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28일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임태희 대통령실장,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정진석 정무수석, 홍상표 홍보수석, 김두우 기획관리실장 등과 함께 회의실로 가고 있다.
연합뉴스
사실 그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고 인사청문회가 진행됐을 때, '이명박 시즌 2'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내심 기대하는 바가 있었다. 당시 추진했던 정책들의 난맥상을 반면교사 삼을 수만 있다면, 나름 실효적인 교육 정책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는 동서고금의 진리를 새삼 깨닫는 데는 단 몇 개월로 충분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학교마다 'K-교육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며 '에듀 테크' 도입을 공식화했다. 디지털 기기와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교육의 질과 학습 효과를 높이겠다는 취지에서다. 학습자 중심의 교실 환경을 조성하겠다며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고 터치스크린 등 첨단 기자재를 설치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과거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와 '일제고사 실시'로 사교육 시장의 덩치를 키우더니, 이젠 '에듀 테크' 관련 기업들에 먹잇감을 건네는 꼴이다. 이 장관 스스로 공교육 분야도 민간 기업과 협력해야 한다고 천명하기까지 했다. 시민단체에서는 성적 등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어 사교육이 조장될 우려가 크다며 이 장관과 '에듀 테크' 업체와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기실 이는 경제학자 출신 교육부 장관이 임명될 때부터 일견 예상됐던 바다. 공교육에 대한 평가를 미래 수익의 창출 여부로 판단하는 건 위험하다. 교육 문제를 경제 문제로 접근해 정책을 마련하는 건, 교육의 본령을 무력화하는 행태다. 하물며 교육 정책을 번갯불에 콩 볶듯 해서는 배가 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
공교롭게도, 이 장관이 임명된 2022년 11월, 윤석열 대통령은 직접 주재한 수출 전략회의에서 "모든 정부 부처는 산업 부처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산업부로, 환경부는 환경산업부로, 보건복지부는 보건복지산업부로" 여겨달라고 했다. 직접 언급은 없었지만, 교육부도 '교육산업부'가 되라는 뜻이었다.
그로부터 석 달 뒤 '교육산업부'의 1호 정책으로 '에듀 테크' 도입을 천명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대통령은 과연 '에듀 테크'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을까. '뉴라이트조차 뭔지 잘 모르는' 대통령이 '에듀 테크'의 의미와 교육적 실효성 등에 관심이나 있을지 모르겠다. 그저 수출에 보탬이 될 거라는 막연한 생각뿐이라면, '벌거벗은 임금님'을 자인하는 꼴이다.
무지하고 무능한 대통령에게 아첨해 환심을 산 뒤, 그렇게 얻은 권력으로 자신의 잇속을 챙기고 있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댐 건설에 협조하겠다는 '환경산업부'와 의료 붕괴에 속수무책인 '보건복지산업부'의 고위공직자들도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권력을 사유화하면 전문가 집단은 반드시 타락한다는 진리를 새삼 깨닫게 되는 요즘이다. '윤석열이 윤석열하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암울할 따름이다.
사족.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대한민국의 공교육을 책임질 교육부의 수장은 교육계에서 오랫동안 잔뼈가 굵은 이들이 맡아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올곧은 품성에다 뛰어난 자질과 역량을 갖춘 교육자들이 적지 않다. 교육부에 행정 전문가와 경제학자는 가당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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