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9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AI 디지털 교과서 검정심사 결과 및 도입 로드맵 조정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3월부터 AI 디지털교과서(AIDT)를 초등학교 3, 4학년과 중1, 고1 학생들을 대상으로 도입한다. 단순히 AI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교과서로 전면 도입한다는 점에서 현장 반발이 심하다. 아직 검증되지도 않은 기술인데 교육의 핵심이 되는 것은 위험하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AI가 교사를 대신해 학생을 평가하고 진단하게 되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어떻게 대비하고 대응할 것인가? 디지털 화면만 들여다보고 AI가 지시하는 대로 학습하는 아이들은 앞으로 대인관계를 제대로 맺을 수 있을까? 지금도 교권이 무너져 어려움을 호소하는 교사가 많은데, 과연 교사의 자리는 남아 있을 수 있을까? 잠깐만 생각해봐도 발생할 수 있는 근본적이고 중대한 문제가 무수히 많다.
또 종이가 디지털로 대체되면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는 어떠한가. 프랑스를 포함한 여러 나라는 스마트기기가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데, 우리는 아이들의 성장을 저해하는 선택을 구태여 할 셈인가.
그렇지 않아도 문해력 저하와 스마트기기 중독 문제가 심각해 걱정인 학부모들은 서둘러 문해력 학원을 찾고 있다. 공교육과 사교육의 역할이 완전히 뒤바뀔 판국이다. 돈 있고 정보력 있는 가정의 아이들만 그런 학원에 갈 수 있을 텐데, 이로 인한 격차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큰 사회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다.
완성에 가까울 만큼 발전한 자동차 자율주행 기술도 윤리적인 문제로 전면 도입을 주저한다. 하물며 백년대계라는 교육 문제를 이렇게 서둘러 결정하는 것은 정당하지도, 옳지도 않다. 학생들의 기본 인권을 짓밟을 수도 있는 너무나 위험한 일이다.
AI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 단순히 AI의 위험을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다. 인간의 영역이 무엇인지 묻자는 것이다. 이미 세상에 알려져 있는 지식과 정보를 정리하는 데는 AI가 인간보다 월등히 뛰어나다. 하지만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거나 밝히지 못한 무엇인가를 탄생시키고 발굴하는 일은 여전히, 그리고 영원히 인간의 몫이다.
<호모 유니쿠스>를 쓴 임헌우 계명대 교수는 인디고 서원에서 열린 인문학 강의에서 "평균적인 답변이 아니라, 그 너머의 다른 것을 만들어 내는 힘"이 인간다운 면모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미 알려진 세계 너머를 상상하고, 지금까지의 통념을 깨는 힘을 가진 것이 "소설가나 시인의 문법"이라고 했다.
단어 찾아 헤매는 시인, 인간의 진짜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