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맥주박람회 및 와인&로컬 드링크 페어' 한 부스에서 수제맥주를 시음용 잔에 따르고 있다.
연합뉴스
솔직히 털어놓는다. 챗지피티(ChatGPT)에게 맥주의 미래를 물어본 까닭은 사실 인공지능의 능력이 궁금해서였다. 맥주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요즘 챗지피티에게 기대 이상의 도움을 받고 있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팩트와 자료를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였다. 지금은 원서를 뒤지거나 검색엔진 속 출처가 불분명한 글들과 싸우는 대신 궁금한 사실을 질문하고 팩트만 체크하는 편이다.
챗지피티를 이용하다 불현듯 맥주의 미래를 물어보고 싶었다. 딱히 물어볼 '인간'도 없었다. 아마 이런 주제를 궁금해할 사람도 나밖에 없지 않을까. 본격적인 질문에 앞서 인공지능이지만 반갑다는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오해하지 말자. 질문은 반말로 하고 가끔 틀린 정보를 알려주면 따끔하게 혼내고 있으니.
질문은 단순했다. "맥주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1초도 안 돼 주르륵 써 내려간 답은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내용들로 가득했다. '다양성과 개인화', '기술 기반 혁신', '지속 가능성과 혁신', '글로벌화와 현지화', '건강 지향 맥주' 그리고 '디지털화된 소비 경험'까지 챗지피티는 맥주의 미래를 크게 6개의 키워드로 정리했다.
이렇게까지 자세하다고? 눈을 크게 뜨고 이 녀석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들여다봤다. 꽤 의미 있고 인사이트를 전해주는 대목들이 보였다.
먼저 '다양성과 개인화', 챗지피티는 개인의 취향에 맞춘 맥주를 첫 주제로 언급했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개별 고객의 취향에 맞는 맥주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모든 것이 소량 생산 플랫폼 또는 맞춤형 배치 시스템으로 가능하며, 자연스럽게 로컬 크래프트 양조장 또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술 기반 혁신'은 AI 기반 자동 스마트 양조를 의미했다. 스마트 폰을 통한 원격 양조 기술이 등장하며 수율과 품질이 이전보다 안정화될 수 있다고 바라본 것이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부분은 3D 프린터를 이용한 고객 맞춤 맥주용기였다. 맥주의 가치를 높이고 고객 충성심을 높일 수 있는 훌륭한 마케팅이었다. 당장 소형 양조장이나 브루펍에서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똑똑한 녀석!
'지속 가능성과 환경' 대목은 많은 양조장들이 실천하려고 고민하는 부분이다. 보통 1리터의 맥주를 만들기 위해 6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또한 양조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장기적으로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미 몇몇 양조장들이 자원 재활용과 이산화탄소 배출 최소화를 시도하고 있다. 앞으로는 환경을 생각하는 맥주가 더 많은 고객의 선택을 받을지도 모른다.
제법이었다. 내용을 보고 있자니 챗지피티가 제안하는 맥주의 미래가 터무니없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이 녀석의 능력을 확인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물어봤다.
"너 같은 인공지능이 맥주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인공지능(AI) 기술은 맥주 산업의 여러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나 같은 AI가 맥주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분야는 다음과 같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확신에 차 있었다. 곧 챗지피티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다음과 같은 키워드를 뽑아냈다. '레시피 개발 및 최적화', '품질 관리', '수요 예측', '개인화된 추천', '자동화된 마케팅', '지속 가능성 향상'
'레시피 개발 및 최적화'는 방대한 자료를 검색해서 소비자 맞춤 레시피를 추천하는 것을 의미한다. 어쩌면 지금 당장이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능이었다. AI에게 기존 맥주의 재료, 온도, 시간 등을 학습하게 한 뒤, 소비자에게 받은 결과물을 다시 반영하면 더 적절한 레시피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소비자의 취향을 반영한 완전히 새로운 레시피도 가능할 것이다.
AI '품질 관리' 기술은 맥주 양조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 지금도 사물인터넷(loT) 센서를 통해 스마트 폰에서 공정 관리를 확인하고 조정하는 양조장들이 있다. 실시간 데이터를 분석한 AI는 문제를 수정해 불량을 줄이고 품질의 일관성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AI '자동화된 마케팅'을 바탕으로 소셜 미디어와 유튜브, 언론에서 자신의 브랜드를 좋아하는 고객의 평판과 피드백을 분석한 후 마케팅 전략에 사용할 수 있다.
맺음말을 하는 챗지피티는 계속 자신을 이용하라고 무언의 압박을 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AI는 맥주의 맛, 품질, 유통, 마케팅 등 다양한 영역에서 효율성을 높이고 혁신을 가속화할 수 있습니다."
정동과 크래프트 맥주를 연결하는 법까지 알려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