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완 노나메기재단, 블랙리스트 이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문화예술스포츠위원회 주최로 지난 2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청 앞에서 열린 '마로니에 야외공연장 고 백기완 선생 3주기 추모문화제 불허 블랙리스트 실행 항의 및 정문헌 종로구청장 사과ㆍ공간사용 승인 및 재발방지책 요구 기자회견'에서 면담을 요구하는 참석자들이 구청 정문을 잠그고 출입을 막는 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이정민
백기완노나메기재단은 2023년 12월 28일 "고 백기완 선생 3주기 추모문화제"의 공연을 위해 종로구청 홈페이지를 통해서 마로니에공원 야외공연장 대관신청을 하였다. 추모문화제의 내용은 시 낭송, 영상 상영, 합창단 공연, 춤 공연, 풍물굿 공연 등 전형적이고 보편적인 문화행사였다. 재단은 고인의 생전부터 종로구 대학로에 사무소가 소재한 지 35여년이었으므로, 마로니에공원의 상징적 의미를 고려하여 추모문화제를 진행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종로구청은 지난 2월 6일 "1) 서울특별시 종로구 도시운영에 관한 규칙 제6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공원의 조성 목적에 부합하지 않으며, 2)심의 시 심의위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요청한 보완자료 미제출" 등을 불승인 사유로 기재하며 재단의 이용신청을 거부하였다.
이후 2월 14일 재단 측과 종로구청장의 면담에서 종로구청장은 '본 추모행사가 정치적 행사라고 판단하였고, 본인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공원운영위원회의 결정에 따를 뿐'이라고 하며,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신속히 공원운영위원회를 개최하여 다시 심의하게 하는 것이 전부라 하였다. 재단 측은 종로구청장이 정치적 행사라고 판단한 의중이 공원운영위원회의 결정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종로구청은 추모제 하루 전인 2월 16일 본 행사가 순수 문화행사로 보기 어려운 점, 공원 이용으로 인한 참여 인파, 소음 등으로 인한 공원 이용객, 인근 주민 등의 불편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점 등을 불승인 사유로 기재하여 마로니에공원 이용 신청에 대한 거부처분을 하였다.
이 사건 처분의 근거가 된 규칙 제6조 제1항 제1호는 이용승인에 대한 배제 사유로 "공원의 조성목적에 위배되는 경우"라 규정하고 있다. 상위법령인 공원녹지법 제49조는 도시공원 등에서의 금지행위를 한정하여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공위녹지법 제49조 제2항은 조례로 정하는 도시공원에서 금지행위 역시 행상 또는 노점에 의한 상행위, 동반한 반려견을 통제할 수 있는 줄을 착용시키지 아니하고 도시공원에 입장하는 행위로 한정하여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규칙을 위임한 서울특별시 도시공원 조례 제22조에 따르더라도 위 금지행위 외에 도시공원의 사용허가에 관하여 어떠한 규정이나 위임 사항도 없다.
즉 종로구청은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배된 규정 및 '공원의 조성목적에 위배되는지 여부'라는 포괄적이고 불분명한 규정을 근거로 재단의 이용신청을 거부하였다. 재단은 종로구청장을 상대로 법률유보의 원칙 및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된 규칙을 근거로 한 처분을 취소하라는 내용의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다.
또다시 권력을 가진 개인의 말 한마디가 예술인의 자유로운 예술활동을 파괴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예술활동의 의미와 내용을 불문하고, 누군가의 생각이나 견해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예술활동을 중단시킬 수 있는 국가에서는 어떠한 자유와 권리도 살아 숨 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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