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L 코리아'는 지난 19일 공개된 시즌6 8회에서 최근 화제가 된 하니의 국정감사 참고인 조사 장면을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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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정감사 내용을 놓고 보면 사실 아쉬운 측면이 많다. 김주영 어도어 현 대표는 하니의 문제제기에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했고, 실제로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는지 실체적인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의원들은 인증샷을 찍기에 바빴고, 하니가 의원의 질문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고 하자 국감장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서툰 한국말을 구사하는 외국인 여성 아이돌의 발언은 전혀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역설적인 것은 하니는 국감에서 시종일관 '인간'으로서의 예의를 말했다는 것이다.
언론 역시 가십을 다루기에 급급했다. 그날 국감에서 노동자성은 급여의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거듭 나왔음에도 일부 언론에서는 하니의 수입을 언급하면서 '52억 외노자'라는 혐오 표현을 기사 타이틀에 버젓이 썼다. 하니가 입은 옷의 가격이 얼마인지에 초점을 맞춘 기사도 있었다. 전형적인 논점 흐리기다.
촌극의 정점은 쿠팡 플레이 오리지널 'SNL 코리아'가 찍었다. 19일 공개된 SNL 코리아 시즌6 '김의성 편'에서 지예은은 하니가 일본 팬미팅에서 '푸른 산호초'를 부를 때 입었던 의상을 따라 입고 하니의 어눌한 한국어 발음을 희화화했다. 이에 뉴진스 팬덤은 "하니가 베트남계 호주인이라는 점을 미루어 보았을 때 서툰 한국어를 과장하여 묘사하는 것은 명백한 인종차별로 판단된다"라며 국민신문고를 통해 SNL 코리아를 고발했다.
'SNL 코리아'를 보면서 화가 났던 것은 한국어 발음 희화화만이 아니었다. SNL에서 묘사하는 '하니'는 본인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자신을 둘러싼 상황이 어떤지도 전혀 모르는 무력하고 무지한 존재처럼 보인다. 그들의 패러디에는 하니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고, 왜 국정감사라는 자리에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고려나 고민도 없다. 이는 실제로 국회 안팎에서 벌어졌던 상황과 정확히 일치한다. 'SNL 코리아'의 가장 큰 잘못은 현실을 너무나 게으르게 재현했다는 데 있다.
하니를 둘러싼 논란을 보면서 '무해하다'라는 말이 감추고 있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외국인 아이돌의 서툰 한국말이 사랑스러운 것은 그가 순수한 존재로만 남았을 때뿐이다. 외국인 아이돌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권리를 주장했을 때는 조롱의 대상이 되거나 '어디 외노자가 감히'라는 손가락질이 따라온다. '우쭈쭈'하던 어린 여성이 귀여운 존재가 되기를 거부했을 때 우습게 여기거나 '되바라졌다'라고 욕을 먹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돌들도 비슷한 일을 당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용기를 낸 하니의 진심이 왜 조롱을 당하고 희화화가 되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니는 1시간 가까이 이어진 증언 마지막에 눈물을 흘리면서 말한다. 자신은 "한국에서 너무 사랑하고 가족같이 생각하는 멤버들과 직원들을 만났고" "한국은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게 해준 나라"라고. "만약에 다시 또 나와야 한다면 한국어 공부 더 열심히 해서 나오겠"다라고. 부끄러움은 왜 늘 다른 사람의 몫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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