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아파트.
연합뉴스
다음으로, 윤석열 정부는 정책 수단에 대해 제대로 고민했을까. 대한민국에서 양극화를 초래하는 주범은 불로소득이다. 불로소득이란 재화와 용역의 생산(부의 '창출')에 기여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곳에서 생산되는 부를 '추출'함으로써 얻는 소득을 가리킨다. 투기는 부 추출의 가장 유력한 통로다.
한국에서 부동산 투기와 금융 투기가 극심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투기를 통해 발생하는 불로소득은 국민소득 계정에 잡히지 않는다. 소득 분배와 자산 분배가 따로 노는 현상은 이 때문에 발생한다. 소득 지니계수(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는 2018년 이후 계속 떨어졌는데(2018년 0.345 → 2019년 0.339 → 2020년 0.328 → 2021년 0.329 → 2022년 0.324), 이는 불평등이 완화되었다는 뜻이므로 일반 국민의 상식과는 전면 배치된다. 통계와 상식의 괴리는 불로소득의 존재로 설명된다. 부동산과 금융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 때문에 소득 불평등이 심화함에도 통계상으로는 완화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불로소득을 포함하는 소득 불평등, 즉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불로소득을 차단·환수하는 정책이 필수적이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환수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것은 부동산 보유세고, 금융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것은 금융 이득 과세다. 현 상황에서 부동산 보유세 강화는 종부세를 통해, 금융 이득 과세 강화는 금투세를 통해 이뤄질 수밖에 없다. 부수적으로 불로소득 환수를 상시화하는 방향으로 양도소득세를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
윤석열 정부는 종부세와 금투세 둘 다를 폐지하고 싶어 한다. 게다가 양도소득세도 대폭 완화하고 싶어 한다. 이와 같은 정책 방향을 유지하면서 양극화를 타개하겠다는 것은 거짓말이 아니면 침소봉대일 수밖에 없다.
나는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선언이 거짓말이 아니라고 믿고 싶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선언은 침소봉대가 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양극화 타개를 위해 어떤 방안을 내놓을지 무척 궁금하지만, 선택지는 매우 좁다. 기껏해야 '① 대기업과 슈퍼리치에 대한 감세는 그대로, ② 전체 복지지출 축소도 그대로, ③ 생색을 내기 좋은 좁은 분야에 대한 복지지출 증대 추진'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양극화 타개 정책으로는 정말 옹색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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