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로 가득한 2024 옥토버페스트
윤한샘
7년 만이었다. 인생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옥토버페스트를 다시 와보다니. 나의 첫 옥토버페스트는 환희로 시작해 고통으로 끝났다. 주량을 망각한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을 보였던 기억은 여전히 이불 킥을 차게 한다. 40대 초반, 아직 열정이 남아있을 나이였기에 가능했던 일들이었다.
두 번째 옥토버페스트는 달라야 했다. 2024년 9월 22일, 옥토버페스트가 열리는 테레지엔비제를 향하며 두 가지 미션을 세웠다. 첫째, 절대 주량을 넘기지 말 것. 이제 나이도 있으니 맥주보다 분위기를 즐기자. 대한민국 국격을 훼손하는 일은 절대 삼갈 것. 둘째, 여섯 개 빅 텐트를 모두 방문하자. 2017년에는 파울라너와 아우구스티너 빅 텐트에서 만취가 된 덕에 다른 텐트를 가보지 못했다. 돌아보니 맥주를 업으로 하는 사람에게 가장 아쉬웠던 순간이었다. 이번에는 반드시 모든 빅 텐트를 가보리라.
2024 옥토버페스트가 열리는 첫 번째 날, 뮌헨 시내는 여성 전통 복장 디른들(Dirndl)과 남성 전통 의상 레더호젠(Lederhosen)을 입은 현지인들과 관광객으로 바글거렸다. 아침부터 호프브로이 하우스를 비롯한 비어홀과 비어 가르텐은 1리터 마스 잔에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로 북새통이었다. 우리도 빠질 수 없지. 오늘을 그리며 몇 년 동안 욕망을 참으며 통장을 채우지 않았던가.
혼돈과 당황의 도가니, 테레지엔비제
7년 전 옥토버페스트도 행사 첫째 날에 방문했다. 오늘보다 선선했고 사람도 그다지 많지 않았었다. 이 기억이 문제였다. 조금 느긋하게 가도 괜찮겠지라고 여유를 부린 게 실수였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옥토버페스트는 예전과 달라져 있었다.
지하철 우반(U-bahn)을 타고 테레지엔비제 역에 내리자 약간의 긴장감과 아드레날린이 느껴졌다. 입구는 인산인해였지만 가벼운 가방 검사만 했을 뿐 들어가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광장 초입으로 들어서자 거대한 텐트와 화려한 놀이기구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익숙한 풍경이었다. 문제는 그다음.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그 넓디넓은 공간을 빈틈없이 채우고 있는 게 아닌가.
첫 번째 미션 '과음하지 말 것'을 생각할 새도 없이, 두 번째 미션 '여섯 개 빅 텐트를 방문할 것'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딱 봐도 대부분 텐트들이 이미 만석일 듯했다. 나는 황급히 동행한 사람들에게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알렸다. 우선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뢰벤브로이 텐트로 가서 상황을 파악해 보기로 했다.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어깨와 어깨가 부딪혔다.
그러면 그렇지. 뢰벤브로이 텐트는 이미 문을 걸어 잠그고 있었다. 입구에는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로 아우성이었다. 그곳엔 어떤 질서도 없었다. 한국이었다면 대기 줄을 만들거나 대기표를 나눠줬을 텐데, 돌아가라는 경호원들의 손짓만 허공을 가르고 있었다.
작전 변경, 큰 텐트는 포기하고 작은 텐트로 간다. 옥토버페스트에는 기본적으로 뮌헨에 양조장을 두고 있는 6개 브랜드, 파울라너, 슈파텐, 학커-프쇼, 아우구스티너, 뢰벤브로이, 호프브로이만 참여할 수 있다. 각 브랜드들은 빅 텐트뿐만 아니라 개성을 살린 소규모 텐트도 운영하고 있었다. 과연 작은 텐트는 승산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