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18일 당시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성평등과 페미니즘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자기 돈으로 자기 시간 내서 하면 된다." 권 의원이 페이스북에 썼던 말이다. 버터나이프 크루 사업을 두고 "페미니즘에 경도됐다"던 그의 젠더관을 알 수 있는 말이다. 이에 버터나이프 크루 사업의 일원이었던 시카는
인터뷰에서 말했다. "헌법에 위배되는 발언이다. 헌법에 국가는 여성의 복지와 권익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그의 말처럼 헌법 제34조 3항은 "국가는 여자의 복지와 권익의 향상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다.
최근 들어 대통령실이 여가부 장관 인선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인구전략기획부 신설을 추진하는 와중에 더불어민주당이 '여가부 장관 임명'을 선결 조건으로 내걸자 나타난 기류다. '딥페이크 성착취 사태' 등에 대응할 컨트롤타워의 부재도 영향을 끼쳤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달 1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딥페이크 성범죄를 총괄해야 할 여가부 장관이 없다"는 야당 지적에 "여가부 장관 임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웨덴의 정치학자 드루드 달레룹은 책 <민주주의는 여성에게 실패했는가>에서는 서양의 13개국을 비교 분석한 결과를 통해 국가를 대표하는 여성 정책 기관, 여성 운동, (여성) 입법자들로 구성된 '벨벳 삼각'의 활약이 성평등 정책 추진에 중요하다고 말한다. 식물 부처로 전락한 여성 정책 기관인 여가부의 현재 위상을 고려하면, 나머지 두 주체 여성 운동과 여성 입법자들에 그나마의 명운을 걸어볼 수밖에 없다.
최근 국정감사를 앞둔 국회 여가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에게 여가부 장관 임명을 재차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딥페이크 처벌법'(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개정안)에 논란이 된 '알면서'라는 단서 조항을 삭제한 수정안을 본회의 당일 대표발의해 통과시킨 이는 민주당 중진 추미애 의원이었다. 44년 만에 국회에서 열린 '5·18 성폭력 피해자 증언대회'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의원 22인이 공동 주최했으며, 절대 다수의 여성 의원들이 앞장선 결과다.
'22만명 딥페이크 텔레그램방'의 실체가 드러난 후 서울여성회와 서페대연(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이 매주 금요일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말하기 대회를 이어가고 있다. 딥페이크 성범죄를 규탄하는 혜화역 시위에는 6000여 명의 여성들이 참가했다.
여가부가 형해화되는 와중에 우리는 일련의 교제 폭력, 딥페이크 성착취, 여성혐오 범죄 등에 그 책임을 물을 주체마저 잃었다. 교제 폭력 피해와 함께 사이버 레커들로부터 이중삼중의 협박에 시달린 '천만 유튜버' 쯔양 사건을 두고 "개개인의 사건에 모두 입장문을 발표할 수는 없다"던 여가부의 침묵이 이를 드러낸다.
벨벳 삼각의 주요 축인 여성 정책 기관이 바로 서고, 퇴보한 성평등 정책을 바로 잡기 위해, 여성 시민들의 목소리를 적극 귀담아 들어야 한다. 특히나 지금은 또 하나의 축인 입법부가 더욱 그래야 한다. 이것은 여성들의 생존에 관련된 것이어서, 거리로 나선 여성들은 더 이상 이를 묵과할 생각이 없다. 이제 그 시작점은, 여가부 장관 인선이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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