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자 영국 <인디펜던트>의 기사 "한국은 왜 계엄령을 선포했고, 윤석열의 다음 행보는 무엇일까?"
인디펜던트
3일 밤부터 4일 새벽까지 이어진 6시간의 긴박한 반전 드라마는 외신을 통해 한국 민주주의의 역동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자신을 향한 총구를 움켜쥔 채 "부끄럽지 않느냐"고 외치는 여성 정치인의 용기를 보며, 그들은 민주주의의 의미를 가슴에 새겼다.
시작은 불안한 시선이었다. 많은 외신들이 서울발 소식을 긴급히 전하며, 길어질지도 모를 스산한 동토의 밤을 보도했다. 독일의 유력 일간지 <디벨트>는 한국에서 모든 정치 활동과 시위, 정당 활동이 금지되었으며, 언론과 출판 활동 역시 제한된다고 서울의 소식을 긴급 타전했다.
이 신문은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의 국회를 "민주적 질서를 무너뜨리려는 범죄자들의 피난처"라고 지칭했다면서 "탱크와 군인이 곧 한국을 통제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의 대표적 보수매체인 이 신문은 "최근 수개월 한반도에서 (안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북한이라는 전체주의가 통치하는 이웃이 이번 상황에 개입됐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유럽인들은 한국과 같이 민주주의가 정착된 것으로 알았던 나라에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하기 어려워했다. 소식을 들은 그들 가운데 많은 이들의 첫 반응은 "왜?"였다. 영국의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계엄령이 무엇인지부터 설명해야 했다. 이 신문은 "비상 상황에서 민간 당국이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없다고 판단될 때, 군이 통치권을 갖는 체제"라면서 위반한 사람들은 영장 없이 체포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한국의 나이든 세대에서나 어렴풋한 기억으로 알고 있을 계엄령을 일반 영국 시민들이 알리 만무하기 때문일까? 이 신문은 "이론적으로는 일시적 조치이지만, 계엄령이 시행된 국가들에서는 종종 연장되거나, 경우에 따라 무기한 지속되는 사례도 있다"고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는 과거 여러 차례 계엄령이 선포된 적이 있고 가장 최근의 일은 1979년이었다고 설명했다.
'계엄령의 원인은 윤석열의 권력욕'
프랑스의 유력 보수 언론 <르피가로>는 '계엄령을 선포한 윤석열은 누구인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그는 화려한 검사 경력을 거쳐 한국 보수 정당과 함께 정치에 입문했으며, 최근 몇 주 동안 여론 조작 스캔들에 휘말려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 신문은 "한국의 언론은 종종 그를 윈스턴 처칠에 비유한다"면서도,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은 영국의 전 총리와의 모든 비교를 넘어섰다"고 평가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권력욕을 계엄령의 숨은 원인으로 평가한 언론도 있었다. 독일의 유력 진보 언론 <쥐드도이체 차이퉁>은 '두 시간의 자유를 박탈 당한 한국'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권력욕이 강한 인물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불안한 서울의 밤, 식은 땀으로 젖은 한국 민주주의는 악몽에 놀라 깨어났지만, 표면상 무사한 듯 보인다"고 전했다.
새벽의 차가운 여섯 시간이 유럽인들에게 꽤나 상징적이었던 것 같다. 대통령의 선포 시간이 늦은 밤에 이뤄진 것이 물론 우연은 아닐 것이다. 독재자가 깊은 밤을 좋아하는 것은 필연일까? 프랑코 시대를 경험한 스페인은 '독재자의 시절'을 전 세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스페인의 중도 보수 언론 <엘문도>는 다음과 같이 서울의 새벽을 표현한다.
"북한식 권위주의 돌풍에 흔들린 한국의 혼란스러운 새벽. 한국 대통령이 삼엄한 계엄령을 선포해 나라를 마비시킨 지 5시간 이상이 지나, 의회와 사회의 강한 반발로 인해 결국 해당 조치를 철회했다. 이 순간 한국 사회는 북한의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았거나, 한반도 분단 이후 평양 못지않게 잔혹했던 서울의 독재자들이 통치하던 시절을 떠올렸다"
스페인인들에게 흔히 한국은 문화 강국으로 인식된다. <엘문도>는 "서구 사회에서 문화적 현상으로는 이상적으로 인식되는 한국이 북한식 권위주의 돌풍에 휘둘렸다"면서 아시아에서 가장 역동적 민주주의를 자랑하는 한국을 뒤흔든 사람은 다름 아닌 검사 출신의 지도자였다고 촌평했다.
영국의 <가디언>은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 시도로 인해 즉각 사퇴하거나 탄핵의 요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40여 년 만의 첫 계엄령 시도가 한국을 그들의 현대 민주주의 역사상 가장 심각한 혼란으로 몰아넣었다고 평가한 이 신문은, 만약 윤 대통령이 해임된다면 민주화 이후 탄핵으로 퇴임한 두 번째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이 워싱턴에 보내는 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