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1.21 14:43최종 업데이트 24.11.21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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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환경 문제는 다른 제반 문제나 요인들과 따로 떨어져 있지 않아 통합적인 접근과 시각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환경 문제에 대한 대응과 해법은 환경 보호만이 아니라 경제나 사회 문제 또는 경제 정책이나 사회 정책과도 연계해야만 적절한 성과를 내게 된다. 특히 현재의 기후 위기에 대해서는 어느 한 부문과 분야만의 대응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기에 난제(wicked problems)로 분류하고, 기후 환경 문제로 연계해서 접근한다.

윤석열 정부 들어 환경부는 어떤 측면에서도 그 전문성이나 통합적인 시각을 가진 리더가 들어오지 못한 대표적인 부처라 할 만한데, 과도한 전 정부 지우기의 일환인 데다 기후 환경 정책이나 에너지 정책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바탕에 두기 때문인 것으로 지적되었다. 이러한 정책과 태도는 단지 전 정부 정책과의 단절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합의인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에 대한 외면과 후퇴, 나아가 최근 ESG 경영에 대한 기업의 능동적인 대처를 거의 지원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이 지난 19일(현지 시각)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 고위급 회의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2024.11.20 [환경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연합뉴스

물론 환경부로서는 부처의 직접적인 예산과 규정을 벗어나 있는 것으로 여겨진 경제, 사회, 환경 분야의 17개 목표로 구성된 SDGs의 주무 부처가 국무조정실로 이관된 이후 환경적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정책 역량을 발휘하고자 노력했다. 에너지 절감이나 가축분뇨시설 처리 투자, 상하수도 저에너지·고효율 핵심 기자재 및 처리 기술개발, 폐자원 에너지 활성화, 친환경에너지타운 지원 등 전통적인 환경 정책은 일상적으로 집행되고 있는 편이라 할 수 있다.

2025년도 환경개선특별회계 세출예산안에서도 이차전지 순환 이용성 향상 기술개발, 태양광 패널 재활용 기술개발사업, 중소환경기업 사업화 지원사업, 미래환경산업 육성융자, 녹색 인프라 해외 수출 지원 펀드, 물·대기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주요 기자재 국산화기술개발사업, 화학사고 예측·예방 고도화 기술개발사업, 생태계 기반 탄소흡수원 조성·관리기술 개발사업 등에서 2024년 대비 예산 규모가 늘었음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환경부의 업무로 일원화된 물관리 책임을 국토교통부로 되돌려 놓겠다거나,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댐을 대대적으로 건설하겠다는 등 윤석열 정부의 반환경적 기조는 예산안 곳곳에서 발견된다. △ 물환경정책 연구 및 홍보 △ 상하수도 정보화 시스템 구축 △ 자원순환 정보시스템 구축 및 운영 △ 환경보건 디지털조사 기반 구축 기술개발 △ 환경보건종합정보시스템 구축 운영 △ 국토환경정보화기반구축 등 환경 정책의 기반이 되는 사업들은 대부분 예산 규모가 줄었다. 이러한 사업들은 환경부의 환경정책만이 아니라 다른 부처와 분야 정책들이 연계될 수 있는 토대라 중장기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사업들이다. 또한 △ 환경성질환 예방 및 사후관리사업이나 △어린이 건강보호 종합대책 추진사업과 같은 사업들에서도 예산 규모가 줄었다. 관련 부서의 업무 계획을 보면, 안정화된 사업이라 예산 규모가 줄어든 것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나아가 환경 정책의 핵심적인 정책 분야이자 국가지속가능발전목표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는 상당수의 사업들에서 예산 규모가 줄었다. △ 하수처리수 재이용사업 △국가·유역 물관리 체계 구축 △ 토양환경보전대책 △ 토양환경보전대책 △ 군사기지 환경 관리 및 정화사업 △ 자원순환 기반 구축 △ 재활용품 비축사업 △ 전기전자제품 및 자동차의 재활용 체계 구축 및 운영 △ 유해폐기물 처리 및 대집행, 위해 우려 폐기물 관리 △ 미래 발생 폐자원의 재활용 △생활 주변 미세먼지 관리사업 △야생동식물보호 및 관리 등이 그것이다. 더욱이 이들 분야는 경제적으로도 대단히 중요한 사업들이라 할 수 있다.

심지어 원자력안전과 관련해서도 △ 생활 주변 방사선 안전관리 △ 방재환경 기반구축과 같은 방사선 방재환경 안전관리 △ 현장방사능 방재지휘센터 구축 등의 예산이 모두 삭감되었으니 기후 환경 분야에 대한 정부의 대응에 우려할 수밖에 없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울진 신한울 3, 4호기 건설을 허가함으로써 기후 위기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소규모 분산형 에너지 전환에도 역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지별 원자력발전소 밀집도 전 세계 1위를 유지하여 심각한 안전 문제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원자력발전 지원 예산은 2023년 약 89억 원에서 2025년 약 1,669억 원으로 1,775% 늘어난 반면, 재생에너지 지원 예산은 2023년 약 9,099억 원에서 2025년 5,717억 원으로 37% 줄어들어 세계적인 ESG 규제와 관련해서도 우려될 수밖에 없다.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2025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전력산업기반기금)포럼사의재

현재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의 지휘 본부라 할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경우 분과위원회가 거의 개최되지 않아 실질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관련하여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분과위원회와 전문위원회를 통한 적극적인 검토 또는 정부 관계 부처들과의 적극적인 협의가 요구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신재생에너지 2030 발전 비중 목표를 이전의 30.2%에서 21.6%로 대폭 하향한 바 있다. 국제 LNG 가격 변동성이 심한 상황을 고려해서라도 에너지 믹스 차원에서 신재생에너지의 비중도 상향해야 한다. 한편 지난 2022년 7월 5일 지속가능발전 기본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넘었는데,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는 최근에야 구성되었다. 지속가능발전 지방위원회와의 협력이나 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 같은 민관 협의체도 적극적으로 끌어내어 전 지구적 위기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

예산상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경계해야 할 정부의 움직임이 작지 않다. 갈등관리와 환경피해 사전예방을 위한 환경영향평가제도도 무력화되었다. 환경영향평가 대상사업을 심층 사업과 신속 사업으로 구분하여 신속 사업으로 분류될 경우 그 절차를 생략하는 한편, 환경부의 보완·조정 요청에 대해 사업자가 불복할 수 있게 환경영향평가법이 개악된 것이다. 심층평가와 신속평가를 분류하는 것 자체가 문제일 수 있으며, 신속평가 대상으로 분류 되면 절차를 생략할 수 있는 주민 의견 수렴이나 환경영향평가서 작성 및 협의 요청 절차를 생략할 수 있는 것은 개발사업을 둘러싼 갈등과 논란을 더욱 부추길 수 있어 개정이 필요하다. 배출권 거래제와 관련하여 배출 허용 총량을 줄이고 유상 할당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 4대 강의 자연성 회복과 유역관리, 수생태계 연계성 강화, 교통 및 에너지 관련 환경세와 전기요금에 대한 재검토 등 시급하게 논의하고 대처할 일이 산적해 있다.

어쩌면 정부는 국정 관리 차원에서 부처 간 업무분장을 확실히 하는 차원이라고 항변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는 부처 간 협력과 민관협력에 의한 문제해결을 추구하는 전 세계적인 흐름에도 역행할뿐더러 문제해결 역량을 더욱 악화시키며 부처 간 칸막이를 높일 뿐이다. 오히려 이는 소위 '힘없는' 부처인 환경부를 무력화하여 개발 정책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우리는 기후 위기라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을 다시금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필자 소개 : 오수길은 현재 고려사이버대학교 정보관리보안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환경사회학회 부회장, 한국정책학회 연구위원장, 한국NGO학회장 등으로 활동하였고, 서울시협치협의회 부의장, 서울시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을 역임하였다. 지속가능발전과 협력적 거버넌스 분야를 주로 연구하고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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