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0.28 12:01최종 업데이트 24.10.28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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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사람들'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핵심 인사들의 역할과 이들이 주도한 정책을 분석해 그에 따른 문제점과 사회적 파장을 조명하는 기획입니다. 대통령 측근으로 분류된 이들이 빚어낸 국정 난맥상의 실체를 입체적으로 탐구하고 그 대안을 모색합니다.[편집자말]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지난 8일, 국회 회의장에서 욕을 한 장관이 있었다.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국방부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다.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장관에게 여인형 방첩사령관의 답변 태도를 문제 삼자 "군복 입고 할 얘기 못 하면 더 병X"이라 받아친 것이다. 그에 앞서 여인형 사령관은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굳이 답변할 필요를 못 느낀다"는 등 안하무인의 태도를 보였다.

장관이 회의장 마이크에 대고 욕을 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자 여당 소속의 국방위원장마저 입장 표명을 권하고 나섰다. 그러나 김 장관은 "당당하게 할 이야기가 있으면 해야 한다는 취지의 표현이 과했던 점에 대해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과한 표현' 정도로 치부하고 지나갔다. 이후로도 공식적인 사과는 없었다.


김 장관의 욕설은 순간 감정이 격해져 벌어진 단순한 해프닝일까? 2008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그해 국정감사에서도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사진 기자들에게 삿대질을 하며 욕을 해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다만 이때의 욕설은 회의 중에 나온 공식 발언이 아니었고 정회 중에 기자를 상대로 한 말이었다는 점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그렇지만 유 장관은 며칠 뒤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

국회 회의장에서 오가는 모든 발언은 회의록에 낱낱이 기재되어 영원히 역사에 남는다. 명언도, 망언도, 실언도 예외가 없다. 국회에서의 모든 말에는 그만한 무게와 권위가 실린다. 그런데 정부 부처를 대표해 국회에 나온 사람이 아무렇지 않게 욕을 하고 사과조차 하지 않는 건 그만큼 이 정부가 국회와 국민을 우습게 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중심에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있다.

용산 대통령실 이전 주도한 '정권 실세'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6월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김 장관은 육군사관학교 38기로 육군 17사단장, 합참 작전부장, 수도방위사령관 등 요직을 거쳐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을 지낸 뒤 문재인 정부 첫 장성 인사에서 합참의장 하마평에 올랐다. 그러나 17사단장 시절 휘하 부대에서 벌어졌던 병사 익사 사건이 구설에 올랐고, 결국 4성 장군이 되지 못한 채 중장으로 전역했다.

이후 김 장관이 다시 등장한 곳은 윤석열 대선 캠프였다. 김 장관은 윤 대통령의 충암고등학교 1년 선배로 인연을 맺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게 캠프 내에서 외교안보 라인 주축으로 꼽히던 김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이었던 시절부터 '정권 실세'로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합류한 김 장관이 맡았던 자리는 다름 아닌 '청와대 이전TF' 팀장이었다. 김 장관은 당시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집무실 이전으로 인한 안보 공백을 우려하자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굉장히 역겹다"라며 수위 높은 비판을 쏟아내며 용산 이전을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첫날 출근지는 용산'이라는 목표를 두고 두 달여 만에 일사천리로 국방부청사를 비우고 대통령실 이전을 관철시키는데 성공한다. 이 무렵 오가던 윤석열 정부 첫 국방부 장관 하마평의 가장 앞줄에도 당연히 김 장관이 있었다. 그러나 첫 국방부 장관 자리는 김 장관의 후배인 이종섭 전 장관에게 돌아갔고, 김 장관은 대신 대통령 경호처장이 되었다.

그리고 얼마 뒤인 2022년 11월, 대통령 경호처는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원래 대통령 경호 구역 안에서 경호 활동을 수행하던 군과 경찰 등 관계 기관의 공무원은 원소속 기관의 지휘·감독을 받고, 경호처는 협조 요청을 통해 지원을 받아왔다. 그러던 것을 경호 구역 내 경호 활동을 수행하는 군과 경찰이 모두 경호처장의 지휘·감독을 받는 것으로 시행령을 개정하려 한 것이다. 3000여 명에 달하는 경호 병력을 군과 경찰의 지휘 계통에 속하지 않은 경호실장이 시행령을 근거로 지휘하게 한다는 점에서 개정안은 바로 논란이 되었다.

당시 야당은 '차지철 경호실장 시대로의 회귀'라며 비난했고, 군과 경찰 역시 헌법과 정부조직법, 국군조직법에 배치된다며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결국 거센 반발에 밀려 개정안에서는 '지휘·감독'문구가 빠졌지만, 이러한 무리한 시도가 실제 추진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김 장관이 '정권 실세'라는 점은 충분히 드러났다.

당시 이미 관가에서는 김 장관을 국방부의 '왕장관', '상왕'으로 부르거나, 심지어 군 인사를 좌지우지한다는 소문도 돌았다. 윤 대통령이 사저를 떠나 새 대통령 관저인 구 외교부장관 한남동 공관으로 이사했을 때도 김 장관은 새 관저 아래에 위치한 해병대사령관 한남동 공관을 비워 경호처장 공관으로 쓰는 등 실세의 면모를 보여준 바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섰지만, 결국 국방부 장관이 되다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2024년 1월 18일 전주시 덕진구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열린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입장하며 참석자들과 악수하는 동안 경호원들에게 제지당해 끌려나가고 있다. 진보당측은 "강 의원이 윤 대통령과 악수하며 '국정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국민들이 불행해집니다"라는 말을 건넨 순간 경호원들이 제지했다"고 주장했다.연합뉴스

경호처장으로서 김 장관이 보여준 면모 역시 늘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그는 소위 '입틀막 경호'로 알려진 과잉 경호 논란의 장본인이기도 하다. 올해 1월 18일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강성희 진보당 의원을 끌어낸 일을 시작으로 분당서울대병원 민생토론회, 카이스트 학위수여식 졸업식 등에서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인사들을 대통령경호처 직원들이 사지를 들어 끌고 나가는 일이 빈번해졌다.

특히 강성희 의원 사건 당시에는 김 장관이 강 의원을 손으로 내리친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된 바 있다. 실세 경호처장이 대통령의 물리적 안위를 넘어 심기 경호를 위해 무리한 과잉 경호를 펼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쇄도했다.

그러나 실세로서 다른 자리로 옮겨갈 법했던 김 장관은 2023년 10월, 이종섭 전 장관의 후임 국방부장관 후보자 하마평에 올랐으나 이때에도 지명되지 않았고, 2023년 11월, 국정원장 하마평에도 올랐으나 최종 후보자로 지명되지 않아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러던 중인 올해 5월, 김 장관이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 당시 이종섭 전 장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등과 수차례 통화를 나눈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7월에 공개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세력의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과 관련한 녹취록에서도 김 장관이 등장한다.

녹취록에서는 대통령 경호처 고위직 간부 출신이 "그 모든 배경에는 지금 현 경호실장(경호처장)으로 있는 김용현이 있잖아. 군 인사와 군 문제와 군 관련 거기가 다 이렇게 만들어 놨다고 그러더라"라고 말한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전부터 김 장관이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에 관여했을 것이란 설이 돌았지만, 실제 이름이 구체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다. (관련 기사: [단독] 경호처 출신 '해병대 골프모임' 멤버 "V1=윤석열, V2=김건희" https://omn.kr/29ftn)

그리고 8월, 김 장관은 마침내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되었다. 이때에도 임명된 지 1년도 안된 신원식 전 장관을 별다른 이유 없이 국가안보실장으로 이임시키고 장관을 교체하는 데에 여러 의문이 제기되었다. 박정훈 대령 항명죄 재판과 공수처 수사 과정에서 외압의 실체가 속속 드러나자 윤 대통령이 아예 핵심 측근인 김 장관을 국방부 장관으로 등판시켜 박정훈 대령 재판을 진행 중인 군사법원을 틀어쥐고, 공수처 수사나 혹시 모를 특검 수사에 대비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계속되고 있는 이유다.

김 장관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발생한 주요 논란에 잦은 빈도로 등장하는 정권의 핵심 인물 중 하나다. 야권은 인사 청문회에서 경호처장 시절 공관으로 특전사령관, 수방사령관, 방첩사령관을 불러들여 계엄을 논의한 것이 아니냐며, 김 장관을 추궁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대통령의 무리한 희망을 현실로 관철시키고, 사람들을 끌어내며 심기를 경호해오던 이가 이제 50만 국군을 통솔한다. 국민이 모두 보는 앞에서 버젓이 욕설을 할 수 있는 배짱은 절대 '해프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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