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처럼 허리가 휜 자작나무 숲의 모습이다.최병성 갈대 그림이 아니다. 자작나무 숲이다. 어린 나무라 허리가 휜 게 아니다. 심은 지 약 20년이나 된 나무지만, 지난겨울 폭설 무게를 이기지 못해 허리가 굽었다. 심지어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해 뚝뚝 부러진 자작나무들도 곳곳에 널려 있다. 강원도 평창 진부령 인근 자작나무 풍경을 지난 10월 28일 찍은 사진이다. 산림청은 기후 위기로 인한 지난겨울의 혹한과 폭설 때문에 자작나무가 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연 사실일까? 주변을 둘러보았다. 허리 휜 자작나무 바로 곁에 있는 참나무와 소나무들은 멀쩡하다. 똑같은 한파와 폭설을 맞았음에도 다른 나무들은 아무런 탈이 없다. ▲동일한 혹한과 폭설을 맞고도 참나무와 소나무는 아무 탈이 없다.최병성 또 다른 자작나무 숲을 살펴보았다. 이곳 역시 자작나무들의 허리가 굽었다. ▲폭설에 허리가 휘거나 부러진 자작나무최병성 이 자작나무 숲엔 울긋불긋 단풍 든 나무들이 많다. 참나무와 활엽수들이다. 자작나무는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해 허리가 휘거나 부러졌지만, 참나무는 멀쩡하다. ▲참나무 숲을 베어내고 자작나무를 심었다. 시간이 흘러 참나무가 다시 자랐다. 자작나무는 폭설에 허리가 휘었지만, 참나무들은 멀쩡하다.최병성 카카오 맵의 항공사진을 확인해보았다. 앞에 살펴 본 자작나무 숲 두 곳 모두 2008년 이전에 벌목한 뒤 자작나무를 심었다. 앞의 현장은 허리가 휜 자작나무 아래 단풍 든 키작은 참나무들이 보인다. 숲가꾸기 한다며 그루터기에서 올라오는 참나무 맹아들을 지속적으로 잘라 자작나무만 가꿔 온 숲이다. 두 번째 장소는 자작나무를 심고 방치한 곳이다. 잘린 그루터기에서 올라 온 참나무와 활엽수들이 산림청이 조림한 자작나무들보다 더 크게 자랐다. 자작나무와 달리 폭설 속에서도 멀쩡하다. 혹한과 폭설 쏟아지는 러시아에서는 멀쩡한데 허리가 휜 자작나무들은 한국에 심으면 안되는 수종임을 의미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자작나무는 러시아와 핀란드처럼 춥고 눈이 많은 나라에서 살아가는 나무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엔 자작나무(birch)를 북반구의 서늘한 지역에 분포하는 수명이 짧은 장식 및 목재용 나무라고 설명한다. 또,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매년 잎을 떨구는 낙엽성 나무로, 빨리 성장하고 수명이 짧고, 습기와 더위를 좋아하지 않으며 서늘한 산악 지역에서 사는 것을 선호한다'고 자작나무의 특징을 설명한다. ▲드넓은 시베리아 벌판에 자작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다.독자제공 혹한과 폭설에도 끄떡 없이 서 있는 러시아 이르쿠츠크의 자작나무들이다. 자작나무 목재의 특징은 '가볍고 단단하다'는 점이다. 단단한 재질을 가진 자작나무이기에 춥고 눈이 많은 나라들에서 굳건히 살아간다. ▲러시아의 자작나무들은 혹한과 폭설에도 불구하고 허리가 굽지 않고 잘 살아간다.독자제공 그동안 산림청은 전국에 자작나무를 심어왔다. 키가 쑥쑥 자라니 대한민국에 잘 적응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죽지 않고 자라긴 했지만 나무 생장에 문제가 생겼다. 흰색 수피는 자작나무의 특징이다. 대한민국에서 자라는 자작나무 수피는 까맣다. 우리가 흔히 영화 속에서 만난 자작나무의 하얀 수피와는 다르다. 산림 현장을 안내하던 한 교수는 자작나무의 까만 수피를 가리키며 "나무는 살아 있지만, 나무 껍질이 썩어가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에 맞지 않는 나무라고 설명했다. ▲해외 하얀 수피의 자작나무와 달리 수피가 까맣게 썩어가는 한국의 자작나무들이다.최병성 문제는 자작나무를 심기 위해 건강한 숲을 벌목하는 곳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지난 10월 28일 허리가 휜 자작나무로 가득한 평창 진부령 인근에서 싹쓸이 벌목으로 나무들이 사라진 숲을 만났다. 정상부에는 허리가 휜 자작나무들이 보인다. 그런데 벌목한 자리에 어린 자작나무가 심어졌다. ▲경사진 산림을 싹쓸이 벌목하고, 어린 자작나무를 심었다. 그러나 정상부에 허리가 굽은 자작나무가 보인다.최병성 ▲싹쓸이 벌목 후 어린 자작나무를 심었다.최병성 벌목 후 잔가지들을 모아 놓은 곳을 살펴보았다. 참나무 가지들이다. 참나무와 활엽수들이 건강하게 자라는 숲을 벌목하고 자작나무를 심었다. ▲건강한 참나무들을 벌목하고 한국 기후에 맞지도 않는 자작나무를 심었다. 잘린 참나무 가지 우측에 단풍 든 어린 자작나무가 보인다.최병성 고개를 돌려보니 반대편 능선도 깨끗하게 벌목했다. 벌목된 사진 우측 정상부에 허리가 흰 자작나무들이 보인다. 그런데 이곳 역시 벌목 한 자리에 어린 자작나무를 심었다. 도대체 대한민국에 자작나무를 얼마나 많이 심고 있는 것일까? ▲허리 굽은 자작나무가 우측에 보이는데, 온 산을 밀고 자작나무를 심었다.최병성 자작나무 광풍에 전국서 벌어지는 이상한 현상들 전문가들은 한대성 식물인 자작나무가 한국에서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한계선이 강원도 인제까지라고 한다. 그러나 조림한 지 30년이 넘은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도 지난 겨울 폭설에 허리가 휘었다. 강원도 인제도 자작나무에게 적지가 아님을 말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산림청은 자작나무를 전국에 심고 있다. 현장 1 여기는 경기도 고양시의 한 숲이다. 지난 2021년 8월, 아름드리 굴참나무를 벌목한 뒤 심은 어린 자작나무들이 보인다. 고양시는 강원도 인제와 평창 진부령 보다 훨씬 따뜻한 지역임에도 자작나무를 심었다. ▲거대한 굴참나무를 벌목하고 어린 자작나무를 심었다.최병성 현장 2 이곳은 충북 제천의 2021년 여름 산사태 현장이다. 큰 나무들을 벌목하고 자작나무를 심었던 곳이다. 제천은 고양시보다 위도가 더 낮다. ▲산사태가 줄줄이 발생했다. 벌목 후 자작나무를 심었기 때문이다. 이곳은 충북 제천이다.최병성 산사태를 복구한다며 돌망태를 쌓고, 모래주머니로 토사 유출을 막고 있다. 토사가 패여 나간 깊이가 무려 3.7m였다. ▲자작나무를 심어 산사태가 발생한 곳에 토사 유출을 막기 위해 돌망태를 쌓았다.최병성 ▲산사태로 토사가 패여 나간 깊이가 무려 3.7m 이상이었다.최병성 현장 3 지난 2017년 여름 산사태 발생 현장이다. 뿌리째 뽑힌 커다란 나무들이 붉은 토사와 함께 집을 덮쳤다. 할머니가 밀려 온 토사에 깔려 사망했다. 산사태는 왜 발생했을까? ▲산사태가 발생해 집을 덮쳐 사람이 죽었다.이수곤 산사태 시작점에 답이 있다. 잘린 나무가 굵은 뿌리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산사태로 뿌리를 덮고 있던 토사가 다 쓸려 갔기 때문이다. 주변에 흰색 나무 가지가 누워있다. 자작나무다. 산사태 시작 점 바로 위에 있는 나무들도 가느다란 기둥이 흰색이다. 모두 자작나무다. 이곳 역시 2012년 큰 나무를 벌목하고 자작나무를 심었다. ▲뿌리가 드러난 큰 나무가 자작나무 심기 전 이곳에 큰 나무들이 자라던 곳임을 보여준다. 2012년 벌목 후 자작나무를 심었으나 2017년 산사태가 발생했다. 자작나무 뿌리가 약하기 때문이다.이수곤 산사태 사진에서 보듯, 자작나무를 심은 지 몇 년이 흘러 나무 키는 자랐지만, 뿌리가 깊지 못하다. 큰 비에 산사태가 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지난 2023년 8월, 산사태 현장을 다시 찾아보았다. 산사태 사건으로부터 6년여의 시간이 흘러 자작나무들이 더 자랐다. 그러나 은빛 나는 아름다운 자작나무가 아니었다. 8월임에도 불구하고, 자작나무 잎사귀를 벌레들이 먹어 흉측한 숲이 되어 있었다. ▲초록이 무성해야 할 여름임에도 자작나무 잎사귀가 온통 하얗게 흉물스럽게 변했다. 화살표가 산사태 시작점이다.최병성 현장 4 이곳은 2019년 대형 산불이 발생했던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의 2024년 5월 모습이다. 온 산이 거미줄처럼 초토화되었다. 산림청이 산불을 복구한다며 싹쓸이 벌목을 했기 때문이다. 산불 후 5년여의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황폐하다. ▲복원이란 이름으로 산림을 초토화시켰다. 이게 오늘 산림청의 현실이다.최병성 산림청이 불탄 나무들을 벌목하고 소나무를 심었다. 소나무 때문에 대형 산불이 되었는데, 불 폭탄인 소나무를 또 심었다. ▲소나무 때문에 대형 산불이 되었는데, 산림 전체에 불 폭탄인 소나무를 또 심었다. 산불 후 5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황폐하다. 복원의 이름으로 숲이 더 황폐해진 것이다.최병성 옥계 산불 피해지 복원 현장 일부에 자작나무를 심었다. 소나무만 심었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인지 활엽수인 자작나무를 일부 심었는데 대부분의 자작나무가 죽었다. 잎사귀를 달고 있는 자작나무가 몇 그루 되지 않는다. 강릉 옥계 역시 자작나무가 자라기에 맞지 않는 곳이다. 그나마 심은 나무들 대부분이 고사했다. ▲옥계 산불 복원 현장에 자작나무를 심었다. 그러나 살아 있는 나무는 몇 그루 되지 않는다. 자작나무를 심었다는 표시인 흰 막대기만 보인다. 최병성 옥계 산불 현장에 놀라운 장면이 있다. 불탄 소나무 아래 저절로 자란 참나무들이 사람 키보다 더 크게 자랐다. 산주들의 반대로 불탄 나무를 벌목하지 못해 자연복원 되고 있는 현장이다. 산림청이 복원한다며 국민 혈세 퍼부어 벌목하고 소나무와 자작나무를 심은 곳은 아직도 황폐하다. 산림청이 손대지 않은 곳은 자연 스스로 산불에 강하고, 재선충에 더 강한 참나무와 활엽수림으로 울창하게 거듭나고 있다. ▲이곳도 같은 날 같은 산불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불탄 나무를 그대로 두자, 참나무가 울창하게 자랐다. 산림청이 복원하지 않으면 자연은 스스로 숲을 더 건강하게 만든다.최병성 전국에 자작나무 광풍이 부는 이유 지난 10월 28일, 경상남도 함양군은 자작나무 명품 숲을 만들기 위해 15ha의 나무를 싹쓸이 벌목하고 자작나무를 심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경남 함양에 15ha 숲을 벌목하고 자작나무 명품 숲을 만든다는 언론보도함양군청 함양군이 자작나무 명품 숲을 만든다는 경남 함양군 서하면은 강원도에서도 한참 내려왔다. 자작나무가 제대로 자랄 환경이 아니다. 자작나무가 한국에 제대로 살 수 없는 나무임에도 왜 전국 지자체마다 자작나무 광풍이 부는 것일까? 산림청은 강원도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을 명품 숲이라며 올해의 아름다운 숲으로 지정하며 자작나무를 홍보했다. 산림청은 경북 영양의 자작나무 숲도 국가 명품 숲으로 지정했다. 관광객들이 찾아온다는 이유로 산림청이 자작나무를 명품 숲으로 홍보하고, 이에 자극을 받은 지자체들마다 너나없이 자작나무 명품 숲 만든다며 싹쓸이 벌목을 진행 중이다. 어차피 벌목 후 자작나무 조림 비용은 산림청이 국민 혈세로 지원해 주기 때문이다. ▲산림청이 자작나무 숲을 명품 숲으로 지정하며 전국 지자체의 자작나무 조림을 부채질하고 있다.산림청 자작나무는 한국에서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는 게 드러났다. 이제라도 산림청은 허리 휜 자작나무들의 아우성을 깊이 새겨 들어야 한다. 산림청으로부터 지자체에 할당 된 예산을 관련 업자들이 나눠 먹기 위해 억지로 벌목과 조림과 숲가꾸기를 하며 건강한 산림을 파괴하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 산불과 재선충에 강하고 탄소 흡수·저장 능력이 큰 건강한 산림을 위해 산림청의 산림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시급한 이유다. ▲고속도로 주변에 심은 자작나무들이다.최병성 덧붙이는 글 독자님들 주변에 자작나무 조림 현장을 제보해주시기 바랍니다. 자작나무가 조림된 산림 주소 또는 사진을 제 이메일cbs5012@hanmail.net로 보내주시면 건강한 산림을 지켜내는데 잘 사용하겠습니다. #산림청 #임상섭산림청장 #자작나무 #원대리 #명품숲 구독하기 프리미엄 최병성 리포트 이전글 사진에 담긴 진실... 이대로 두면 대한민국 끝난다 다음글 '대한민국 최대 내륙 습지' 우포늪에 닥친 끔찍한 위기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42,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 공유 추천343 댓글39 공유10 시민기자기사쓰기 시리즈연재발행 오마이뉴스취재후원 기사제보하기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10만인클럽 프로필사진 10만인클럽 회원 최병성 (cbs5012) 내방 구독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댓글 보기 응원글 보기 응원글 보기 독자의견 응원글 더보기 응원하기 더보기닫기 독자의견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 오늘 그만보기 다시 보지 않기 목차75 ㅣ 첫화부터 읽기> 이전글 사진에 담긴 진실... 이대로 두면 대한민국 끝난다 '대한민국 최대 내륙 습지' 우포늪에 닥친 끔찍한 위기 다음글 맨위로 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