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1.29 12:11최종 업데이트 24.11.29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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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28일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정상회담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북한과 중국을 대하는 태도는 사뭇 대조적이다. 한쪽에 대해서는 과도한 듯한 애정을 계속 표시하고, 다른 쪽에 대해서는 심하다 싶을 정도의 적대감을 변함없이 드러낸다.

현지 시각 25일과 26일에 나온 보도들은 트럼프의 북·중 차별을 잘 대비시킨다. 마약 유입 및 불법이민 문제를 이유로 1월 20일 취임 당일에 멕시코·캐나다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에 대해서는 10% 추가 관세를 더 매기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다음날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로이터통신의 보도가 있었다.


김정은은 지난 21일 평양에서 열린 무장장비전시회인 국방발전-2024의 개막식 기념연설에서 "우리는 이미 미국과 함께 협상 주로(走路)의 갈 수 있는 곳까지 다 가보았으며, 결과에 확신한 것은 초대국의 공존 의지가 아니라 철저한 힘의 입장과 언제 가도 변할 수 없는 침략적이며 적대적인 대조선정책이었다"라고 비장하게 발언했다.

김정은은 트럼프 당선 이후의 첫 번째 대미 메시지를 무기 전시장에서 내놓았다. 그러면서 트럼프에 대한 기대감이 없음을 표시했다. 대미 협상용의 성격도 띠는 발언이겠지만, 트럼프에 비하면 그의 태도는 꽤 냉랭하다.

전향적 대북정책, 트럼프의 속내는?

제1기 임기의 원년인 2017년만 해도 트럼프는 북한에 적대적이었다. 그랬던 그가 2018년 3월에 상황을 전격적으로 누그러트린 것은 북한 핵무기에 대한 미국인들의 공포심을 감소시키는 데 기여했다.

김정은과 트럼프의 격한 대립으로 북미관계가 험악했을 때 나온 2017년 8월 11일 자 <자유아시아방송> 기사 '북핵 위협에 미국인들 지하대피소에 주문 늘어'는 LA의 지하대피소 회사인 '아틀라스 서바이버 쉘터스'가 창사 36년 만에 최대 매출액을 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미 전국에서 주문이 밀려오고 있습니다"라며 "이런 상황은 처음 겪어봅니다"라는 론 허바드 회장의 인터뷰 발언을 소개했다. 트럼프 자신도 누누이 강조했듯이 그의 전향적인 대북정책은 북핵에 대한 미국인들의 두려움을 감소시켰다. 이는 미국이 좀더 안정적으로 대외정책을 운용하는 데 도움이 됐다.

트럼프의 대북정책이 미국에 준 이익이 그 정도에 그치는 것은 아니었다. 2019년 2월 27일의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성과를 얻지 못한 뒤로 냉랭해진 김정은에 비해, 트럼프는 그 후로도 비교적 일관되게 김정은에 대한 애정을 표시했다. 이는 북한과의 우호적 관계가 미국에 주는 또 다른 이익에 트럼프가 집중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노이 노딜(합의 실패)'이라고 하지만, 트럼프에게는 노딜이 아닌 측면이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는 유엔총회에서 '북한을 완전히 파멸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기 이틀 전인 현지 시각 2017년 9월 17일에 김정은을 로켓맨에 비유하는 유명한 발언을 했다. 미치광이(madman)라는 이전 표현보다는 순화됐지만 조롱의 뜻이 심한 이 발언을 한 뒤에 19일 유엔총회에서 대북 경고를 했고, 20일에는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개인·기업·금융기관까지도 제재하겠다는 행정명령 제13810호를 발동시켰다.

그랬던 그가 전격적으로 태세를 전환했다. 2018년 3월 9일(미국은 8일), 그는 김정은의 정상회담 제안을 수락했다. 역대 북한 정권의 숙원 사항을 전격적으로 수용해 준 것이다. 그는 6월 12일 싱가포르로 날아가 첫 만남을 가졌고, 그 뒤부터는 김정은의 열혈 팬을 자처했다.

이처럼 트럼프가 김정은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시점은 시진핑 정권이 한층 업그레이드되는 시점과 맞아떨어졌다. 트럼프가 북한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는 시기는 시진핑이 '중(中)시황제'로 가는 길을 마무리하는 시점과 일치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9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지속 가능한 개발과 에너지 전환' 회의에 참석한 후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AFP/연합뉴스

트럼프가 김정은을 만나겠다고 공식 표명한 지 이틀 뒤, 중국 국회인 전인대에서는 국가주석직 3선 금지를 폐지하는 헌법 개정이 이뤄졌다. 현대 세계에서 장기집권의 전형적 표지로 간주되는 3선 금지가 없어져 시진핑은 '시 주석'에서 '시황제'로 승급할 수 있는 제도적 발판을 구축했다. 2018년에 재선에 성공한 그는 3선 금지 폐지에 따라 2023년에 세 번째 연임을 이뤘다.

시진핑이 한층 강력한 스트롱맨으로 우뚝 서는 2018년 그해에 트럼프는 중국에 대한 압박을 한 차원 끌어올렸다. 그해 3월 22일 트럼프는 중국 상품에 25%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의 대미 투자를 제한하는 초강경 조치를 단행했다. 전 세계를 패닉에 빠트리는 무역전쟁의 선포였다. 이런 시기에 트럼프가 김정은을 확 끌어안았던 것이다.

시진핑 정권이 보다 강력해지는 시기에 트럼프는 고강도 무역전쟁으로 중국을 더욱 압박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을 파격적인 정상회담으로 끌어냈다. 이런 상황은 미국이 중국과의 싸움에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됐다.

중국에 대한 전방위적 포위는 북·중 밀착을 낳을 수밖에 없었다. 북한 핵무기가 정말로 날아올 수 있다고 불안해하는 미국인들이 볼 때, 경제적으로 강력한 중국과 핵무기 발사 버튼을 누를 듯한 북한의 조합은 당연히 위협적이다. 북·중이 밀착한 상태에서 중국을 고강도로 압박하는 것은 미국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어 무역전쟁의 동력을 떨어트릴 수 있었다.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는 트럼프의 방식은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대한 미국인들의 부담을 떨어트리고 미 행정부가 중국과의 관계에 보다 많은 에너지를 할애할 수 있게 만들었다.

대북 평화공세로 북·중 연대 가능성을 떨어트린 트럼프는 유리한 고지에서 중국을 압박했다. 그는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에도 중국에 대한 통상 압박을 이어가면서 미국 경제상황을 개선시켰다. 그의 입장에서는 '하노이 노딜'이 아니었던 셈이다.

대중국 견제와 연결된 트럼프의 '친 김정은' 행보

북한 제4차 조선인민군 대대장, 대대정치지도원 대회가 지난 14~15일 평양에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8일 보도했다. 대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틀차 행사에서 '조성된 정세와 공화국무력 대대장·대대정치지도원들의 임무에 대하여'를 주제로 연설했다고 전했다.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그런 양상은 역대 미국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 중에서 1882년 방식과 가장 비슷하다. 이 해는 미국이 조선왕조에 대해 보여준 두 가지 접근법 중에서 두 번째가 구사된 해였다.

서방세계의 침략인 제1차 아편전쟁(1840~42) 및 제2차 아편전쟁(1856~60)과 중국의 내부 혁명인 태평천국운동(1851~64) 같은 핵폭탄급 사건을 겪고도 청 왕조는 쓰러지지 않았다. 그러자 1860년대부터 서양열강은 중국에 대한 접근법을 바꿨다. 중국을 직접 공략하지 않고, 중국을 둘러싼 중국 동맹국들을 먼저 공략해 중국을 간접적으로 압박하는 방식이었다.

이때 미국은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조선을 침공하는 방법으로 중국 동북부를 약화시키고자 했다. 미국에 의한 1866년의 제너럴셔먼호 사건과 프랑스에 의한 1866년의 병인양요 도발, 미국에 의한 1871년의 신미양요 도발은 그런 접근법의 산물이다. 이 시기에 미국이 보여준 대(對)조선 적대시 정책은 위의 두 가지 중에서 첫 번째다.

적대시 정책의 한계에 봉착한 미국은 1882년에는 평화적 방법으로 조선과의 관계를 전환시켰다. 이때 미국은 조선 시장을 개방시킴과 동시에 러시아를 견제할 목적으로 조미수호통상조약(한미수호통상조약)을 맺고 화친했다. 두 번째 접근법인 이 방식은 한반도 이북의 강대국을 견제하고자 한반도와 화친하는 것이었다.

이 시기의 미국은 고종 임금의 안보 지원 요구를 끝끝내 들어주지 않았다. 러시아·청나라·일본 등의 압박으로부터 조선을 지켜주리라 믿고 문호를 개방한 고종의 의도는 결국 '노딜'로 끝났다. 하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제한적이나마 러시아 견제의 전진 기지를 한반도에 두는 효과가 있었다.

대상이 중국이 아니라 러시아이기는 했지만 한반도와 화친하면서 한반도 이북의 강대국을 견제하는 1882년의 양상은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떠올리게 만든다. 제1기 때의 트럼프가 한반도 북부와 유지한 우호적 관계는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었다.

이처럼 트럼프의 대북정책은 북핵을 인정하느냐 마느냐, 북핵을 포기시키느냐 마느냐, 북한과 수교하느냐 마느냐의 여부를 떠나 대중국 견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제2기에도 중국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야 할 그로서는 시진핑 곁에 김정은이 다가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김정은을 내 친구라 부르며 무한애정을 계속 표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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