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 28일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북한과 중국을 대하는 태도는 사뭇 대조적이다. 한쪽에 대해서는 과도한 듯한 애정을 계속 표시하고, 다른 쪽에 대해서는 심하다 싶을 정도의 적대감을 변함없이 드러낸다.
현지 시각 25일과 26일에 나온 보도들은 트럼프의 북·중 차별을 잘 대비시킨다. 마약 유입 및 불법이민 문제를 이유로 1월 20일 취임 당일에 멕시코·캐나다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에 대해서는 10% 추가 관세를 더 매기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다음날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로이터통신의 보도가 있었다.
김정은은 지난 21일 평양에서 열린 무장장비전시회인 국방발전-2024의 개막식 기념연설에서 "우리는 이미 미국과 함께 협상 주로(走路)의 갈 수 있는 곳까지 다 가보았으며, 결과에 확신한 것은 초대국의 공존 의지가 아니라 철저한 힘의 입장과 언제 가도 변할 수 없는 침략적이며 적대적인 대조선정책이었다"라고 비장하게 발언했다.
김정은은 트럼프 당선 이후의 첫 번째 대미 메시지를 무기 전시장에서 내놓았다. 그러면서 트럼프에 대한 기대감이 없음을 표시했다. 대미 협상용의 성격도 띠는 발언이겠지만, 트럼프에 비하면 그의 태도는 꽤 냉랭하다.
전향적 대북정책, 트럼프의 속내는?
제1기 임기의 원년인 2017년만 해도 트럼프는 북한에 적대적이었다. 그랬던 그가 2018년 3월에 상황을 전격적으로 누그러트린 것은 북한 핵무기에 대한 미국인들의 공포심을 감소시키는 데 기여했다.
김정은과 트럼프의 격한 대립으로 북미관계가 험악했을 때 나온 2017년 8월 11일 자 <자유아시아방송> 기사 '북핵 위협에 미국인들 지하대피소에 주문 늘어'는 LA의 지하대피소 회사인 '아틀라스 서바이버 쉘터스'가 창사 36년 만에 최대 매출액을 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미 전국에서 주문이 밀려오고 있습니다"라며 "이런 상황은 처음 겪어봅니다"라는 론 허바드 회장의 인터뷰 발언을 소개했다. 트럼프 자신도 누누이 강조했듯이 그의 전향적인 대북정책은 북핵에 대한 미국인들의 두려움을 감소시켰다. 이는 미국이 좀더 안정적으로 대외정책을 운용하는 데 도움이 됐다.
트럼프의 대북정책이 미국에 준 이익이 그 정도에 그치는 것은 아니었다. 2019년 2월 27일의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성과를 얻지 못한 뒤로 냉랭해진 김정은에 비해, 트럼프는 그 후로도 비교적 일관되게 김정은에 대한 애정을 표시했다. 이는 북한과의 우호적 관계가 미국에 주는 또 다른 이익에 트럼프가 집중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노이 노딜(합의 실패)'이라고 하지만, 트럼프에게는 노딜이 아닌 측면이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는 유엔총회에서 '북한을 완전히 파멸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기 이틀 전인 현지 시각 2017년 9월 17일에 김정은을 로켓맨에 비유하는 유명한 발언을 했다. 미치광이(madman)라는 이전 표현보다는 순화됐지만 조롱의 뜻이 심한 이 발언을 한 뒤에 19일 유엔총회에서 대북 경고를 했고, 20일에는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개인·기업·금융기관까지도 제재하겠다는 행정명령 제13810호를 발동시켰다.
그랬던 그가 전격적으로 태세를 전환했다. 2018년 3월 9일(미국은 8일), 그는 김정은의 정상회담 제안을 수락했다. 역대 북한 정권의 숙원 사항을 전격적으로 수용해 준 것이다. 그는 6월 12일 싱가포르로 날아가 첫 만남을 가졌고, 그 뒤부터는 김정은의 열혈 팬을 자처했다.
이처럼 트럼프가 김정은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시점은 시진핑 정권이 한층 업그레이드되는 시점과 맞아떨어졌다. 트럼프가 북한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는 시기는 시진핑이 '중(中)시황제'로 가는 길을 마무리하는 시점과 일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