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보살피는 의료진들추석 명절을 앞둔 9월 12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린 여성병원에서 의료진이 신생아들을 보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윤 정부의 저출생 문제와 대응에 대한 인식을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자. 낮은 합계출산율로 인해 경제, 사회, 안보 등 국가적 비상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 강조한다. 산업인력 부족 심화, 초·중·고·대 교육인프라 붕괴, 상비 병력 부족의 문제가 나타날 것이므로 합계출산율 1.0을 목표로 총력을 다하자는 것이다.
문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는, '개인 삶의 질 제고'라는 목표는 추상적이고 불명확하다고 평가 절하한다. '출산'을 산업 인력과 군 상비 병력 비상사태 해결책으로 강조한다. 저출생으로 인해 예측되는 사회문제에 백번 동의한다 하더라도, 윤 정부의 정책적 뼈대는 국가 유지라는 비전과 출산율 1.0 목표와 출산율 제고라는 수단만이 남는다. 출산율 제고 대신 억제라는 기조만 다를 뿐 1960~1980년대 우리나라 인구정책 뼈대와 동일하다. 즉, 인구정책으로의 회귀이며 신 인구정책이다.
이와 같이 국민을 출산자, 생산자, 병력으로 간주하는 신 인구정책에 청년세대들이 공감할 리 만무하며, 특히 인구 비상사태 선언은 여성 청년들 사이에서 결혼과 출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높일 것이다. 여성들의 경력단절, 독박육아 문제, 성별 격차 등의 문제에는 소원하면서 합계출산율 1.0명을 강조하는 것은 여성의 삶의 질을 국가 발전에 종속시키는 것과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저출산' 대신 '저출생'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이유도, 비록 두 용어가 동의어는 아니지만, 바로 여성을 수단화하지 않겠다는 표현이기도 하다. 정부 저출생 대응 과정에서 실종된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결혼과 출산에 대해 국가 발전의 영역이 아닌 개인의 삶의 질과 선택의 영역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때 정부의 역할은 결혼과 출산이 고통이 아닌 보다 풍부한 삶의 여정이 될 수 있도록 사회경제적 환경을 조성하고, 개인의 자유의지에 의해 선택이 가능하도록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제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개인의 삶의 질이 나아진다면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기가 보다 용이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바로, 문 정부가 '삶의 질 제고'를 저출생 정책의 목표로 삼은 이유라 하겠다.
현재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대체출산율인 2.1명의 1/3 수준인 0.7명에 가깝다. 우리는 이를 출생률이 매우 낮다는 양적 지표를 넘어 우리 사회의 삶의 질이 그만큼 떨어져 불행해졌다는 질적 지표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다면 저출생 사회에 대한 대응은 인구 규모에 초점을 둔 인구정책이 아닌 삶의 질에 초점을 둔 사회정책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기존 결혼-출산-육아정책 틀 넘어야 해법 있다
이에 따라 필자는 기존의 결혼-출산-육아정책의 틀을 넘어, 사회경제적 원인과 구조의 변화까지 아우를 총체적 접근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고자 한다. 특히 복지, 노동, 교육은 물로 기후와 디지털 이슈 등 사회 전반에 걸친 거시적이며 포괄적이고 혁신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윤 정부가 제안한 3개의 범국가적 총력 대응(비상사태 선언, 정부 부처 신설, 지방교부세 교부기준 변경)이나 기존 정책을 확대한 정도의 3대 핵심분야(일-가정 양립, 국가책임 교육·돌봄 체계, 주거지원과 결혼·출산 장려)만으로는 추세 반전의 기회도 만들지 못할 것이다. 근시안적이고 현상에만 매몰되어 있기 때문이다.
저출산의 사회구조적 원인으로 지목되는 ▲성 불평등 ▲과도한 경쟁 사회 ▲심각한 사교육 의존 ▲긴 노동시간과 불평등한 노동시장 ▲기회와 소득 격차 ▲지역 불균형 외에 새로운 사회적 위험을 고려한 통합적이고 유기적인 미래 전략이 필요하다.
노 정부는 인구 문제를 저출산-고령사회에 대응하는 사회정책으로 접근하는 기틀을 마련하였다. 문 정부는 제4차 기본계획을 통해 인구 문제에 대한 대응을, 개인을 노동력‧생산력의 관점으로 본 국가 발전 전략에서 삶의 권리를 보장하는 관점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였다.
100년 전 심각한 저출산 문제에 직면하게 된 스웨덴은 우리와 같은 출산 장려, 다자녀 가정 지원 정책 등을 펼쳤으나 성공하지 못했고, 이후 보다 근본적인 사회개혁, 즉, 분배정책과 사회정책의 개혁을 통해 삶의 수준을 향상시키는 정책을 펼쳤다. 그 결과는 우리가 아는 바와 같이 성공적이었다.
스웨덴 학자 뮈르달은 그 길을 되돌아보니, 결국 복지국가의 길이었다고 평가했다. 저출산 추세의 반전과 지속가능한 사회를 목표로 한다면, 우리는 인구정책 차원을 넘어선 포괄적이고 혁신적인 사회정책 즉, 인간다운 삶을 기본적 권리로 보장하는,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복지국가의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윤 정부는 신 인구정책으로의 회귀가 아닌, 인간 존중의, 보다 행복한 삶의 여건을 조성하는 정책에서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