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조합원들이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인근에서 '내란범 윤석열 탄핵하라! 구속하라! 민주노총 행진'을 하고 있다.
이정민
금번 비상계엄 선포는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했듯이 헌법적 요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이 점을 다시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번에는 계엄해제요구권을 다행히 가결할 수 있었지만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비책을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
계엄이 선포되고 군에 의해 국회를 열지 못하게 됐을 때 현행 헌법에 규정된 계엄 해제 요구권은 무용지물이다. 따라서 명확하게 '계엄군 등에 의해 국회를 열지 못하게 되어 국회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게 된 때는 곧바로 계엄이 자동으로 무효가 됨'을 명시해 둘 필요가 있다.
계엄군 '등'으로 해야 하는 이유는 관제 시위 동원 등 향후 민간인, 실질적으로는 극우 조직에 의한 국회 봉쇄나 국회의원 감금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헌법 해석상으로는 지금도 국회가 계엄 해제 여부에 대해 논의를 할 수 없는 상황이 조성된 경우에는 계엄이 무효라고 봐야겠지만, 명확하게 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하는 경우 계엄은 자동 무효로 된다는 조항'도 필요하다. 현행 헌법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영장제도,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계엄을 통한 특별한 조치를 한정하여 열거하고 있다. 금번 포고령에 대하여 국회의 모든 활동에 대해 금지하는 내용이 위헌이라는 지적이 이미 전문가들로부터 제기된 배경이 여기에 있다.
따라서 이미 현행 헌법의 해석만으로도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한 계엄 선포는 무효로 볼 수 있겠지만, 명시적으로 법제화해 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내용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하여 비상계엄이 헌법적 요건을 충족한 경우도 당연히 포함해야 한다. 입법권의 제한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며, 과거 6.25전쟁 시에도 불완전했지만 입법권을 근본적으로 제한하지는 않았음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 헌법은 공무원(제7조 제2항)과 국군(제5조 제2항)의 정치적 중립성을 명시하고 있다. 중립성 보장에 더해 '불법적인 명령에 대한 항명권을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조항'을 추가해야 한다.
3.15부정선거에 대한 반작용으로 세계사적으로 유례없는 공무원 중립 조항이 1960년 헌법에 삽입되었다. 국군도 공무원으로 볼 수 있지만 국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조항이 현행 헌법에 추가되었다. 다행히 40여 년의 역사적 교훈에 따라 일부 군 지휘관들이 부당한 명령에 항거했지만, 향후 유사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부당한 명령에 항거하는 공무원과 군인에 대한 특별한 신분 보장을 명시하는 것이다.
'계엄 선포 시 사후적으로 의회에 통고하는 제도 역시 사전적으로 통고 후 계엄을 선포'하도록 바꿀 필요가 있다. 긴급을 요하는, 운운하는 반론이 있을 수 있으나 요즘같이 교통과 통신이 발달한 시대에 어불성설이다. 사전에 국회의 승인이나 동의를 얻도록 하면 더 좋겠지만, 그야말로 전시나 사변 등이 발생한 경우에는 필요하므로, 의회에 통고 즉시 선포하도록 하면 된다. 지금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치는 것밖에 없는데 사전적인 통제를 국회에서 담당하도록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금번 계엄 난동에서 보듯이 우리의 민주주의가 엄청나게 취약하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민주화 이후 수시로 제왕적 대통령제를 비판하고 대안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개헌에 실패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현행 헌법에 따른 통치구조가 '잘못된 리더'의 집권 시 민주주의를 지킬 수 없음을 명백히 확인한 오늘, 대대적 개헌논의와 더불어 현행 헌법 아래에서라도 좋은 제도를 더 구비하고 제도가 실질적으로 구현될 수 있는 방향에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필자소개 : 한양여대 ESG연구소 부소장. 고려대 법과대학 졸업 후 정치학 석사, 북한학 박사 취득. 고려대학교 법학연구원 전임연구원, 국민통합위원회 특위위원, 상생사회 일천인선언 상생대화분과 간사.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강사). 한국NGO학회 이사, 남북학술교류위원, 통일교육원 공공부문 통일교육 전문강사 등 역임. '통일교육 에센스', '남도 북도 모르는 북한법 이야기', 'Life & Law', ''1일 1페이지 법의 역사 - 교양인을 위한 로스쿨', '우리가 불러온 노스코리언송즈 : 남과 북이 함께 부르는 통일 노래 시리즈', '현재와 미래를 잇는 ESG와 지속가능발전' 등 다수의 저서를 냈다. 역사교사인 아내와 함께 왕릉을 답사 중인데, 노스코리아 지역 왕릉 답사길을 찾고 있다.▣ 제보를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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