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무연고 사망자'의 지방을 태우고 있다.
나눔과나눔
이주노동자의 장례를 치를 때 특히 안타까운 점은 열악한 노동 환경과 그로 인한 '과로사'의 흔적이 공문 속에 보일 때입니다. 몸이 아픈 사람이 한국에 일하러 오는 일은 흔치 않을 것입니다. 노동하는 데 문제가 없는 건강 상태일 때 한국에 올 테지요.
하지만 그런 그들이 불과 몇 년 만에 병사, 사고사, 자살, 그리고 불상의 이유로 사망합니다. 장례에 찾아오는 동료, 영사관 직원 등 사별자의 증언을 들어보면 빠르게 찾아온 죽음의 이유가 차츰 드러납니다.
어떤 고인의 경우 고향에 있는 아내와 자녀를 부양하기 위해 한국에 왔습니다. 공장에서 착실히 일한 그에게 주어진 것은 최저임금에 훨씬 못 미치는 급여였습니다. 그래도 아무런 항의를 할 수 없었습니다. 합법적으로 체류한 것이 아닌 미등록 이주노동자, 이른바 '불법체류자'였기 때문입니다.
매일 같이 야근하는 그에게 고용주는 기숙사비와 식비, 심지어는 부식비까지 요구했습니다. 쉽게 병원에 갈 수도 없는 그에게 강도 높은 노동과 열악한 주거 환경은 결핵을 안겨주었습니다. 더는 일할 수 없겠다고 판단한 그가 고향에 돌아가기로 마음먹은 이틀 뒤, 잔인하게도 결핵균은 뇌까지 도달해 그를 죽이고 말았습니다. 사인은 결핵성 뇌수막염. 그의 나이는 불과 삼십 대 초반이었습니다.
처음에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며 연령을 가리지 않는다고 했지요. 외국인 '무연고 사망자' 중에는 아기도 있습니다. 병원에 갈 수 없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결국 병원 외의 장소에서 출산을 겪게 됩니다. 그런 경우 아기의 생존 확률은 굉장히 낮을 수밖에 없겠지요.
죽은 채 태어난 아기를 안고 어쩔 줄 모르던 생모는 결국 주변 사람의 도움을 받아 아기를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로 떠나보냈습니다. 처음 공문을 받아 들고 아기의 이름을 몰라 '○○○의 아기'라고 위패를 만들었던 우리는, 장례에 참여한 생모를 통해 아기의 이름을 알게 되었고 위패를 바꿔 올릴 수 있었습니다.
'고국으로 돌아가기 위한 9시간 이상의 비행이 가능함.'
고인이 자살하던 날 의사에게서 받은 소견서 내용입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의사가 소견서를 작성해서 주었을 리가 없습니다. 특히 '9시간 이상의 비행이 가능'하다는 아주 구체적인 내용은 더욱 그럴 것이고요. 고인이 머물던 여관방에서 소견서와 함께 발견된 말기 암 진단서가 이유를 설명해 줍니다.
정황들로 추정해 보자면 이렇습니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한국에서 일하던 고인이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병원에 갔고, 말기 암 진단을 받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가족을 보고 싶다는 마음에 고향으로 가는 장시간의 비행이 가능한 지 의사에게 물어보았고요. 의사에게 가능하다는 대답을 들었지만, 고민에 잠겼던 것은 아닐까요? '이 몸 상태로 가족에게 돌아가 봐야 짐이 될 뿐 아닐까?'
외국에서 사망한 한국인 '무연고 사망자'는 어떻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