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9.25 13:29최종 업데이트 24.09.26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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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채상병 1주기인 지난 7월 19일 오전 서울 청계광장에 설치된 분향소에서 한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이 헌화를 마친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권우성

살아 돌아올 수 없게 된 아들의 전역일을 하루 앞두고 해병대 고 채수근 상병의 어머니가 "(사건 발생 후) 1년이 지났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현실이 너무나 속상하다"며 "책임자를 밝혀달라 냈던 (경북경찰청) 수사결과 이의신청도 감감무소식이라서 답답하기만 하다"고 밝혔다.

채 상병 어머니는 25일 오전 '대한민국 순직 국군장병 유족회' 홈페이지에 '그립고 보고 싶은 아들에게'라는 제목의 편지를 올렸다.

그는 이 편지에서 "입대하던 날 포항 시내 거리마다 온통 벚꽃이 만개해 너무나 예뻐서 몇 번이나 아들과 환호성을 지르던 것이 주마등처럼 스치는데 1292기수의 1012명 중 아들만 엄마 품으로 돌아올 수 없게 되어 목이 메인다"고 말했다.

이어 "아들이 (살아서) 군 생활을 하고 있었으면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도 많이 만들어 놓고, 어느 음식점을 갈지 여러 군데 검색도 하고, (전역 전날) 미리 숙소 예약하고 아들을 만나서 아빠랑 내려올 텐데"라며 "다른 동기들이 다 누리는 작은 기쁨마저 우리는 누릴 수 없어 가슴이 터질 것만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이해할 수 없는 건 안전장비가 준비 안 돼 있으면 (하천에) 투입지시를 하지 말았어야지 육군은 위험을 감지하고 철수했는데 왜 해병대는 강행하여 아들이 돌아올 수 없게 됐는지 정말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현장에 있던 지휘관들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더해 "힘도, 내세울 것 없는 엄마지만 아들 희생의 진실을 밝히는 것만이 엄마가 그나마 살아야 할 이유"라며 "긴 시간 동안 자기 본분을 다해 진실을 밝히기 위해 모든 걸 걸고 있는 분들처럼 엄마도 힘내 볼게 사랑해 아들"이라고 편지를 끝맺었다.

윤 일병 어머니도 위로 "진실 이길 때까지 함께 하겠다"

경찰 출석하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지난 5월 13일 오전 경북 경산시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에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채 상병은 지난해 7월 구명조끼 등 안전장비 없이 경북 예천 지역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작전 과정에 투입됐으나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사망사건을 11개월간 수사한 경북경찰청은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직권남용,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을 무혐의 처분하고 중간 관리자 6명만 업무상과실치사의 공동정범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수사결과에 반발한 유족은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사망사건과 별개로 채 상병 수사외압 의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수사하고 있다.

한편 이날 진행된 박정훈 대령(사건 초기 해병대 수사단장으로서 수사를 진행하다 항명 등 혐의로 기소)의 재판에 참석한 이른바 '윤 일병 사건'의 유족도 채 상병 유족을 위로했다.

고 윤승주 일병의 어머니 안미자씨는 이날 재판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내일이 채 상병이 살아 있었다면 부모 곁으로 돌아왔을 전역 날이라고 한다"라며 "이곳에 있는 (군 사망사고 희생자의) 엄마·아빠들은 한 번씩 마음이 무너져 내려본 날"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시간 채 상병 부모님이 어떤 마음일지 걱정된다. 채 상병이 전역했을 날이 다 되어가도록 이 싸움이 계속되고 있는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라며 "나라 지키라고 데려가 놓고 건강히 돌려보내지도 못 했으면서 그 이유조차 밝히지 않을 거라면 이 나라는 뭐하러 존재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대령이 무죄를 받는 것이 곧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라며 "비열한 권력을 박 대령의 양심이 이길 때까지, 진실이 거짓을 이길 때까지 곁에서 함께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채 상병 어머니의 편지 전문이다.

너무나 보고 싶은 아들에게.

아들이 입대하던 날이 기억나는구나. 포항 시내 거리마다 온통 벚꽃이 만개하여 너무나 예뻐서 몇 번이나 아들과 환호성을 지르던 입대 날(3.27) 주마등처럼 스치는구나.

엄마는 매번 아들이 있었으면 얼마나 행복하고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루에도 수백 번하며 지낸단다.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 일어나 정말 살아야 할 이유도 희망도 의욕부진인 채로 지내고 있단다.

너무 속상하다. 꿈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에게 이런 일이 있을 줄...

아들 내일이면 전역인데 돌아올 수 없는 아들이 되어 가슴이 아린다.

아들이 지금 군 생활을 하고 있었으면 미리 숙소 예약하고 아들 만나서 아빠랑 내려올 텐데...

다른 동기들이 다 누리는 작은 기쁨마저도 우린 누릴 수 없어 가슴이 터질 것만 같다.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 많이 만들어 놓고 또는 어느 음식점을 가서 먹을지 여러 군데 검색을 했을 텐데 우리에게 아들이 다시 엄마품으로 돌아올 수 없다는 현실이 지금도 믿어지지 않고 1292기수(1012명) 중 아들만 엄마품으로 돌아올 수 없는 아들이 되어 목이 메인다.

1년이 훌쩍 지났지만 그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현실이 너무 속상하다.책임자를 밝혀달라 엄마가 냈던 이의 신청도 감감 무소식이라서 답답하기만 하단다.

사랑하는 아들!!

엄마는 아들이 없는 곳에서 숨을 쉬고 음식을 먹고 일상은 흐르고... 매일 매일 아들과 대화했던 말들이 생각이 나서 미칠 것만 같단다.

너무 받아들이기가 싫구나. 아들이 없다는 현실이 아직도 믿어지지 않아 혼자서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며 있을 때가 많단다. 이런 감당하기 어려운 제일 겪지 말아야 할 일이 우리 일이 될 줄 너무나 가슴이 먹먹하다.

사랑하는 아들!!

아들이 주는 기쁨과 행복이 얼마나 큰지 알기에 받아들일 수가 없구나.

왜 우리에게 이렇게 큰 고통과 슬픔에 빠져 우울감에서 나올 수 없게 만드는지...

엄마가 너 하나 출산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고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하고 엄마의 전부였는데...

하늘에서 보고 있을 아들!!

내일 전역일이라 오늘은 꼭 아들에게 편지를 쓰고 싶었어.

엄마가 가끔씩 아들에게 장문의 글로 문자를 보내면 항상 글 말미에 사랑한다고 이모티콘과 하트를 여러개 보내었는데 모든게 아쉽다.

아들이 우리 곁에 없다는 현실이 엄마,아빠라고 불러줄 아들이 세상에 없다는 것이 너무나 슬프고 억장이 무너진다.

지금도 엄마가 이해할 수 없는 건 안전장비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투입지시를 하시 말았어야지.

왜, 왜!!! 구멍조끼 미착용한 상태로 투입 지시를 했는지?? 육군은 위험을 감지하고 철수를 했는데 왜 해병대는 강행을 하여 아들이 돌아올 수 없게 되었는지 정말 화가 치밀어 오른다. 현장에 있던 지휘관들이 도저히 용서를 할 수도 없고, 용서가 안된다.

사랑하는 아들!!!

엄마 목숨보다 소중한 아들

계속 응원해줘 힘도 없고 내세울 것 없는 엄마지만 아들 희생의 진실이 밝혀지질 꼭 지켜봐줘 그것만이 엄마가 살아갈 수 있고, 그나마 살아야 할 이유란다.

긴시간 동안 자기 본문을 다해서 진실을 밝히기 위해 모든 걸 걸고 있는 분들처럼 엄마도 힘내 볼게.

하늘에서 못 다한 꿈 마음껏 펼치길 바래 사랑해!!

9월 25일

사랑하는 엄마가 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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