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2.06 09:33최종 업데이트 24.12.06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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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의 부모로 산다는 건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막막하고 힘들지만 이 삶을 사는 기쁨 또한 있기 마련이지요. 장애 진단부터 고등학교 졸업까지, 특수교육대상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하나씩 짚어가 봅니다. 발달장애인의 부모들이 조금 덜 힘들고 조금 더 웃을 수 있길 바라면서요.[기자말]
11월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인천 특수교사 순직 인정 촉구 및 특수교육 정상화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지난 10월 말 인천 모 초등학교 재직하던 특수교사가 과밀 특수학급 문제 등의 과중한 업무 끝에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바 있다. 전교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인천 특수교사 순직 인정, ▲과밀 문제 해결을 위한 특수학급 증설 및 학생 정원 준수, ▲특수학급 교사 정원 증원 등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비상계엄 건으로 하고 싶은 말이 산더미지만 '엄마'인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불안해하는 비장애인 딸을 다독이고 감기에 걸려 며칠째 학교에 결석 중인 아들(자폐성 장애)을 잘 돌보며, 오랜 시간에 걸쳐 어렵게 일궈낸 일상이 무너지지 않도록 해야 할 일을 충실히 하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해야 할 일을 할게요. 우리들의 일상은 지속돼야 하니까요. 정부에 호소합니다. 특수교사 수를 지금의 두 배로 늘려주세요. 출산율 저하로 학생 수는 줄어가는데 특수교사 수만 왕창 늘려놓으면 나중에 어떡하냐고요?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특수교원 증원을 위해선 특수교사의 업무 과중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가야 할 듯합니다.

"특수교사는 장애 학생들을 가르치니 힘들겠다"는 단순한 연민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아요. 특수교사는 힘든 일을 하는 '좋은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업무에 전문성을 지닌 '교육자'이거든요. 자꾸 특수교사의 전문성을 봉사자의 위치로 낮추어선 안 됩니다. 그럴 때마다 선생님들은 교사로서의 효능감에 상처를 받는대요.

인천 특수교사 사망 사건으로 특수학급(통합교육)에 근무하는 특수교사의 과중한 업무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문제는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이들이 여전히 같은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입니다.

일반 학교 안에 고립된 섬처럼 존재하는 특수학급. 그곳에서 근무하는 특수교사는 특수교육대상자와 관련된 모든 일을 오롯이 혼자 책임지고 있어요. 보통의 교사들은 담임교사와 비담임교사가 함께 교수-학습활동을 진행하고, 행정업무도 분담하잖아요. 그런데 특수교사는 그렇지 않다는 뜻이죠.

특수학급, 특수학교의 현실

통합교육 중인 초등학교를 예로 들어 볼게요. 일단 특수교사는 특수학급에 오는 6개 학년 학생에 대한 특수교육 과정을 다르게 준비하는 건 기본이고 여기에 공통교육과정과 다학년교육과정을 분석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통합학급 지원계획도 짜야 해요. 이 과정에서 원적학급 교사나 비담임 교과 교사의 지원을 기대하긴 솔직히 힘든 현실입니다.

행정업무로 가면 상황은 더 갑갑합니다. 도무지 일이 끝이 없어요, 담임업무 경감 정책에 따라 담임을 맡은 보통의 교사는 행정업무 부담이 덜한 시스템이지만, 사실상 6명 장애 학생에 대한 담임 역할을 도맡아 하는 특수교사는 '특수' 글자가 들어간 모든 행정업무를 혼자 처리해야만 합니다.

출장 업무, 장학 업무, 특수학급 및 치료지원 예산 편성, 방과후 강사 인건비 지출, 보조인력 채용 및 연수, 각종 인권 및 인성 교육, 장애이해교육 등. <특수교육저널:이론과 실천>(제15권 2호)에 따르면 초등학교 특수학급 교사가 혼자 맡는 직무는 무려 82개 항목에 달한다고 합니다.

어디 이뿐일까요. 특수교육대상자에 대한 생활지도 또한 오롯이 특수교사의 몫입니다. 통합학급에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그 책임은 특수교사에게 떠넘겨지죠. "선생님, 어서 와서 데려가 주세요"라고.

그렇다면 특수학교는 어떨까요. 특수교사들이 모여 있는 특수학교는 특수교사 입장에서 보면 분명 특수학급보다 수월한 면이 있다고 합니다. 교육과정을 함께 논의하고, 행정업무도 나눠서 하고, 생활지도도 함께 할 '동료'들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특수학교잖아요. 특수학급에 비해 장애 정도가 중한 학생들이 주를 이룹니다. 게다가 그 학생들이 특수학급처럼 시간당 2~3명씩 수업을 들으러 오는 게 아니라 등교해서 하교할 때까지 6~8명의 학생이 교실에 쭉 함께 있어요.

그곳에서 교사는 저마다 다른 학습 능력을 보이는 6~8명의 학생을 혼자 가르쳐야 합니다. 특수교과서에 따라 충실히 진도를 나가면서요. 중학교 이상의 교실에선 학생들 간 학습 격차가 10년을 넘어서기도 합니다.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절반으로 줄어야만 '특수교육'이라는 것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구조인 거죠.

생활지도에서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동료들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도 그때뿐입니다. 마침 수업이 없는 동료 교사가 돌아가며 손을 더할 순 있지만 이 경우 생활지도는 '사후 대책'에 그치고 맙니다. 정작 생활지도의 핵심인 '예방 교육'까지 일상에서 행하기엔 일손이 모자란다는 뜻입니다.

부모들이 엎드린 이유

발달장애인의 부모들로 구성된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11월 19일부터 국회의사당 앞에 발달장애인 참사 추모 분향소를 열고 발달장애 관련된 예산의 증액을 위한 오체투지와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어요.

주거생활서비스 본 사업 확대, 낮 시간 서비스 확대, 자기주도급여형 일자리 확대, 중복장애인 서비스 확대 등 보다 시급한 성인기 발달장애인의 삶을 위한 정책과 예산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특수교육에 관한 항목도 보입니다.

통합교육을 위한 특수교육 교원 2000명 증원, 특수학교를 위한 행동중재 전담부서 교원 1000명 증원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앞서 얘기한 대로 특수학급과 특수학교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특수교사 증원에 있어서도 그 역할을 조금 나뉘어 요구하고 있는 거예요.

특수학급 특수교사의 업무 과중을 줄이기 위해선 통합교육을 지원할 특수교원이 필요합니다. 특수학교에선 외부에서 잠깐씩 파견 나온 전문가가 아닌 학교 안에 상주하고 있는 행동중재 지원 전문 특수교사가 필요하고요. 이러한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해 부모들은 눈 바닥 위에 엎드려 오체투지를 하고, 단식에 들어갔습니다.

교육부도 아예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지만 아직 현장의 필요를 충당하기엔 가야 할 길이 멀어 보입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5년 신규 특수교사 증원은 839명입니다. 800여 명이 증원된다고 좋아할 일은 아닌 게 매년 특수교육대상자 수는 5000~6000명씩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에요. 더군다나 행동중재 전문 특수교사 양성을 위한 작업은 이제 막 발을 뗀 상태입니다.

국회 교육위원회 간사인 국민의힘 조정훈 의원과 함께 행동중재전문 특수교원 양성을 위한 입법안을 발의했대요. 만약 이 법이 통과되면 앞으로 각 특수학교에는 1명 이상의 행동중재 전문교사가 상주하게 되고 특수교육지원센터에는 특수교사로 구성된 행동중재지원팀이 꾸려지게 된다고 합니다.

물론 특수학급에도 행동중재 전문교사가 필요하고, 특수학교에도 더 많은 특수교사가 필요합니다. 그러니까 지금의 두 배 정도로만 특수교원 수가 늘어나도 특수교육 현장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장애 아이를 낳아도 괜찮은 사회

그런데 이런 우려도 있어요. 그렇게 특수교사 수를 많이 늘려놓으면 인구 절벽으로 향해가는 상황에서 나중에 어쩌냐고요. 앞서 말했듯 전체 출산율은 줄어들지만 특수교육대상자 수는 해마다 꾸준히 늘어갑니다. 게다가 앞으로 '범 발달장애 범주(느린학습자, ADHD 등)'에 있는 학생 수는 더더욱 늘어갈 거예요.

게다가 특수교사는 학교에만 있는 존재가 아니어도 됩니다. 실제로 성인기 발달장애인이 학교 졸업 후 5년씩 다닐 수 있는 평생교육센터에는 특수교사가 반드시 상주하도록 되어 있거든요.

현재 평생교육센터는 서울에만 개설돼 있어요. 그나마 부산에 몇 곳 있을 뿐이죠. 앞으로 평생교육센터가 전국에 개설될 것을 생각하면 필요한 특수교원 수는 지금보다 훨씬 많아야 합니다.

사람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다고 합니다. 왜 낳지 않으려고 할까요? 비장애 아이를 낳아도 키우기 힘든 사회인데 혹시 발달장애인 자녀를 낳기라도 하면 어찌 살아야 하나~ 라는 두려움도 마음 한 켠엔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내 자녀가 발달장애인으로 태어나도 그 사실이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장애물이 되지 않는 사회 시스템이 구축돼야 합니다. 그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해요. 특수교원 수 확충, 그 하나로 모든 게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분명 지금과는 다른 사회 변화를 위한 출발점은 될 수 있을 겁니다.

류승연 작가 scaletque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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