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국회 펜스를 넘어 진입을 시도하던 계엄군들이 시민들의 항의에 가로막혀 있다.
조혜지
"모든 정치활동을 중지하며 정치 목적의 옥내외 집회 및 시위를 일체 금한다. 언론, 출판, 보도 및 방송은 사전 검열을 받아야 한다. 정당한 이유없이 직장 이탈이나 태업 및 파업 행위를 일체 금한다." -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 전국 확대 포고령 중 일부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 사회혼란을 조장하는 파업, 태업, 집회행위를 금한다." - 2024년 12월 3일 계엄사 포고문 일부
1980년 5월 17일 전두환 군부는 전국 확대 계엄령을 발표했다. 다음 날부터 광주에서는 무자비한 살육이 이뤄졌다. 야당 인사 등이 구금되었고 고문이 자행되었다. 전두환 집권 7년, 노태우 집권 5년, 무려 12년은 암흑기였다.
지난 3일 윤석열 정권의 계엄 포고문은 전두환 군부정권의 포고문과 닮았다. 국회의장 등 요인을 체포 구금하려는 계획도 1980년 군부정권과 닮았다.
시민들이 막아서지 않았다면, 국회의장과 국회의원들이 비상계엄 해지 요구 결의안을 가결하지 못했다면, 그날 아침부터 서울 시내는 탱크와 무장한 군인들로 넘쳐났을 수도 있다. 포고문 내용이 같은 건 우연이 아니다. 전두환 노태우가 누려왔던 절대 권력, 그 힘으로 부인과 본인의 안녕을 지키고자 한 욕심 또한 군부독재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명백한 친위 쿠데타이자 내란 행위다. 전두환, 노태우의 내란과 윤석열 정권의 내란 행위에서 다른 건 성공과 실패의 차이뿐이다. 전두환은 내란죄 및 반란죄 수괴 혐의로 1심에서 사형을,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과 그 일당들의 내란 행위가 홍준표 대구시장 말처럼 "경솔한 한밤중의 해프닝"으로 취급된다면 역사가 회귀하는 정도가 아니라 헌법 근간이 부정될 것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 헌법 제1조와 국민에게 총부리를 들이대는 정권은 공존할 수 없다. 전두환, 노태우가 내란 혐의로 법의 심판을 받았듯 윤석열 정권의 비상계엄도 내란 행위로 그 죄를 무겁게 물어야 한다.
"한밤의 해프닝", "국정 정상화와 회복을 위한 조치", "합헌적 틀 안에서 발동" 등 비상계엄을 두고 비판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자 별별 억지소리가 다 나온다. 전두환의 12.12 쿠데타를 두고 "구국의 결단"이라던 주장과 다를 바 없다.
탄핵보다는 국방부 장관 문책과 사과 정도면 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도 있다. 한가한 소리다.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역사를 암흑으로 몰아넣으려는 시도이자 경제를 곤두박질치게 하고 국격을 주저앉게 만든 대통령의 내란 행위다. 법에는 "우두머리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처한다"고 되어 있다.
다시 거리로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시민촛불’ 집회가 4일 오후 서울 광화문네거리에서 노동자,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권우성
더불어민주당 등 6개 야당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에 나섰다. 탄핵소추안은 5일 새벽 본회의에 보고됐고 7일 표결한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반대 당론을 확정했다. 국민의힘 당론에 여당 의원 모두가 동조한다면 부결될 것이다. 변수도 있다. 표결을 앞둔 하루 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대통령의 직무정지가 필요하다며 기존 당론을 부정하는 발언을 했다. 한 대표의 발언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동조해 탄핵 가결로 갈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그러나 상관없다. 대통령 탄핵은 대통령의 업무를 정지시키기 위한 점잖은 방법의 하나일 뿐이다. 탄핵 가결이면 가결대로 다음 수순으로 가면되고, 부결된다면 국민의힘을 내란죄 비호 집단으로 규정하고 싸우면 된다.
탄핵이 부결된다면 다시 탄핵을 요구할 것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검찰에 내란죄 수사와 기소를 요구할 것이다.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대통령은 자격이 없다고 하야를 요구하는 대열은 더 커질 것이다. 탄핵을 막겠다고? 성난 파도는 둑을 넘지만, 끝내 막히면 둑을 부순다. 국민의힘, 국민의 편에 설 것인지, 성난 민심을 가로막은 윤석열 대통령의 둑이 될지 스스로 판단할 일이다.
비상계엄 해지 요구 결의안 가결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 몰락의 서막을 열었다고 한다. 나는 그 서막을 두려움 때문에 함께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안다. 두려움은 문을 잠그고 숨소리까지 죽여야 없어지는 게 아니라 서로 어깨를 걸고 광장에서 맞서야 한다는 것을. 1980년대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전두환 노태우를 법의 심판대에 세웠던 마음과 결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국민의 가슴에 총을 겨누는 정권 아래서는 잘 살기도, 행복하게 살기도, 목숨 부지하기도 어렵다는 사실을 이제는 알 것 같다.
그래서 20대에 내가 섰던 거리로 아이들 손을 잡고 다시 나서볼 생각이다. 탄핵이 부결되면 다시 탄핵하라고 싸울 것이고, 공수처와 검찰에 내란죄를 수사하라고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옆 사람과 어깨를 걸고 무도한 정권, 국민에게 총 겨누는 정권을 이제 끌어내려야 하지 않겠냐고 외쳐 볼 생각이다. 이런 정권과 한 하늘 아래 사는 일만큼 끔찍한 일이 없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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