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기도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임명 강행과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는 그 정점에 있습니다. 오마이뉴스와 뉴스타파와 미디어오늘, 시사인, 한겨레 등 5개 언론사는 각 사 울타리를 넘어 진행하는 '진실 프로젝트' 첫 기획으로, 현 정부의 언론장악 실태를 추적하는 '언론장악 카르텔' 시리즈를 함께 취재 보도합니다.[편집자말] |
▲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지난 2023년 11월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리는 국민의힘 뉴시티프로젝트특별위원회에 앞서 참석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 권우성
"거기가 좋다는, 내가 딱 괜찮다는 얘기를 듣고..."
비판언론 고발 사주 의혹을 받고 있는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의 '낙하산 채용'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김 전 행정관은 올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후보에서 탈락한 뒤 <서울의소리>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자신의 공기업행을 수차례 거론했고, 실제로 지난 8월 예금보험공사가 대주주인 서울보증보험 상임감사로 취임했다.
언론장악공동취재팀은 지난 9월 27일 김대남 전 행정관이 이명수 <서울의소리>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시민단체인 새로운민심을 통해 비판 언론들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관련기사 : 언론고발은 대통령실 사주? 전 행정관 "그거 다 내가 한 거야" https://omn.kr/2ac2h)
김 전 행정관 측은 녹취록 전체를 "유도 질문"에 따른 답변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새로운민심'과의 밀접한 관계 등 그가 전화통화에서 언급한 내용 일부는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이중 하나가 '공기업 취업' 의혹이다.
경쟁자 이원모 지지선언 한날, 공기업과 여사님 언급
언론장악공동취재팀이 김대남 전 행정관과 이명수 <서울의소리>기자와의 통화 녹취 40여개를 분석한 결과, 김 전 행정관은 8월 서울보증보험 취업 이전부터 자신의 '공기업행'을 수차례 거론했다. 22대 총선에서 경기 용인갑에 출마를 준비했다가 공천을 받지 못한 김 전 행정관은 지난 2월 26일 전화통화에서 '여사님'과 '공기업'을 언급한다.
이명수 기자 : "네 선배님 이명수입니다."
김대남 전 행정관 : "(국회의원 출마는) 끝났다. 여사님이 세긴 세다, 세긴 세지. 끽소리도 못하고 그냥."
이명수 : "형님 비례 좀 바라봐야 되는 거 아닙니까? 그러면."
김대남 : "누가 비례 주나."
이명수 : "그래도 뭐라도 해야지 그럴 거 아닙니까?"
김대남 : "공기업이나 이런 데 보내주겠지 뭐."
김 전 행정관은 이날(2월 26일) 자신의 경쟁자였던 이원모 국민의힘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는데, 앞서 2월 20일 전화통화에선 이를 '보험'이라고 언급했다. 그렇게 해야 자신이 공기업이든, 대통령실이든 다시 갈 수 있을 거라는 이유에서였다. 이 대목에서 김 전 행정관은 '여사'에게 보험을 들어놓는다고 말했다.
김대남 : "얘(이원모)를 갖다가 도움 주고 내가 (김건희) 여사 하나 저쪽에다가 보험 들어서 내가 하나 받아가야 돼."
이명수 : "그렇지 다른 데로 오케이? 그렇지?"
김대남 : "어디 공기업 사장이 됐든 아니면 다시 용산을 넣어달라고 해서 용산에 들어가서 다시 비서관 역할을 하든지 보험을 들어야 될 거 아니야."
김 전 행정관은 총선 전인 4월 3일 전화통화에서도 "여기서 눈치 봐가면서 지금 저거(선거운동) 하고 있어, 어떻게든 어디 공기업이라도 들어가려고 잘 보이고 있지"라고 말했다. 5월 1일 전화통화에서 김 전 행정관은 공기업에 취업하고 다음 정치적 행보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대남 : "거기서 휘말려가지고 이런다고 저런다 해서 실속 없이 해봐야 뭔 의미있냐."
이명수 : "그렇죠."
김대남 : "나도 여러가지 피해를 봤지만 참고 기다리면서 어디 공기업이라도 가서 연봉이라도 잘 받으면서 어쨌든 다음 대권에 누가 나을 건지 예의주시해서 거기서 다시 올라탄다든지 그런 방법 찾아야지. 너도 마찬가지고. 그래서 니가 그때 캐스팅 보트 역할을 누구로 하느냐 이거지 지금 계속 까고 있는거 해봐야 다 달라질 게 하나도 없어."
"정부에서 파견 나온 감사라 그냥 만고땡이야"
▲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자료사진) ⓒ 권우성
수차례 공기업행을 예고했던 김 전 행정관의 말은 현실이 됐다. 김 전 행정관은 지난 8월 5일 서울보증보험 상임감사로 취임했다. 서울보증보험은 공기업은 아니지만, 준정부기관인 예금보험공사가 최대주주인 회사로,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예금보험공사 등 모두 경제 분야 출신 전문가들이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토목학과를 졸업한 뒤, 도시개발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온 김 전 행정관은 금융 분야 관련 경력은 없다. 그런데 공동취재팀 확인 결과, 서울보증보험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전원 찬성으로 김대남을 사내이사와 감사위원으로 동시 선임했다. 이에 따라 김 전 행정관의 서울보증보험 감사 취업에 대통령실이나 정치권이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실제로 서울보증보험 감사가 확정되고, 지난 8월 3일 이명수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김 전 행정관은 자신의 임기가 3년 보장되고 사장도 '뭐라고 못하는' 2인자 자리여서 자신이 '찍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김대남 : "종로에 있는 서울보증보험이라고 들어봤지? 서울보증보험에 감사로 내가 출근해."
이명수 : "감사위원 되게 높은 자리인데 그 자리."
김대남 : "높지. 감사는 2인자지. 2인자라도 사장이 뭐라 못하는 자리지 왜냐하면 상임감사는 정부에서 파견 나온 감사라 그냥 만고땡이야. 사실 감사가 사장보다 편하다."
이명수 : "그래요 선배님이 선택하신 거예요. 아니면..."
김대남 : "내가 선택했지 찍어가지고, (중략) 거기가 좋다는 소식을, 괜찮다는 얘기를 듣고 왜냐하면 다른 데는 2년인데 일단 3년이니까. 3년이면 우리 정부 있을 때까지 다 있는 거지."
공동취재팀이 확보한 통화 녹취에는 김 전 행정관의 취업을 도와주는 현직 국회의원과 대통령실 관계자 실명이 등장한다. 녹취록에서 거론되는 대통령실 소속 관계자 2명은 김건희 여사와 매우 친밀한 관계로도 알려져 있다. 공동취재팀은 이들의 반론을 확보하는대로 낙하산 의혹에 대한 보도를 이어갈 계획이다.
*언론장악 공동취재단: 신상호(오마이뉴스) 박종화 연다혜(이상 뉴스타파) 박재령(미디어오늘) 문상현(시사IN) 최성진(한겨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