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택동산에 모셔진 고인의 유골함
김민석
모든 것이 순조롭게 흘러갈 것 같았던 때,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고인이 안치되어 있던 장례식장이 자치구의 협약 장례식장이 아니었고, 여력이 되지 않아 협조도 어려웠던 것입니다.
'연고자가 있는 저소득시민 공영장례'가 원활히 지원되기 위한 핵심적인 전제 조건은 장례식장의 협조입니다. 장례식장이 예산 범위 안에서 고인 모심(염습, 입관, 운구)을 해주어야 하고, 3시간 혹은 24시간 동안 빈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협조가 되지 않을 경우 연고자는 안치료와 운구비를 부담하고 다른 협약 장례식장으로 고인을 모셔야 합니다.
내담자에게는 당장 안치료와 운구비를 부담할 돈이 없었습니다. 자치구는 지원하기로 결정했으나, 장례식장이 협조를 거부하니 곤란한 상황이었고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며 전전긍긍하는 사이 시간은 흘러갔습니다.
결국 서울시 공영장례지원 상담센터인 나눔과나눔이 협약 장례식장으로의 운구를 지원하는 것으로 상황은 정리되었습니다. 내담자의 상황을 고려한 장례식장이 안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했기에 내담자는 별도의 비용 부담 없이 협약 장례식장으로 고인을 모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는 모든 것이 순조로웠습니다. 연고자의 요청으로 협약 장례식장에 24시간 동안 빈소가 마련되었고, 서울시와 계약한 의전업체(상조회사)가 장례지도사를 파견하고 성복제 등을 지원했습니다. 내담자는 고인을 운구차로 모신 뒤, 화장장으로 떠나며 저와 인사를 나눴습니다.
"이제 진짜 저 혼자 남았네요. 나중에 제 장례도 잘 부탁해요."
저와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무연고 사망자'에 대해 알게 된 내담자는 남은 가족이 없는 자신이 결국은 '무연고 사망자'가 되리라 예상했습니다. 나직이 자신의 장례를 잘 부탁한다는 내담자에게 저는 어떤 위로의 말도 건네지 못하고 사무실로 돌아왔습니다.
너무나 안타까운 말 "제도를 몰라서"
'연고자가 있는 저소득시민 공영장례'는 '무연고 사망자'를 줄이기 위한 서울시의 대응책입니다. 이번에 내담자에게 공영장례 지원이 없었다면 고인은 '무연고 사망자'가 되었을 테니까요. 그리고 커다란 죄책감을 내담자에게 남겼을 것입니다. 자신의 가족을 포기했다는 죄책감을요.
서울시가 개선계획을 발표한 뒤로도 '연고자가 있는 저소득시민 공영장례'의 전체 지원 건수는 여전히 두 손에 꼽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단순한 이유는 이렇습니다. 사람들이 제도를 모릅니다.
안내하고 신청서를 접수받아야 하는 행정복지센터도 제도를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내담자에게 안내할 땐 행정복지센터 공무원이 제도를 모를 수 있으니, 그런 상황에는 상담센터 연락처를 알려주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연락이 닿아 공무원에게 제도에 대해 설명하는 일이 빈번합니다.
당사자도 모르고, 공무원도 잘 모르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제가 여력이 될 때마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거기에 있습니다. 대상자가 아니어서 같은 이유가 아니라 그저 몰랐기 때문에 '무연고 사망자'가 발생하는 안타까운 일은 없어야 하니까요.
다시 한번 강조해서 말하자면 공영장례는 '무연고 사망자' 장례가 아닙니다. 만약 고인이 서울시의 수급자였고, 장례를 치를 가족도 경제적으로 어렵다면 꼭 행정복지센터에 가서 '연고자가 있는 저소득시민 공영장례'에 대해 여쭤보세요. 만약 공무원이 안내하지 못한다면 1668-3412 번호를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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