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2.04 11:33최종 업데이트 24.12.04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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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긴급성명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계엄군이 헬기를 타고 국회에 도착하고 있다.연합뉴스

"자유대한민국 내부에 암약하고 있는 반국가세력의 대한민국 체제전복 위협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2024년 12월 3일 23:00부로 대한민국 전역에 다음 사항을 포고합니다.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

세상의 시간을 거꾸로 돌려온 윤석열 대통령은 군부독재 시대의 공포를 재현하듯 늦은 밤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비상계엄 선포는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 사망 이후 44년 만이라고 한다. 2024년 마지막 달의 밤이 마치 영화 <서울의 봄>의 시공간으로 이동한 것 같았다. 결국 '계엄'은 영화도 소문도 유령도 아닌 자유주의 민주주의 국가라고 철석같이 믿어온 대한민국의 현실이 되었다.

'대한민국헌법' 제77조는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는 요건에 성립되는가?


윤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의 예산삭감과 지속적인 탄핵 소추를 입법독재라고 칭하며 이를 "자유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 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서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이며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고 국가를 정상화시키겠습니다"라고 했다. 헌법에 적시되어 있는 비상계엄의 요건이 성립되지 않는다.

또한 계엄법 2조(계엄의 종류와 선포 등)의 5항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거나 변경하고자 할 때에는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와 제4조(계엄 선포의 통고) 1항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였을 때에는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하여야 한다'에 따라 그 어떠한 절차를 지키지 않고 독단적으로 담화문을 발표한 것조차 위법이다.

윤석열 정부의 사고와 결정을 의심한다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전시가 아님에도 계엄군을 동원해 국회 출입을 막고, 서울 시내 한복판에 장갑차와 헬기를 띄우고, 헌법을 유린하고, 반민주적인 계엄 사령부 포고령까지… 대통령이 직접 자유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 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서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를 한 것 아닌가?

헌법 77조 5항은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계엄법 11조 1항은 '계엄 상황이 평상상태로 회복되거나 국회가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하고 이를 공고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에 국회는 과반수인 190명 재석 190명 찬성으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했고 계엄법 11조 2항 '대통령이 계엄을 해제하려는 경우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는 조항에 따라 6시간 만에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이 비상계엄 해제를 발표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6시간여 만에 해제를 선언할 때까지 칠흑 같은 공포의 시간을 헤매는 것 같았다. 왜 윤석열 대통령은 박근혜 국정농단 정부에서도 포기했던 비상계엄의 카드를 들었을까? 전도몽상(顚倒夢想)의 세계에 갇힌 윤 대통령이 그렇게도 유신시대의 망령을 붙잡고 영속적인 권력을 좇아 폭거 독재 정치 시대의 시작을 알리고 싶었나?

이로써 윤 대통령은 반민주적인 권위정부, 무능, 부패, 검열 정부 운영으로 망국의 길을 걷고 있음을 스스로 입증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비상계엄을 계획하고 선포·추진까지 기민하게 움직였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일찍이 윤석열 정부는 비상계엄을 준비 중이라는 소문에 대해 '근거도 없이 몰아간다'고 '괴담'이라고 반박했었다. 리플리증후군에 흠뻑 취한 윤석열 정부의 사고와 결정에 어떻게 의심하지 않을 수 있을까?

새로운 민주주의 공화국으로 나아가자

2022년 11월 9일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예술인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블랙리스트 문화예술인 시국선언 6주년 시국선언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정윤희

실상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주된 목적은 자신을 비판하는 눈엣가시 같은 국민들을 "종북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하고 표현의 자유를 완전히 통제하기 위한 '계엄사령부 포고령 제1호'에서 확인 할 수 있다. 대통령실 경호처가 입틀막 하는 것도 모자라 이젠 군대를 앞세워 폭압 정치를 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계엄사령부 포고령 제1호는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거나, 전복을 기도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하고,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선동을 금한다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 ▲사회혼란을 조장하는 파업, 태업, 집회행위를 금한다고 밝혔다.

해당 포고령을 위반하면 계엄법 제9조(계엄사령관 특별조치권)에 근거하여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을 할 수 있으며, 계엄법 제14조(벌칙)에 의하여 처단할 수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우리 문화예술인, 시민들은 촛불항쟁으로 반민주적 퇴행에 저항하고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단죄하여 민주공화국과 문화예술의 가치를 지켜냈다. 이후 대한민국 사회에서 문화예술에 대한 표현의 자유 원칙이 정립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지난 정부를 비롯한 한국 사회 일각, 공무원·정치인, 일부 예술인들의 블랙리스트 국가범죄에 대한 폄하와 기억상실은 표현의 자유의 권리를 허울뿐인 명분으로, 부차적이고 불편하게 취급했다.

다시 블랙리스트 망령이 부활하고 검열 정국이 되어도, 부패한 예술 권력-성폭력 가해자가 복귀해도, 기후위기 시대를 맞이해도 그랬다. 그 결과 부패하고 무능한 괴물 정부가 감히 헌정사를 유린하고 주권자를 조롱할 수 있는 오늘을 맞이했다.

비상 계엄령 선포 이후 각계각층 시민사회·문화예술 단체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체포 등을 촉구하고 새로운 민주주의 공화국으로 나아가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다시 반복되는 이런 헌정 유린과 국가범죄에 맞서 한국 사회 민주주의와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지켜내기 위해 문화예술계 전체가 집단적인 힘으로 모이기 위해 준비 중이다. 윤 대통령에게 위헌·위법한 권한행사에 대한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 더 이상 국가 폭력을 용인할 수 없다. 이제는 퇴진도, 하야도 아니고 윤석열 탄핵만이 답이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정윤희 '블랙리스트 이후' 디렉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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