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은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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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괴롭힘 요건에 반복성·지속성을 포함하고, 기준을 구체화해야 하며, 엄격한 증거를 요구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럴 경우 문턱을 높여 피해자를 보호하기 어려워진다는 비판에 직면한다. 그러나 현행 규정은 무고한 가해자를 양산할 뿐만 아니라 법의 신뢰도를 낮춰 진짜 피해자의 신고를 경시하도록 만들어 오히려 피해자를 보호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현장에서는 법을 희화화하고 오히려 피해자를 문제 삼는 사례가 어렵지 않게 관찰되고 있다. 결국 진짜 괴롭힘 피해자가 신고하지 못하거나 신고의 의도가 의심받는 상황까지 등장한다. 괴롭힘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신고의 오남용 방지가 시급하다.
소규모 사업장, 신고·처벌보다 중재 필요
2023년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이 남녀 노동자 1600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 실태를 조사한 결과, 노동자의 61.5%가 신체적 폭력, 언어 폭력, 따돌림, 직무 배제 등의 괴롭힘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중 법·제도적 절차로 대응한 비중은 14.2%에 그쳤고, 특별한 대처 없이 휴직, 이직, 퇴사를 고려한 비중은 무려 70.7%에 달했다. 30인 미만 사업장은 이 비중이 90%에 육박한다.
법에서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분리 조치를 명시하지만, 소규모 사업장은 물리적 공간 분리가 어렵고 사건 종결 후에도 같은 공간에서 마주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용자는 피해자의 의견을 들어 행위자를 징계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피해자와 행위자의 관계 개선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현행 괴롭힘 금지법은 신고 – 사실 확인 – 조치라는 3단계 절차를 갖는다. 그 과정에서 노동자에게는 갈등, 이직, 퇴사 등 여러 불편함을 염두에 둔 '신고' 아니면 '인내'라는 선택지만 주어진다. 물론 어떤 선택을 하든지 결국 피해자의 퇴사로 귀결되는 것이 소규모 사업장의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