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경기도 성남시 HD현대 글로벌R&D센터 아산홀에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주제로 열린 2024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자유주의의 궁극적 가치(value)인 '단독자로서의 개인'이 드디어 완성되었다. 일체의 연고와 연대, 즉 전 근대적 연고주의(혈연, 지연, 학연 등)가 해체되니 오로지 '단독자로서의 자유로운 개인'만 남은 것이다. 그런데 단독자 개인은 과연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을까?
물론 일부에게는 그게 가능하다. 재산과 소득이 많은 부유층은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필요한 조건과 환경을 돈으로 구매하면 된다. 유모와 보모, 가정부 등을 채용하고 아이를 비싼 유치원 등에 맡기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럴 돈이 충분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출산·양육이 불가능하니 그것을 포기하는 편이 합리적이다. 요즘 한국의 2030 청년들 특히 여성들에게 실제 일어나는 일이다. 이들에게 출산과 양육은 '선택의 자유' 목록에 없다. 즉 그들에게 '선택의 자유'란 허울에 불과할 뿐, 실제로는 '비혼 + 무자녀'라는 삶을 선택하도록 강요받는다. 주류 경제학자들이 즐겨 말하는 합리적 선택이다.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20년에 제4차 저출산·고령화 대응 계획이 발표되었다. 그 계획에는 우리나라의 인구정책에서 획기적인 대전환이 담겨 있다. '출산율 회복'이 이 제4차 계획의 공식 목표 범주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출산은 국가가 요구한다고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출산·양육의 궁극적 주체인 여성·청년들의 자발적·개인적 선택(즉 선택의 자유)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임을 분명하게 인지한 것이다.
제4차 계획에서는 정부·국가 인구정책의 공식적 목표가 '출산율 회복'에서 '삶의 질 개선'(불평등 완화 포함)과 '성평등'으로 바뀌었다. 즉 국민들 특히 청년과 여성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성평등을 달성할 경우, 청년과 여성들은 아이 낳아 키우는 것을 선택 가능한 여러 옵션 중 하나로 여기게 되어 '선택의 자유'의 폭과 내용이 크게 확장될 것이라는 기대이다. 달리 말해서 '실질적인 선택의 자유'를 국가가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허울만 남은 '형식적인 선택의 자유'가 아니라.
2023년 우리나라 노동시간은 연간 1874시간이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 122시간 길고, 독일(1350시간)에 비해서는 524시간(66일의 근무일)이나 길다. 삶의 질 개선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이 워라밸(일-생활 균형)이며, 이에는 노동시간 단축이 필수적이다. 육아분담과 가사분담의 성평등을 위해서도 사회적·공동체적 육아·돌봄 인프라 구축과 함께 육아·가사 시간의 충분한 확보가 엄마 아빠 모두에게 필요하다. 이는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한다.
물론 노동시간 단축으로 증가하는 여유 시간이 모두 육아·돌봄을 위한 시간은 아니다. 요즘 청년·여성들은 여행과 문화예술, 스포츠 등 여가 생활을 매우 소중히 여긴다. 그것은 선진국(한국 역시 OECD 선진국이 되었다!)의 2030세대에 공통적인 모습이다.
비상사태라며 주 52시간제 허물려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