정
내가 마지막으로 BTS 콘서트에 간 게 벌써 4년 전인가 싶다. 각자 퀸즈와 롱아일랜드에 사는 두 친구는 구글을 검색해 오늘 집회를 알아냈다고 했다. 이왕이면 인스타그램과 엑스(구 트위터)에 소식을 올렸으면 젊은 친구들이 더 많이 왔을 거라고 아쉬워했다. 나를 비롯한 '노땅'들이 '어디요?', '어떻게 올리죠?'라고 되묻자 바로 상황을 파악하고 정리했다.
"아, 그럼 젊은 친구들 많이 보는 사이트에는 제가 올릴게요!"
'국힘 해체' 스티커와 배지가 탐이 나 어디서 구했냐고 물어보니 다시 놀라운 대답이 돌아왔다.
"제가 직접 만들었어요. 덕질용으로 산 기계인데 열받아서... 비싼 건데."
품질이 너무 좋아 많이 만들어 참가자들에게 파는 건 어떠냐고 했더니 고민 없이 시원하게 대답했다.
"팔긴요. 기부하는 셈 치고 다음엔 많이 만들어서 나눠 드릴게요."
그날 집회에선 '우리 승리하리라'(We shall over come)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는데 젊은 친구들이 다음번엔 다 같이 부를 수 있는 노래도 선곡해 오겠다고 약속했다. 나보다 더 열받았을 능력 많은 제트 세대(Gen Z)다.
우울했는데 이들과 얘기 나누며 기분이 좋아졌다. 삭신이 쑤신 나는 슬슬해도 이 친구들과 분노한 제트 세대는 아무리 추워도, 상황이 어려워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이들 뒤에서 조용히 커피나 도넛 같은 걸 보급하며 따라만 다녀도 좋을 것 같은 젊은 분노의 에너지를 느꼈다.
한강 작가가 말한 금실
7일 국회 탄핵 투표가 무산되고 몇 시간 후 스웨덴 스톡홀름 한림원에선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 강연이 있었다. 소설 <소년이 온다>의 배경과 같은 계엄령이 그녀가 떠나온 조국에서 발령되고 혼돈의 상태가 되고 있는 이 상황이 누구보다 가슴 아프고 힘겹겠다 싶었다.
하지만 작가는 언제나처럼 고요하게 침착하게 강연을 지속하며 그 아우라를 짐작게 했다. 8쪽짜리 강연문에서 작가는 자신이 갖고 있는 두 가지 질문에 대해서 말했다.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
계엄령이라는 현대 사회 정치가 만들어낸 가장 끔찍한 폭력과 아직 끝나지 않은 이 탄핵의 소용돌이 속에서 나는 아름다움을 발견한 듯했다. 병가를 내고 집회에 나와 팔레스타인 시위대와 함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과 분노와 두려움을 가장 자기다운 방법으로 분출하고 승화시키는 젊은이들 말이다. 우리는 금실로 연결되어 있고 그 연대가 우리를 이기게 하지 않을까? K-드라마의 공식같이 K-Pop의 에너지로 말이다. 같이 한번 해보자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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