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1.22 11:29최종 업데이트 24.11.22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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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지속 가능한 개발과 에너지 전환' 회의에 참석한 후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한미일 군사협력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한일 양국뿐 아니라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역점을 둔 것도 양국을 안심시키는 일이었다.

지난 15일자 일본 <지지통신> '미, 일·한 우려 불식에 부심, 트럼프 정권 발족 앞두고'는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4일 페루 제1의 수도 리마에서 이와야 다케시 외상, 한국의 조태열 외상과 각각 회담하고, 내년 1월 발족할 트럼프 차기 정권에 대한 우려의 불식에 힘썼다"라며 "바이든 정권하에서 협력을 심화시킨 일·미·한이지만, 트럼프 차기 대통령이 3개국 제휴를 중시할지 불투명해서 일·한 두 정부의 불안은 계속될 것 같다"고 전했다.


한미일 안보협력이 불안정한 단계에 들어서고 있는 점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표정에서도 읽힌다. 한국에 대해 냉랭하기만 하던 그의 표정이 최근 들어 밝아지고 있다. 이 점은 일본인들도 느끼고 있다.

<지지통신>의 16일자 기사 '중국주석, 일·한에 추파...트럼프 씨 복귀를 응시하며'는 에이펙 기간에 시진핑이 한중 및 중일 정상회담을 통해 "2국간 관계나 경제·무역 협력 강화에 의욕을 보였다"라며 "대(對)중국 강경 자세를 보이는 트럼프 차기 미 대통령의 취임을 겨냥해 중국과의 현안을 안고 있는 인근 국가들에 추파를 보내는 형국이다"라고 말했다.

북·중·러 견제라는 명분하에 지난 2년 반 동안 강도 높게 전개된 한미일 협력은 굴욕적인 한일관계 봉합을 초래했다. 미국은 3국을 끈끈하게 접착시킬 목적으로 한·일 역사문제에 개입해 한국인들의 식민지배 청산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런데 한미일 협력이 강조되는 속에서 한일관계가 굴욕적으로 봉합되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굴욕적 한일관계의 총론이 기록된 1965년, 이를 구체화하는 각론이 각각 기록된 2015년과 2023년은 한미일 협력이 유난히 강조된 시점이다.

1965년, 2015년, 2023년 한일관계의 공통점

5·16 쿠데타 4년 뒤이자 한일협정 1개월 전에 보도된 1965년 5월 15일자 <경향신문> '박 대통령의 세 번째 방미'는 "국교 타결이 뚜렷이 된 한국과 일본을 묶어 한미일 삼각체제의 방공협력체를 구상하고 있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나오고 있는 이야기"라면서 이것이 "극동방위체제에 관한 미국의 구상"이라고 전했다. 한일협정 체결과 한미일동맹 구상이 맞물려 전개됐음을 보여주는 기사다.

2015년 한·일 위안부합의도 미국이 한미일 군사협력을 목적으로 박근혜 정부와 아베 신조 내각을 압박하는 가운데서 강행됐다. 합의 다음날인 12월 29일의 국내 보도들에서 확인되듯이, 수전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은 합의의 의의를 평가하는 대목에서 "한미일 3자 안보협력의 진전을 비롯해 폭넓은 지역적·지구적 과제들을 다뤄나가는 데에 협력을 강화하기를 기대한다"고 발언했다.

2015년 11월 30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파리 르부르제 공항 컨벤션 센터 넬슨만델라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 청정에너지 혁신 미션 출범식에서 기념촬영을 기다리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한미일 협력이 유난히 강조됐다는 점과 더불어, 1965년·2015년·2023년의 또 다른 공통점은 세 시점 모두 미국 민주당 정권일 때라는 점이다. 한일협정은 민주당의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재임 1961~1963)을 뒤이은 민주당의 린든 존슨(1963~1969)이 대통령일 때 강행됐다. 위안부합의와 강제징용 제3자 변제 역시 민주당 정권하의 작품이다. 민주당 정권들은 북중러를 견제하자며 한미일 협력을 띄우면서 한·일 역사문제에 깊이 개입하는 패턴을 보였다.

공화당도 한미일 협력을 희망하고 한일관계에 개입했지만, 민주당만큼 적극적이지는 않았다. 그래서 1945년 이후 한일관계의 결정적 장면들은 민주당 정권 때 나왔다. 그만큼 민주당은 공화당에 비해 한·일 역사문제에 더 민감하다.

지금 미국에서 첨예하게 벌어지는 진보와 보수의 갈등에서 나타나듯이 민주당은 공화당에 비해 조금은 정의로운 편에 서 있다. 여성과 노동자, 소수인종 등의 인권에 대해 민주당이 더 적극적이다. 그런 민주당이 한국 위안부와 강제징용 노동자들이 관련된 한·일 역사문제를 중재한다며 사실상 일본을 편드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인권과 공정에 상대적으로 더 민감하다는 민주당이 한·일 간의 문제에서만큼은 국익을 추구해온 것이다.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의 차이

공화당이 한일관계에 대해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갖고 있음을 가장 극렬하게 보여준 인물은 1기(2017~2021) 행정부 당시의 트럼프다. 이 기간에 한국 대법원이 2018년 10월과 11월에 강제징용 손해배상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 일본이 경제보복을 하면서 한일관계는 크게 악화됐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여기에 개입하지 않았다. 민주당 정권은 물론이고 이전의 공화당 정권도 충분히 개입했을 사건인데도 그랬다.

강제징용 판결이 나온 직후인 그해 12월 20일에는 한·일 간에 초계기 사건이 터져 '북한 어선을 돕던 한국 광개토대왕함이 우리 해상자위대 초계기에 레이더를 솼다'며 일본이 시비를 거는 상황이 벌어졌다. 한·일 두 군대가 갈등을 빚는 이 긴박한 상황에 대해서도 트럼프는 팔짱을 끼고 방관했다.

그의 불개입은 민주당 정권은 물론이고 역대 공화당 정권들과도 비교됐다. 박정희를 쏘려다가 육영수를 쏜 사건인 1974년 8월 15일의 문세광 사건을 북한의 소행으로 몰아가려는 박 정권의 의중을 일본이 받아주지 않자, 그달 30일 박정희는 국교 중단 가능성을 내비치며 한일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갔다. 그러자 공화당의 제럴드 포드 정권은 신속히 끼어들어 일본이 사과하도록 만들었다. 초계기 사건 역시 파국으로 몰고갈 만한 사안인데도 트럼프는 강 건너 불 구경을 했다.

트럼프가 모든 경우에 다 그랬던 것은 아니다. 아베 신조 내각이 한국을 상대로 경제보복을 발동한 다음달인 2019년 8월에 문재인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내렸을 때는 달랐다.

그해 11월, 국무부와 국방부의 고위급 관료들이 한국을 대거 방문했다. 국무부 4인방인 키이스 크라크 차관, 데이비드 스틸웰 차관보, 마크 내퍼 차관보, 제임스 드하트 방위비분담금협상 대표가 한꺼번에 입국하더니, 며칠 뒤에는 마크 애스퍼 국방부장관, 마크 말리 합동참모본부의장, 필립 데이비슨 인도태평양사령관도 한꺼번에 방한했다.

세 명의 '마크'를 포함한 트럼프의 고위 관료들이 대거 몰려온 것은 그달 14일 한미군사위원회(MCM)와 15일 한미안보협의회(SCM) 등의 기회를 빌려 주한미군방위비 분담금을 늘리는 한편, '지소미아를 연장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지소미아라는 한·일 군사정보 교류의 제도적 기반이 약해지면 이를 활용하는 미군의 동아시아 정보 활동에도 지장이 생기고, 북·중·러를 겨냥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군사전략에도 차질이 생긴다. 초계기 사건과 달리 지소미아 파기는 미국의 군사적 이익에 장기간의 불이익이 되리라고 트럼프 행정부가 판단한 듯하다. 이때만큼은 트럼트도 강 건너 불을 끄고자 국무부·국방부의 소방수들을 대거 파견해 문재인 정권을 마크했다.

트럼프는 어떻게 할까

지난 6일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의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지지자 파티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AP/연합뉴스

역대 미국 정부의 패턴, 특히 공화당 행정부의 패턴을 트럼프 1기의 사례와 종합하면, 트럼프 2기의 미국은 한일관계가 자국 국익에 결정적 불이익을 주지 않는 한 한일관계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할 수 있다. 미국이 한·일을 무리하게 붙여놓고자 식민지배 문제에 끼어들 가능성이 트럼프 2기에서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2기에 북미관계가 다시 긴밀해지면 한미일 3국이 체감하는 북한의 위협이 줄어들 수밖에 없으므로 한미일 협력의 필요성은 그만큼 약해진다. 미국이 한일관계에 개입할 필요성도 감소된다. 이는 북한이 7차 핵실험이나 해외 파병 확대 등을 통해 긴장을 더욱 고조시킬 경우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바이든의 선례를 따라 한·일 역사문제에 신경을 쓸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또 트럼프는 중국을 가장 크게 견제하므로 남북한과 중국이 과거사 문제에서 일본에 대해 똑같은 목소리를 내게 되면, 바이든 때처럼은 아닐지라도 트럼프 2기 역시 한·일 과거사 문제에 개입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런 경우에는 한일관계 개입이 중국 견제용으로 활용될 수 있다. 시진핑이 한·일에 던지는 사인이 너무 잦아진다 싶으면, 이를 견제하기 위해 트럼프가 한·일 식민지배문제에 개입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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