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1.05 12:20최종 업데이트 24.11.05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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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사전투표 마지막 날에 미시간주 하웰에 있는 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고 있다.연합뉴스

47대 미국 대통령을 결정할 운명의 날이 밝았다. 실제 투표 시작은 한국시간으로 5일 오후 8시부터다. 뉴욕을 비롯한 동부 지역을 시작으로 지역에 따라 오전 6~8시 사이에 투표소 문을 열어 오후 7~9시에 닫는다. 가장 늦은 시간대의 하와이가 투표를 마감하면 한국 시간으로 6일 오후 2시가 된다.

총 18시간 펼쳐지는 대장정이 끝나면 개표가 시작된다. 먼저 마감하는 동부 지역이 먼저 투표함을 개봉하지만 불합리한 영향을 피하기 위해 개표 상황은 서부 지역이 마감할 때까지 공개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그리고 여기에 사전 투표함들이 더해진다.


연방국가인 미국은 투표 시작과 마감 시간뿐 아니라 사전투표 관련 일정도 주별로 모두 다르다. 서부에 위치한 와이오밍의 경우 9월 18일부터 사전투표와 우편투표를 시작했고 대부분의 주는 10월 중 시작해 본 투표일 하루 전인 4일 마감했다. 50개 주 가운데 앨라배마, 미시시피, 뉴햄프셔에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사전투표와 우편투표를 허용하지 않는다.

당선자는 언제 알 수 있을까

과거에는 대부분의 민주 국가들처럼 미국 역시 투표 당일 저녁, 또는 다음 날 새벽에 당선자 윤곽이 나오곤 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당선자 확정까지 여러 날이 걸리는 일도 생긴다. 2020년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된 것은 선거일 나흘 후였고 2000년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의 승리 확정까지는 무려 36일이 소요됐다.

이렇듯 당선자 확정까지 긴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경합주가 증가하고 후보 간 박빙의 승부를 펼치는 일이 많아진 이유가 크다. 게다가 개표와 관련한 규정이 주마다 다른데, 우편투표를 선거일 이후에 개표하도록 하면 시간이 더 소요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우편투표가 늦게 도착할 경우까지 생각하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50개 주 가운데 뉴욕, 플로리다, 매사추세츠를 포함해 절반 이상의 주에서는 우편으로 전달되는 투표용지가 투표 당일 마감 시간 전에 도착해야 유효표로 인정된다. 반면 캘리포니아, 펜실베이니아 등 16개 주에서는 투표일 이전 날짜의 소인이 찍혀 있으면 마감 후 도착해도 유효표로 인정된다.

물론 언제 올지 모르는 우편물을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따라서 우편물이 도착해야 하는 기한이 정해져 있는데, 이 역시 주마다 다르다. 오하이오의 경우 선거일 이후 10일까지 허용되고 콜로라도는 8일, 캘리포니아는 7일이며 펜실베이니아의 경우 3일까지만 기한이 보장된다.

당선자 확정이 오래 걸릴 수 있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오하이오의 승부가 박빙으로 전개되고 그 결과가 전체 선거 결과에 결정적일 경우, 미국은 새 대통령이 누군지 알기 위해 선거일로부터 열흘가량 더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거대한 수퍼 파워 미국이 섬세한 민주주의 원리를 고수할 수 있는 것은 이런 완보(緩步)의 국가 운영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기다리는 입장은 애가 탈 수밖에 없다.

3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미시간주 랜싱의 미시간주립대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올해의 선거도 당선자 확정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가능성이 높다. 위의 모든 이유가 이번에도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경합주 가운데 최대 관심처인 펜실베이니아가 소인 날짜로 우편투표의 유효성을 인정하고 있다. 그나마 대기 기한이 3일이기 때문에 주말쯤 주 선거 결과가 나오게 되면 연방 차원의 최종 당선자도 그때쯤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만약 펜실베이니아에서 한 후보가 압도적으로 앞설 경우 선거일 다음 날 새벽이면 결과를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이곳은 최대 박빙 지역 가운데 하나다. 우편투표까지 모두 확인해야 결과를 알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약 1300만의 표심이 3억 3000만 인구의 미국 대통령을 사실상 결정하는 셈이 된다.

이런 점이 불합리하다는 여론도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선거 방식을 바꾸는 것은 개헌만큼이나, 혹은 그보다 더 어렵다. 당락을 좌우하는 규정문제에서 당사자들은 득표전 이상의 사활을 건 싸움을 하기 때문이다. 어떻든 현재로서는 현재의 규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번 선거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펜실베이니아가 된다.

이번 선거의 승자는

미국 유권자들은 선거일인 5일 전국 투표소에서 원하는 후보를 향해 투표한다. 각 주별로 승리하는 후보가 결정되면 그 결과에 따라 인구 비례로 정해진 선거인단을 승리 후보가 모두 확보한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승자가 54명을, 알래스카의 경우 3명을 확보한다.

결국 각 후보는 많은 주에서 승리해야 할 뿐 아니라 특히 인구가 많은 주에서 승리해야 한다. 그리고 같은 전국 지지율이라면 일부 주에서 압도적 승리보다 더 많은 주에서 신승을 거두는 것이 당연히 유리하다. 50개 주와 수도 컬럼비아특별구(워싱턴DC)에 배당된 총 538명 가운데 가장 많은 선거인단을 확보한 사람이 이번 대선의 승자가 된다.

주요 후보 가운데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후보는 현재 20개 주(워싱턴DC 포함)에서 226표를 확보할 것이 확실시된다. 반면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24개 주에서 219표가 사실상 보장돼 있다. 그렇다면 남은 7개 주 93표의 향방이 승부를 결정하게 되는데, 다른 43개 주 + 워싱턴DC와 달리 7개 주는 현재 초박빙 상황이다.

네바다(6표), 애리조나(11표), 조지아( 16표), 노스캐롤라이나(16표), 펜실베이니아(19표), 미시간(15표), 위스콘신(10표). 이렇게 일곱 개 주의 선거 결과를 관심 있게 봐야 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대부분의 언론이 여기까지는 공통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걸음 더 가보자. 개표가 시작되면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의 향방을 주목하라.

이 세 곳을 만약 해리스 후보가 승리한다면 다른 곳의 결과는 볼 것 없이 해리스의 승리가 확실시된다. 만약 이 중에 미시간 또는 위스콘신을 잃는다면 애리조나,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에서 그만큼 빼앗아야 한다. 만약 펜실베이니아를 잃는다면 19표를 빼앗기가 산술적으로 더 어려워진다.

3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지아주 매콘의 아트리움 헬스 앰피시어터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반대로 트럼프 후보의 입장에서는 펜실베이니아를 승리한다면 승리의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다. 미시간, 위스콘신을 제외한 다른 주에서 아주 미세한 차이지만 트럼프 후보가 더 앞서는 경향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후보와 해리스 후보가 펜실베이니아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시 정리하자면 해리스 후보에게 확실한 지역 20개, 그리고 박빙 우세 2곳(미시간, 위스콘신)을 합하면 총 251표가 된다. 그리고 트럼프 후보에게 확실한 지역 24곳과 박빙 우세 4곳(네바다, 조지아, 애리조나, 노스캐롤라이나)을 합하면 268표가 된다. 여기에 펜실베이니아에 귀속돼 있는 19표의 향방에 따라 이번 대선의 승자가 결정된다. 이 경우가 이번 선거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다.

만약 펜실베이니아를 해리스 후보가 얻는다면 270대 268로 해리스 후보의 승리가, 반대로 트럼프 후보가 얻는다면 251대 287로 트럼프 후보의 승리가 확정된다. 그리고 만약 해리스 후보가 이 결과대로 승리한다면 미국 역사상 두 번째이자 148년 만의 최소 표차 승리자가 된다.

그만큼 이번 대선이 초박빙 선거이고 그래서 예측이 힘들다는 뜻이다. 현재로서 트럼프 후보의 승리를 조금 더 점치는 이유는 최근 펜실베이니아의 여론조사가 트럼프 후보 쪽으로 쏠리고 있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펜실베이니아는 물론, 7개 경합주 모두 최근 대부분의 여론조사 결과는 오차범위 내에서 승부가 갈리고 있다. 추이를 볼 뿐 구체적 수치의 차이는 큰 의미 없다는 뜻이다.

물론 이 시나리오 외의 가능성도 있다. 앞서 언급했듯 펜실베이니아를 잃은 후보가 다른 지역에서 의외의 승리를 한다면 결과는 또 달라진다. 다만 모든 자료를 놓고 분석했을 때 위의 가설이 가장 현실 가능성이 높다는 것뿐이다.

또 다른 변수는 최근 10여 년 사이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목소리가 잘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위 '샤이 트럼프'라 불리는 이들의 드러내지 않는 정치 성향이 여론조사에 반영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2016년 선거 이후 여론조사 기법을 더 다듬고 있지만 여전히 오류의 가능성은 있다.

마지막 다른 변수를 언급하자면 선거를 코앞에 두고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후보 측에 고무적인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경합주에도 꼽히지 않았던 트럼프의 텃밭 아이오와의 여론조사(디모인레지스터 & 미디어컴, ±3.4%p)에서 해리스 후보(47%)가 트럼프 후보(44%)를 앞선 결과를 얻은 것이 대표적이다.

선거일을 눈앞에 두고 발표된 결과이기 때문에 이것이 추이를 반영하는지, 돌출된 결과일 뿐인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이처럼 모든 결과들이 확실성을 주기는커녕 더 불확실 속으로 선거를 몰고 가고 있다. 하지만 이제 모든 과정은 끝났다. 며칠 후면 결정될 미국 대통령은 이런 불확실성의 세계를 당면 과제로 삼아 출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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