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7일 서울주택도시공사에서 김헌동 사장이 분양가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널찍한 회의용 책상에 마주앉았다. 그에게 다시 물었다.
- 그동안 분양원가 공개를 비롯해 반값아파트 등 많은 일들을 하셨는데, 3년이란 시간이 부족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웃으면서)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원래 목표 했던 것보다 150%, 200%를 했다. 시민운동가로서 구상했던 것을 3년 동안 마음껏 실천했고, 보람을 느꼈다."
- 다시 도전할 의향은 있는가?
"음...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중에 있다. 여러가지를 감안해서…"
- 지난주(24일)에 SH에서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가 꾸려졌다는데, 지난번처럼 새로 후보를 받고, 청문회 등을 거치는 일정이 진행될 것 같은데.
"조만간 임추위 회의가 열릴 것이다. 원래 사장 퇴임과 함께 진행되는 것인데, 좀 빨리 (임추위가) 꾸려진 것 같다. 새롭게 후보 접수 받고, 면접 등을 거치는 과정이 있을 것이다. 구체적인 일정은 나도 잘 모른다."
- 공기업 사장의 경우, 실적에 따라 연임 규정도 있지 않나.
"현행법(지방공기업법)으로 임기 중 경영, 업무성과 등을 평가해서 전년도보다 성과가 좋으면 가능하다고 하더라. 연임은 1년씩 연장하는 것이다. 행안부에서 하는데, 그동안 SH가 등급 '다'를 받았다. 내가 맡은 후, 1년차에 최고 등급인 '가'를 받았고, 이어서 '나'를 받았다."
- SH는 서울시를 비롯해 여러곳에서 상도 많이 받은 것으로 안다.
"서울시 내부평가를 통해 청렴대상을 받았다. 내가 여기 온 이후로 가장 청렴기업으로... 그리고 건설 원가공개를 비롯해 각종 자산과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서, 여러 외부기관으로부터 각종 상을 휩쓸었다. 그런데, 이런 부분들이 (행안부에서) 어떻게 평가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2년 연속 '나' 등급은…"
"20년 동안 하고싶었던 일, 3년 동안 200% 완수…그들은 저항했다"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유성호
그는 아쉬운 표정이 역력했다. 경영성과나 지배구조 개선 등에선 여느 공기업보다 뚜렷한 성과를 보였다. 그럼에도 현행 규정으로만 따지면 연임은 쉽지 않은 상태다. 대신 신임 사장 공모 절차를 통해, 재도전은 가능하다. 이럴 경우 최종 인사권자인 서울시장의 생각이 중요하다.
- 오세훈 시장과 차기 사장 선임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누셨나.
"(잠시 생각을 한 후) 그동안 나 스스로 어떤 자리를 두고 먼저 이야기를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동안 내 목표를 충분히 달성하고, SH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충분히 했다고 본다. 이것을 제도화하거나, 시스템으로 잘 정착시켜서 더 많은 시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는 오 시장과의 만남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대신 김 사장은 "인사는 결정권을 갖고 있는 사람(서울시장)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면서 "여러 가능성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SH 임추위는 모두 7명으로 구성된다. 서울시의회에서 3명, 서울시에서 2명, SH에서 2명의 위원을 추천한다. 사실상 인사권자인 시장의 의중이 반영된 후보가 있을 경우, 큰 무리없이 사장후보로 선정되는 구조인 셈이다.
그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었다. 그가 해야할 것들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김사장이 3년 동안 해왔던 이른바 '주거혁명'을 좀더 확산시키려는 욕심(?)이다. 그의 공적 욕심은 오로지 '부동산 개혁을 통한 집값안정'이다. 지난 여름 그를 만났을때, 기자는 '김헌동식 주거 혁명'이라고 썼다. 혁명에는 항상 저항이 따르는 법이다. 그가 바로 답했다.
김헌동식 주거혁명, 갈림길에 서다

▲8일 오전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과 관계자 및 취재진 등이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송파구 위례23단지 지하주차장을 살펴보고 있다. 2023.8.8
연합뉴스
"(고개를 끄덕이며) 공기업이 뭐예요? 주인이 국민이죠. SH의 주인은 서울시민이고. 시민의 돈으로 만들어진 기업이 시민을 위해 일하면 되는 거죠. 아파트값 원가를 공개하는 것도, 수십억 원씩 하는 아파트 설계 도면을 공개하는 것도, 100년을 살아도 끄덕 없는 집을 싸게 지어서 공급하는 것도... SH의 주인인 시민이 알아야하고, 또 그들을 위해서 일하는 거예요."
아주 원론적인 답변이었다. 하지만 지난 35년 동안 SH는 그렇게 움직이지 않았다. 김헌동의 3년 실험과 도전이 쉽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다시 그의 말이다.
"혁신이나 변화를 하는데, 무슨 돈이 들어가는 게 아니에요. 우리가 갖고 있는 자료들,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거예요. 아파트를 우리가 직접 제대로 지어놓고, 소비자들이 다 지어진 집을 보고 사라는 거예요. 모델하우스만 보지 말고... 그것도 주변보다 반값, 반의반값으로... 그런데, 이런 것을 기존 대형 재벌건설사, 중앙부처 공무원이나 관료들이 좋아하지 않아요. 심지어 서울시 차원에서 SH의 이같은 정책을 제대로 홍보하지도 않죠. 시 고위간부들도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우리 내부에서도 반발이 있었고..."
그는 우리 사회의 부동산 카르텔은 여전하다고 했다. 이미 그가 17년 전 시민운동을 시작하면서 가졌던 문제의식이기도 하다(관련기사 :
부동산 '개발 오적' 척결, 지금이 기회다 https://omn.kr/9w6t). SH 사장으로서 '카르텔'의 현실을 더욱 경험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언론들도 마찬가지"라며 "시민운동할 때 내 정책이 좌파진보라고 비판만 하더니, SH 사장으로 있으니까 아무런 비판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칭찬도 안 하고,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허탈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와의 이야기는 2시간을 훌쩍 넘겼다. 김헌동의 SH 3년은 과연 어떻게 마무리될까. 또 다른 앞으로 3년은 미정이다. 그의 3년 실험은 이제 갈림길에 놓여 있다. 물론 그의 부동산 개혁 의지는 그대로다. 오히려 더 확신한 듯했다.
김 사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3년 전에 나와 만나 했던, 부동산 카르텔 개혁 약속을 지금이라도 지키면 된다"고 했다. 이어 "거대 야당인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도 기본주택 등 민생입법으로 부동산 개혁입법을 추진하면 된다"면서 "적어도 지난 3년 동안 SH에서 했던 것을 법적으로 제도화하면 국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임기는 오는 11월 14일까지다. 어쩌면 SH 사장으로서 그의 마지막 충고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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