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다히에를 공습해 화염이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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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조사한 공개 연구물은 매우 드물다. 있다고 해도 주로 군대의 에너지 소비와 연료 사용, 군사 활동으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에 관한 데이터를 중심으로 평가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공개한 2017년 군사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바로 그런 사례다. 미국은 그해 차량의 연료 소비와 군사 시설의 에너지 소비만으로 5900만 톤의 탄소 배출을 기록했다. 물론 이것은 다른 여러 국가들의 총 배출량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하지만 '국제적 책임을 위한 과학자들'(SGR)에 따르면 일부 군수산업과 공급망까지 확대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추정했을 때는 총 2억 8천만 톤이 추가되어 미국의 군사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은 연간 약 3억 4천만 톤에 달한다. 군사 장비를 생산하는 군수산업과 이 산업에서 사용하는 원자재, 군사장비를 사용하는 전쟁 등을 고려하면 그 수치는 몇 배나 커진다.
2022년 SGR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군사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 추정치는 전체 배출량의 약 5.5%에 달한다. 국가로 친다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이 배출하는 국가가 되는 셈이다.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처럼 탄소 배출 제품에 대한 규제가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 탄소 다배출 품목인 철강을 대량으로 사용하는 자동차산업계는 탄소중립을 선언하며 탈탄소를 위한 계획을 내놓고 있다.
자동차의 경우 주로 사용하는 에너지원에 따라 친환경차 여부를 구분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차체와 부품이 철강으로 이뤄져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철강을 생산할 때 배출했던 탄소량이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탄소 배출 없이 만든 녹색철강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
하지만 군수산업은 철강을 대규모로 사용하면서도 녹색철강에 목을 맬 이유가 없다. 대규모 인명 살상을 위해 만든 벙커버스터를 녹색철강으로 만드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세계 무기산업을 이끌고 있는 록히드마틴이나, 보잉, 라파엘, 한국의 한화 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현대로템, LIG넥스원 등과 같은 방산기업들에는 탄소 배출을 줄인 철강을 써야 할 유인이 없다.
군수산업은 탄소 배출량이 많은 철강을 지속적으로 소비해 줄 든든한 구매자인 것이다. 그리고 탄소 배출의 주범으로 알려진 석탄 기반의 철강 생산을 유지시키는 데 기여할 공산이 크다.
게다가 지구상에서 무력충돌은 끊이지 않고 무기 생산과 구매는 날로 늘어나고 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 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군사비 지출은 2조 4400억 달러로 3000조 원이 훌쩍 넘는 수준에 이르렀다. 전년 대비 6.8%나 증가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지역 전쟁이 지속하고 있어 올해 군비는 또다시 최고치를 갈아치울지 모른다. 한국 4대 방산기업의 지난해 매출 역시 전년 대비 24% 넘게 증가했다. 그만큼 군사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은 늘어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군사 분야에서만 감축 요구하지 않는 이유

▲ 건군 제76주년 국군의 날 시가행진이 열린 1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숭례문 앞에서 K2전차들이 광화문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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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는 군사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 문제는 국제사회의 통제 밖에 있다. 국제사회가 온갖 노력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고 있지만, 군사 분야에서만은 감축을 요구하지 않는다. 국제사회 헤게모니를 잡고 있는 국가들의 군사 분야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전 세계 군비 규모를 압도하는 미국이 최대 무기 공급국의 위치에 있고 미국, 러시아, 프랑스, 중국, 독일 등 5개 국가가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무기 수출량의 76%를 차지하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SIPRI 2023 연감)
무엇보다 군사 분야 배출량에 대해서는 엄밀하게 파악된 적이 없다. 데이터가 있다고 해도 불확실성이 크고 접근이 거의 불가능하다. 각국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조사해서 보고하거나 공개할 의무도 없다. 국제사회가 입 모아 기후위기를 말하지만 정작 온실가스를 대량 배출하는 군사 분야에 대해서는 애써 눈 감고 있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 전쟁과 군비경쟁이 인류에게 얼마 남지 않은 탄소 배출 허용량(탄소 예산)을 써 버리고 있다.
결국 군사 분야에서 온실가스를 줄이는 길은 군비 축소일 수밖에 없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총예산으로 12조 원을 배정하면서(나라살림연구소 2025 예산 분석) 국방예산으로 61.6조 원을 책정하는 방식으로는 기후 위기에 대응할 수 없다.
천문학적인 재정을 군사 부문에 쏟아부어 더 많은 온실가스 배출을 초래하는 것과 에너지와 산업 전환에 쓰는 것 중에 무엇이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것인지 지금보다 분명했던 때도 없었다. 전쟁과 군비경쟁이 아니라 서로 평화롭게 사는 길을 찾는 것이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해법이 될 것이라는 점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군사 분야를 더 이상 기후 위기 대응에서 예외로 둬서는 안 된다.
▲박정은 / 전 참여연대 사무처장
박정은
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박정은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소셜 코리아> 편집위원입니다. 2000년부터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에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평화군축, 국제연대 활동에서부터 정치개혁, 검찰개혁 활동, 사회정책 관련 연대 활동 등에 주력했습니다. 2018년부터 4년간 참여연대 사무처장직을 맡았고, 정치개혁공동행동 집행위원장, 시민평화포럼 운영위원장직을 수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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