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9.25 10:57최종 업데이트 24.09.26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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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관련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수사단장이 2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지지자들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9.25연합뉴스

"선임병들에게 한 달 동안 끔찍한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하다 온몸이 멍투성이가 되어 사경을 헤매는 우리 승주를 두고 대대장은 심폐소생술 훈련을 하다가 몸에 멍이 들었다는 거짓말을 했고, 육군은 검시조차 해보지도 않고 '만두를 먹다가 목이 막혀 죽었다'고 사인을 조작 발표했습니다. (중략) 그러나 여기 계신 박정훈 대령은 달랐습니다. 억울하게 떠난 채 상병 앞에 맹세한 대로 대통령이라는 어마어마한 권력이 윗선을 지키기 위해 부당한 압력을 가해도 굴하지 않았고, 진실을 지키고자 군인의 자존심을 걸었습니다." - 28사단 집단구타 사망사건 피해자 고 윤승주 일병 어머니 안미자씨

25일 오전 서울 용산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전 해병대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의 8차 공판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014년 선임병들의 집단구타로 목숨을 잃은 고 윤승주 일병(상병 추서)의 어머니 안미자씨는 박 대령의 무죄를 확신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안씨는 군 형법상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 대령의 공판을 그동안 한 번도 빠짐없이 참관해 왔다면서 "군 사망사건 유가족이라면 누구나 군사경찰의 수사를 경험하게 된다. 국가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길래 아이가 싸늘하게 돌아온 것인지 확인해 줄 의무가 있지만, 그 과정에서 분노와 좌절을 느껴보지 않은 유가족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씨는 "슬프고 경황없는 부모들을 찾아와서 간 쓸개 다 빼줄 것 같은 표정으로 내 자식, 내 조카 일처럼 열심히 수사해서 한 점 억울함 없게 해주겠다던 지휘관이나 수사관들 치고 제대로 된 수사 결과를 들고 오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면서 "하지만 박정훈 대령은 달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런 사람 한 사람만 있었다면 우리가 그 긴 세월을 진실을 찾기 위해 싸우는 일은 없었을 텐데 유가족들은 늘 그런 마음으로 이곳에 온다. 박 대령의 양심을 꼭 지켜주고 싶다"면서 "그래야 다음에는 우리 같은 억울한 부모들이 덜 생기지 않겠느냐?"고 호소했다.

안씨는 오는 26일이 채 상병 동기들이 전역하는 날임을 상기하면서 "나라 지키라고 데려다 놓고 건강히 돌려보내지도 못했으면서 왜 돌려보내지 못했는지조차 밝히지 않을 거라면 이 나라는 도대체 무엇으로 존재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씨는 "박 대령이 무죄를 받는 것이 곧 정의를 바로세우는 일"이라면서 "비열한 권력을 박 대령의 양심이 이길 때까지, 진실이 거짓을 이길 때까지 곁에서 함께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현장에는 스님들과 문정현 신부 등 종교인들과 군 사망사건 유가족들이 함께했다.

실천불교승가회 공동대표 일문 스님은 "불의가 법이 될 때 저항은 의무다. 이 말은 4년째 군사독재 세력과 맞서 싸우고 있는 미얀마 민주화 운동 시위 과정에서 나온 구호"라면서 "진실을 밝히려다 고초를 겪고 있는 박정훈 대령을 응원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그는 "고통을 겪고 계실 고 채 상병 가족과 박 대령 가족들에게 부처님의 가호가 함께하기를 기도 드린다"라면서 "진실은 반드시 승리한다는 깊은 믿음으로 8차 공판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윤석열 대통령은 경북경찰청이 채 상병 사건 수사를 잘했다는 뻔뻔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윤 대통령이 경찰을 정치화시키고 권력 앞에 줄을 세워 사익을 대변하고 권력의 주구로 떨어뜨리는 짓을 버젓이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소장은 최근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법이 또다시 국회를 통과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대한민국 헌정사상 대통령과 영부인이 각각 다른 범죄행위로 현직에 있을 때 특검 수사를 받아야 하는 초유의 사태"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박정훈 대령이 무죄를 받아 정의롭지 않은 세상을 만들려고 하는 자들이 심판받는 그날까지 함께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박정훈 대령 변호인단의 정구승 변호사는 당초 이날 공판에 증인으로 채택됐던 임기훈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현재 국방대 총장, 육군 중장)과 오아무개 전 해병대사령부 법무과장이 증인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해 "불출석을 통한 조직적인 재판 지연 행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정 변호사는 임 전 비서관이 제출한 폴란드·헝가리 공무 출장 계획이 지난 9월 3일 박정훈 대령 7회 공판에서 증인으로 채택되고 난 후 3일이 지난 9월 6일 작성되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증인 채택 및 공판 기일을 확인하고 (출장이) 추진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다른 재판의 소송 수행자이기 때문에 박 대령 공판에 출석하지 못한다'는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오 아무개 법무관의 경우에도 충분히 재판 일정을 조율할 수 있는데도 그러지 않았다고 정 변호사는 비판했다.

한편, 이날 공판에는 전 해병대수사단 중수대장 박아무개 중령과 권인태 해병대사령부 정책실장이 출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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