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반대 국민의힘은 국민의 적"너머서울, 민주노총 서울본부, 서울민중행동, 윤석열 퇴진 사회대전환 서울시국회의 주최로 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내란동조, 헌법유린 국민의힘 규탄 및 탄핵 촉구 서울지역 노동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이정민
윤석열의 반헌법적 내란 시도가 있었던 다음날 상담 전화는 물론 소속 노조 간부들로 부터 "한국노총은 윤석열 탄핵에 동참하지 않느냐"는 질책이 많았습니다. 지역의 노동법률 상담소라 이에 대해 책임 있는 답변을 드리기 어렵지만 정책본부에 잘 전달하겠노라고 죄송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국회 본회의에 탄핵안이 상정된 지난 12월 7일 오후. 국회의사당 앞부터 여의도 공원을 지나서 여의도역까지 윤석열 탄핵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습니다. 혹자는 100만이라고 했고 누구는 20만이라고 했지만, 여하튼 셀 수 없이 많은 인파가 모였다는 점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윤석열이 갈라놓은 노조와 시민 하나가 되다
이날 집회의 가장 인상적 장면은 집회 첫 연사로 나선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의 발언이었습니다. 그는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에게 과감하게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국회대로 앞까지 대열을 넓히자고 제안했습니다. 반헌법적 비상계엄 선포와 내란을 획책한 윤석열을 탄핵하고 민주헌정 질서를 바로잡고자 하는 시민들을 좁은 광장에 가두려는 정부와 경찰에 맞서 민주노총이 앞장서서 길을 열겠다고 했습니다. 양위원장의 제안에 대학생 참가자들을 중심으로 손뼉을 치며 호응했고 대열의 기세에 눌린 경찰은 국회대로를 열었습니다.
여당의 탄핵안 투표 거부에 분노한 시민들은 촛불과 형광봉을 들고 윤석열 탄핵을 외치며 탄핵안 투표에 불참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돌아가, 투표해"라고 목이 터지라 외쳤습니다.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거대한 촛불 시민의 물결이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에워싼 상징적인 장면은 그렇게 완성되었습니다.
민주노총은 윤석열 통치 기간 내내 정부·여당으로부터 악의 근원으로 지목됐습니다. 윤석열은 헌법과 법률에 보장된 노동삼권에 따라 민주노총이 근로조건을 개선하려는 대부분의 노력을 종북세력이 북의 지령을 받아 대한민국을 혼란스럽게 하는 행위로 취급했습니다.
강도는 다소 다르고 민주노총과의 분리 전략에 따라 한국노총을 대화상대로 인정하긴 하였으나 정부와 여당은 한국노총 역시 소수의 기득권 노동자가 밥그릇을 지키는 조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정부의 경제정책에 사사건건 반대하는 세력으로 불만이 많았습니다. 윤석열과 국민의힘 지방 권력은 보조금 등의 행정 권력을 이용해 노동법률 상담처럼 한국노총이 시민들과 만나는 기회를 봉쇄하고 노동조합의 힘을 빼기 위해 안간힘을 썼습니다.
윤석열은 지난 12월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에 무장군인을 투입해 노동조합을 넘어 시민들에게 총구를 겨눴습니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조합은 직감적으로 민주주의의 위기 상황임을 인식하고 국회로 나가 계엄 해제를 외쳤습니다. 한국노총도 비상계엄 선포 이후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윤석열 퇴진을 결의했습니다.
제가 속한 한국노총 간부들은 시민들과 함께 할 손팻말과 촛불을 준비하며 걱정했다고 합니다. 평소 노동조합이 나눠 주던 투쟁 유인물에 멈칫거리던 시민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는 기우였습니다. 여의도를 가득 메운 시민들은 노동조합이 제작한 윤석열 탄핵 손팻말과 촛불을 반갑게 받아 들고 함께 민주주의를 외쳤습니다.
수많은 시민의 열망에도 국민의힘은 윤석열 탄핵안을 거부했습니다. 무책임한 혼란을 막고 질서 있는 퇴진을 위해서라는 이유 때문입니다. 그들도 국회에 총구를 들이댄 윤석열의 반헌법적 민주주의 유린행위를 생각하면 투표에 임해서는 탄핵을 차마 반대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아예 투표장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국민 열망 배반한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을 비롯해 국민의힘 소속 시도지사 12명도 윤석열 탄핵은 헌정 중단이라며 탄핵을 반대했습니다. 국민의힘 소속 지방의회 의원들은 윤석열의 반헌법적 탄핵을 규탄하는 지방의회 결의문 동참을 꺼리고, 일부 의원은 윤석열의 "비상계엄을 적극 지지한다"라며 동조하기도 했습니다.

▲“탄핵 반대해도 1년 지나면 다 찍어 준다”라고 발언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유성호
윤석열의 헌정 파괴 행위에 대한 전 국민적 규탄과 탄핵 요구에도 이들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요. 국민의힘 최고위원인 윤상현 의원이 국민의힘 정치인들의 행위의 배경을 잘 설명해 줬습니다. 2016년 전 국민적인 박근혜 탄핵 열망에도 박근혜 탄핵을 반대했던 그는 지난 총선까지 인천의 지역구에서 무소속으로 살아남았습니다. 그는 탄핵안을 반대하자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민의 비판으로 괴로워하는 김재섭 의원에게 "내일모레, 1년 후에 국민은 달라진다"라며 "무소속 가도 다 찍어 주더라"라고 그를 격려했습니다.
이들이 이렇게 당당히 국민적 열망을 배신할 수 있는 이유는 가까이 다가온 선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는 유권자의 투표를 통해 법과 제도를 운용할 수 있는 권력을 정치인에게 부여하고 이를 평가하여 민의를 배반하면 그들에게서 권력을 빼앗기도 합니다.
윤석열은 지난 대선에서 획득한 권력을 반헌법적으로 행사해 권력을 운용할 자격이 없음에도 민주적으로 탄핵당하지 못했습니다. 민의를 외면한 여당 정치인들에 의해 비정상적 행정 권력은 여전히 윤석열에게 있습니다. 불법적 비상계엄 선포 초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야당과 계엄 해제에 함께 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여당이 윤석열을 대신해 나라를 다스리겠다며 선출된 적도 없으면서 행정 권력을 나눠 가지려 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탄핵을 통한 헌정질서 부활을 요구하는 민의와 반헌법적 윤석열의 행정 권력이 공존하며 민주주의가 여전히 위협받고 있는 이상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파국적인 균형'을 지탱시키는 힘은 권력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에게 나오고 있습니다.
'내란죄 윤석열 탄핵 반대' 단체장에게 주민소환장을!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국민의 일치된 민의는 윤석열의 탄핵입니다. 그러나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정치적 수단인 의회의 탄핵 결의가 국민의힘의 반대로 어렵게 되었습니다.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윤석열과 단절하지 못하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국민이 윤석열을 탄핵한 이후에는 미래 권력을 윤석열과 함께한 자신들에게 주지 않을 것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 가지고 있는 108석의 일부 의회 권력과 지방정부의 권력을 지키고자 적극적으로 윤석열의 탄핵을 막고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4일 오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비상계엄 선포 관련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2024.12.4
연합뉴스
12월 7일 탄핵을 통한 민주헌정 질서의 회복을 꿈꾼 촛불 시민들의 열망은 잠시 위기를 맞았습니다. 현재로서는 민의를 배반한 국회의원을 심판하는 방법은 선거가 유일합니다. 이를 반대하는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의 권력 회수할 수 있는 다음 총선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국민의 열망을 모아 윤석열 탄핵으로 민주헌정 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 해야 합니다. 탄핵의 광장에서 많은 시민이 모여 국민의힘 정치인들을 설득하고 압박하여 하루라도 빨리 윤석열의 탄핵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는 필요조건이며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윤석열에게 반대하며 민주헌정 질서의 회복을 바라는 정치세력과 노동조합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러한 시민의 열망을 구체적인 방법으로 실현해 내야 합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국민의힘 정치권력으로부터 합법적으로 이를 회수하는 일입니다.
우선은 탄핵에 반대하는 오세훈을 비롯한 여당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한 주민소환 운동을 통해 헌정질서 수호를 갈망하는 시민들에게 자기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방자치법에 따라 시민의 민의를 배신한 지자체장과 지방의회 의원들에 대해 유권자들은 그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지난 2011년 무상급식 정책을 두고 주민의 민의에 반해 주민소환 투표를 통해 자리에서 내려온 오세훈 시장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민주헌정 질서를 파괴한 윤석열 탄핵에 반대하는 오세훈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을 시작으로 윤석열 탄핵을 반대하는 전국의 지자체장에 대한 주민소환과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반헌법적 지방의회 의원에 대한 주민소환으로 확대해 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국민 다수가 압도적으로 요구하는 민주헌정 질서의 회복 방법인 윤석열 탄핵을 마냥 거부하면 자신들도 권력을 잃을 수 있겠다는 불안감을 느끼게 해야 합니다.
누가 앞장설 수 있겠습니까. 윤석열은 통치 기간 내내 양대 노총으로 대표되는 노동조합을 시민들과 분리하려 했습니다. 자신의 정책에 가장 격렬하게 반발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다수의 비정규직이나 저임금 노동자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를 잃고 고통받는데 소수의 노동조합은 잘 먹고 잘산다는 논리로 끊임없이 시민과 노조를 이간질했습니다. 노조를 넘어 시민들에게 총구를 겨눈 윤석열의 무도함이 만천하에 드러난 지금, 노동조합의 요구가 시민들의 열망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증명하고 시민들의 열망을 온전히 받아 안고 이를 가장 선두에서 실현해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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