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민예총이 지난 2023년 3월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울산문화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촉구하는 모습.
울산민예총
2022년 울산광역시 민선 8기 김두겸 시장이 들어서면서, 울산시는 문화관광체육국 소관 2023년도 당초예산 편성과 민간단체 보조금 상반기 1차 공모에서 울산민예총의 예산을 절반으로 삭감하고, 보조금 공모사업에서도 민예총 소속 단체를 배제한다. 그리고 울산시에서 주최하는 각종 기념식과 문화 관련 행사에 민예총 인사의 참여를 노골적으로 배제했다.
울산시는 문화관광체육국 예산이 줄어 예술단체 지원사업 예산 삭감이 불가피했다고 해명했지만 2022년 계기성 사업인 전국체육대회(202억 원)가 반영됐다. 이에 울산민예총은 관광진흥과 예산은 66원 증가하여 문화예술은 위축시키면서 관광산업에만 몰두하는 편협한 문화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또, 삭감된 예산을 복원하고 울산문화정책 전면 재검토와 울산시 문화정책의 전환을 촉구한다.
2023년 울산시는 지역문화예술특성화지원사업의 신생예술단체 지원사업과 전문예술단체 지원사업 예산 약 12억 원을 전액 삭감했다. 지역의 80~100여 개의 예술단체가 정기공연과 전시를 못하게 됨으로써 지역 예술단체의 존립마저 위태로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반면, 울산불꽃축제 7억 원, 울산락페스티벌 8억 원, 태화강 국가정원 여름축제 2억5000만 원을 신설하고, 고복수가요제와 국제목판화페스티벌 등의 예산을 증액해 약 27억 원 규모의 축제 관련 예산을 편성했다.
전국의 거의 모든 지자체에서 지역축제 만들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각 지자체가 지역의 기초 문화예술에 투입해야 할 예산의 원칙성 보다 정책의 효율성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문화예술 분야의 재정 지원사업은 재정성과목표관리제도에 의해 관리되고 있으며 정부업무 평가에 성과 효율성이 강조되고 있다. 사업추진 단계별로 투입지표-과정지표-산출지표-결과지표로 구분하여 구체적인 측정산식(측정방법)을 통한 성과지표 유형을 제시하게 된다. 이러한 재정지원사업의 성과관리과정에서 지원 금액 대비 프로그램 개수, 참여자 인원 측정 가능한 정량지표 위주의 정량성과 관리가 주를 이루고 있다.
지방분권 문화자치의 이면 – 특별회계 포괄 이양
최근 10년간 문화예술교육지원법, 예술인복지법, 문화기본법, 지역문화진흥법, 문화예술후원활성화에 대한 법률,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 등 문화예술관련 법률들이 제정되거나 개정되었다. 지역문화진흥법에 근거한 지역문화진흥계획 수립 권한과 예산의 자율권이 강화되고 있으며, 예술지원사업의 균형발전 특별회계전환, 문화예술 관련 주요 사업의 지방 이양 등 지방분권과 문화자치를 지향하는 정책적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
2017년 예술지원 균형발전 특별회계가 전환되어 일반회계로 포괄 이양되기 시작했으며 이는 지방분권 문화자치의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재원의 목적성이 사라지면서 지자체의 현안과 단체장의 성향에 따라 문화예술 예산의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예술 현장에서는 공연장상주단체 지원사업, 지역특성화문화예술교육사업 등의 특별회계 포괄 이양 유예를 요청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우리나라 지방재정의 주요 특성은 중앙으로 집중된 세원, 낮은 수준의 지자체 재정자립도, 지자체간의 재정자립 격차 등으로 요약된다. 세원이 과도하게 중앙으로 집중되어 있으며, 지자체의 재정자립도 수준이 낮은 편이다. 우리나라의 지방재정은 세원의 중앙 편중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지자체 간 재정불균형의 문제를 안고 있다. 전체적으로 광역정부보다 기초정부의 재정여건이 더 취약한 실정이며, 중앙정부의 재정지원 없이 지자체가 재정을 꾸려나가는 것은 쉽지 않다.
경제적 효율성을 측정하기 어려운 문화예술 분야의 특성상 지역의 우선 현안, 지자체의 재정여건, 자치단체장의 성향 등의 변수에 따라 지역 문화사업, 특히 기초순수예술 창작지원 예산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 되고 있다. 그 결과 예술생태계의 분화와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충분한 재원이 투입되지 않고 있다.
결과적으로 문화예술 육성지원 사업은 창작활동 및 연구지원 등 향유기회를 생산하는 과정보다는 각종 축제, 예술제, 경연 대회 지원 등 문화예술 향유기회를 확대하는 결과물 중심의 사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문화예술정책은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라는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문화예술정책의 성과 효율성을 중심으로 공적 지원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때문이다.
앞서 밝힌 울산민예총의 경우 광역단체장의 정치적 성향에 따른 차별적 배제와 기초예술분야 창작지원 예산이 삭감이 동시에 발생하게 된 고약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중앙정부는 지방분권과 문화자치를 지향하는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나 지방정부는 그러한 기조를 정책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지방 분권과 문화자치의 정책적 기조는 각 지역의 상황에 따라 창작 결과물 생산 중심의 지원구조에서 기초예술이 성장할 수 있는 과정 중심의 지원으로 현실화 되어야 한다. 그러나 균형발전 특별회계에서 일반회계로 포괄 이양되고 있는 문화예술예산은 자치단체장의 쌈짓돈으로 여겨진다. 창작지원이 멈추고 예술가들은 작업실을 떠나 축제판을 떠돌아 다녀야 하는 위태로운 상황은 울산민예총만의 상황이 아니다.
공공기관 혁신의 희생양 – 지역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